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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동훈 Feb 29. 2024

첫 학년부장으로서 보낸 살 떨렸던 3일

올해 학년부장으로서 처음 겪게 된 행사는 바로 학교 워크숍이었다. 우리학교의 워크숍은 3일동안 진행되었는데 새 학년 계획을 세우고, 전입 오신 선생님들께 학교 특성을 연수하고, 각 부서별 팀워크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었다.


작년에는 한 명의 교원으로서 주어진 프로그램을 따르며 그저 참여만 하면 되었다면, 올해는 조직의 리더로서 팀원(학년부 선생님)들을 이끌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숙제가 주어졌다. 그러다 보니 솔직히 말하건대 3일 내내 신경이 많이 쓰여서 집에 돌아가서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특히 올해 같은 학년부로 근무하게 된 선생님들은 모두 나와는 처음 같이 근무하시는 낯선 분 들이었다. 한 분 한 분 첫 인상이 모두 각자의 개성이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러다보니 나는 한 분, 한 분의 특성을 파악하는데 온 신경을 집중하며 시간을 많이 쏟고 있었다.


'저 분 표정은 왜 으실까. 내가 실수했나? 어떻게 접근하고 이제 뭐라고 말해야 할까'


'내일 팀워크 구호는 뭐로 정해야 하나. 내가 주도해서 잘할 수 있을까.'


'지금 다들 어색하고 경직되어 있는 것 같은데 좋은 분위기로 만들려면 뭘 말해야 하나.'


'내일 밥 먹을 땐 메뉴는 뭐로 정하고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하나 하나 머릿속으로 계획짜고 시뮬레이션하느라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특히 항상 편하게 먹던 식사 시간까지 부서 선생님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메뉴를 정하고 함께 먹어야 한다 고민과 걱정을 하게 되니 밤에 잠을 자다가도 어이가 없어서 스스로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작년 겨울엔 교감선생님께 호기롭게 잘해보겠다 외쳤는데, 지금의 내 모습은 이건 뭐 온통 걱정으로만 가득찬 겁쟁이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럴수록 선생님들 앞에 차분하면서도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 인상부터 불안에 떨거나 어리버리한 모습을 보이면 리더십은 안에서부터 무너지고 일부 선생님들은 1년 내내 나를 무시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속은 타들어가고 입술은 바싹 말라가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어떻게든 차분하게 말하고, 웃으며 온화한 표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부서 선생님들이 모두 나를 주목하며 부장님 부장님 부를때 마다 이 어색한 시츄에이션에 속으론 진땀이 났지만 표정은 갈매기 눈썹을 유지하며 네에~하며 계속해서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했다.


부서원들끼리 식사 시간이 되었을때는 가장 신경이 쓰이는 순간이었다. 특히 내성적이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I성향인 나는 이 어색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너무나 신경이 쓰였다.  어떻게든 이 시간을 활용해 화기 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나를 더욱 짓눌렀던 것 같다.


다행스러운 것은 부서 선생님들 대부분이 이런 나에 협조하며, 서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가고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나보다 연세 많으신 베테랑 선생님들이 젊은 선생님들께 먼저 말을 걸어주며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있었고,


 "부장님은 집안일 많이 하시나요? 아내분 많이 도와주세요? 요리 잘하셔요? 집에서 애랑 잘 놀아주세요?"  


나에게도 사소한 일상을 질문하며 친근감있게 다가오고 계셨다.


그렇게 베테랑 선생님들의 도움 덕분에 우리 워크샵은 그럭저럭 무난하게 보낼 수 있었다. 다행이었다 휴~


뭐든지 처음이니까 어려운 것 같다. 특히 올해 13개의 다양한 색깔을 가진 각 반 담임 선생님들과 잘 협조해가며 도움을 드려야 하고 때론 리더로서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하니 학교에서의 매 순간 순간이 편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만 같다.


하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하지 않는가? 이미 주사위는 던져진 상황이니 이 순간들을 긴장은 하되 지나친 걱정까지는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때론 매 순간을 만끽하고 즐기자는 마인드를 가져야만 할 것 같다.


그래. 난 할 수 있어.


오늘도 양치질하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다짐해본다. 올 1년 정말 즐기면서 할 수 있기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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