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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중 김범순 Mar 25. 2024

삽화

91. 이별은 서글퍼

사진 출처 : Jon Foreman이 돌과 모래로 만든 작품. 이토록 아름다운 작품도 밀물이 들었다 나가면 흔적 없이 사라진다.


00 요양원에 한 달에 한 번씩 10년 동안 커트 봉사했다. 2월 봉사 때 인원이 줄어 학원 봉사를 끊었다며 한 명만 추천할 수 있느냐고 했다미용장 대전지회 회원이 51명이나 되므로 좋다고 했다. 그날 바로 봉사위원장한테 연락했다.


  선배님 제가 갈게요.”

싹싹하고 예뻐서 특별히 사랑하는 후배라 더더욱 좋았다.  

   

정해진 날짜에 요양원 휴게실에서 후배와 만났다우리는 환하게 웃으며 마음을 다졌다성심성의껏 열심히 봉사하자고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분위기가 어둑했다

낯익은 직원들도 없고.     


요양보호사가 말했다. 3월 말에 폐쇄한다고.

보이는 방마다 텅텅 비고 꽁꽁 여민 보따리만 있다.

 

머리 깎을 분도 몇 되지 않아 금방 끝났다.

허전하기 짝이 없다  

   

줄이 길어 대흥동 성당 정오 종소리를 들으며 끝낸 적이 많았는데 

그 많던 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머리 깎은 분들은 낯이 익었으나 그사이 노환과 치매가 찾아와 표정이 사라지고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그렇더라도 어깨를 감싸며 식사 맛있게 하시고 건강하게 잘 지내시라며 작별 인사를 했다.     


요양원을 나서는데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서글펐다.

눈물이 핑 돌았다.  

   

  선배님제가 차 대접할게요.”    

 

들를 데가 많아 사양할 수밖에 없었으나 그 자리에 후배가 있어 크나큰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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