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 천년 고도 경주를 가다
사진 출처 : 엄소정 홍보위원장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났다. 눈뜨자마자 날씨부터 검색했다. 대전은 5시부터 비가 내려 오후에 그친다고 했고 전날 총무님이 보낸 경주 시간대별 날씨 예보는 맑음이었다. 우산을 챙기라는 아들한테는 귀찮아서라고 할 수 없어 잃어버릴까 봐 그런다고 둘러댔다.
6시 20분 버스가 1차 탑승지를 출발했다. 이번 워크샵에는 대전지회 49명 중 27명이 참가했다. 2차 탑승지에서는 박주화 이사장님이 기다리고 있다가 의회 일정상 함께 못해 아쉽다며 환송 인사를 했다.
버스가 출발했다. 몇 분 안가 세상을 뒤흔들 만큼 요란한 천둥소리와 함께 비가 쏟아졌다. 1차 경유지인 추부 버섯농장에 도착했다. 차 문이 열리자 거짓말처럼 비기 그쳤다.
홍삼 먹고 자란 동충하초 재배과정과 효능을 보고 들었다. 식품의약처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인증받았다 하니 한층 믿음이 갔다. 절대 충동구매를 하지 않는 데 혈당 높은 남편한테 꼭 필요할 것 같았다.
나도 이제 어지간히 늙은 모양이다.
버스가 경주를 향해 달렸다. 비가 멈추면서 산골짜기에 흩어져 있던 안개구름이 들과 마을과 산을 감싸 안고 있었다.
9시 11분 해가 보였다.
여행에는 날씨 부조가 최고다.
우리는 모두 기뻐했다.
물안개 어린 낙동강
오이와 당근을 썰어 개별로 담은 팩과 과일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맛있는 간식을 받았다. 사회를 맡은 홍보위원의 재치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많은 선물을 사다 포장까지 하느라 며칠 준비했을 것이다. 사회자는 선물이 골고루 배분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게임을 진행했다.
배부르고
재미있고
선물까지 받으니
버스 안이 파라다이스다.
경주 나들목
웃다 보니 어느새 경주다. 대전에서 경주까지 209km. 세 시간도 안 돼 도착한 것이다. 세상 참 좋다.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도록 우리들의 어머니 아버지와 윗대 조상들은 모진 고생을 했을 것이다.
망새 모형 다리 장식
세계 어디를 가도 볼 수 없는 경주다운 다리 장식이라 무척 자랑스러웠다.
망새는 지붕 용마루 양 끝을 장식하는 기와인데 날짐승 꼬리 모양이라 치미(鴟尾)라고도 부른다. 저 망새는 황룡사 터에서 발견된 것으로 높이가 182cm 폭 105cm로 삼국시대 망새 중 가장 크다.
완자살 문양의 전통 창호
이른 점심을 먹기 위해 도착한 식당
문틀 문양과 전등갓의 조화에 또 반했다.
경주다운 창호와 그림
놋그릇의 품격
종부인 할머니는 제사 때마다 기와 가루로 놋그릇을 닦아 몇 광주리 가득 차고 넘치게 엎어놓았다. 애틋함과 친근감에 놋그릇을 무척 좋아한다. 그런데도 선뜻 놋그릇을 사지 못하고 있다. 30년 넘게 식기세척기에 집어 처넣고 돌려대다 보니 설거지가 겁나서 용기를 낼 수 없다.
맛있고 격조 높은 점심 차림
총무님은 우리한테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고 식당 주인한테 전병을 더 주지 않으면 예약하지 않겠노라고 배짱을 부렸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진짜 진짜 맛있었다.
늦가을 경주는 드넓고 한적했다.
못내 궁금한 높고 멋진 건물
경주에서 소문난 카페
규모가 커서 깜짝 놀랐다.
첩첩의 서까래
세계 어디에서도 이토록 아름다운 서까래는 구경할 수 없다.
은은하면서도 상큼하고 따뜻한 뱅쇼
분위기가 아무리 좋다 해도 입맛은 냉정하다. 차를 다 마셨다. 찻잔 밑에 보석 같은 석류알 몇 개가 숨어 있다.
그래서 재미있고 더 맛있었다.
넋을 잃게 하는 카페 뒤 풍경
직원한테 저 고분 명칭이 뭐냐고 물었더니 모른다고 했다. 검색해 보니 황남동 고분군이었다. 경주 분지 중심에 위치하며 주 고분군에 속하고 사적 제40호로 지정되었다.
참 아름답고 의미 있는 카페였다.
꼭 다시 올게. 그때까지 안녕!
첨성대에 왔다. 중3 수학여행을 포함해서 네 번째인데도 언제나 새롭고 자랑스럽다.
넓고 넓은 서라벌 벌판을 휩쓸고 온 거친 바람을 맞으며 첨성대 부근 갈대밭과 대형 건물터를 지났다.
이곳은 어디일까?
멋있지 않은가?
체험 공방에 왔다.
사진 출처 : 엄소정 홍보위원장
사포질 해서 이니셜 새시고 직접 오일을 도포한 도마 체험이 끝났다.
김준호 김지민 부부가 신혼여행 중에 들러 더 유명해진 황리단길. 황리단길은 황남동과 이태원의 경리단길을 합친 단어로 황남동의 경리단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황리단길에 있는 기념품 가게들을 둘러보았다. 경주에 걸맞은 아이디어 돋보이는 기념품을 팔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기념품은 기대한 만큼 특별하지 않았고 원인이 뭔지 모르지만 지쳐 보이는 상인들은 친절하지 않았다.
황리단길 골목 안에 있는 아담한 식당
대나무와 등이 너무 잘 어울려서 동화 속에 들어온 것 같았다.
경주를 연상시키는 고품격 주전자
곤드레밥과 강황파프리카버섯밥
우리는 옆 짝꿍과 밥을 덜어 두 가지 맛을 다 보았다. 서양인들은 절대 용납 못한다는 아름다운 음식 나누기 문화이다. 곤드레밥은 은은한 향이 감돌아 토속적이었고 강황밥은 버터로 비벼 풍미 있는 퓨전 돌솥밥이었다.
두 가지 다 맛있었다.
경주 다운 기외집
이른 저녁을 먹고 주차장으로 가는 데 검은 구름이 몰려들었다.
애니메이션 한 장면 같은 거리
버스를 타고 15분가량 달려 동궁과 월지로 가는 데 비가 마구 쏟아졌다. 우산 안 가져온 걸 조금 후회했지만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철두철미한 미용장들은 거의 우산을 가져왔기 때문에 꼽사리 끼면 된다.
동궁과 월지는 통일신라 왕궁의 별궁터로 문무왕 674년에 월지를 조성하고 679년에 동궁을 지어 태자가 거처하며 경사나 귀빈을 맞아 연회를 베풀던 곳으로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버스에서 내려 매표소까지 고문님 우산 밑으로 파고 들어갔다. 바람이 어찌나 센지 우산이 금방 뒤집힐 것 같았다. 표를 사고 입장하니까 비가 그쳐 편하게 돌아볼 수 있었다.
날씨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비 그친 하늘에 뜬 초승달
버스가 천년 고도 경주를 떠났다.
풍선 크게 불기와 멀리 보내기 게임
엄소정 홍보위원님의 유쾌한 입담과 재미있는 각종 게임이 다시 시작되었다. 대전지회는 이번 워크샵을 통해 친목이 더 돈독해졌고 그만큼 성장한 것이다. 대전지회 일원이라는 것에 대해 강한 자부심이 들었다.
회장님은 날씨 좋게 해달라고 기도를 많이 했다고 했다. 조용한 지도자인 총무님과 엄소정 홍보위원님의 노고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집행부 셋은 워크샵에 참석하지 못한 회원들 기념품까지 구매했다.
여독을 핑계삼아 빈둥거리는 백수인 나만 빼고 다른 회원들은 워크샵 다음 날 이침에도 일찍 일어나 집안일을 마치고 산뜻한 모습으로 샵에서 고객을 맞거나 학교에서 강의하고 있을 것이다.
참으로 대단한 미용장들이다. 이 글을 마무리하며 크게 외쳤다.
대전지회 원팀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