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느 저자의 추천으로 '숨결이 바람될 때' 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폐암 4기 판정을 받아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 신경외과의 폴의 수필 책으로 글귀 하나 하나에 그의 진심과 고민의 흔적이 많이 묻어 있었다.
특히 책에서 감동적인 부분은 폴이 36세라는 이른 나이에 죽음을 맞이했음에도 어느 누구보다 자기 인생을 성실하고 참되게 살았다는 점이다.
폐암 4기 판정을 받고 자기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환자 한 명을 더 맡으며 전공의로서 자기 삶을 실천하려 했던 점, 그럼에도 가족에게 소홀하지 않고 아내를 배려하고 자기 사후 아내에게 재혼까지 권한 점, 두 부부가 함께 하는 마지막 시기에 최선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결국 시험관 아기를 가지게 된 점, 그리고 그렇게 태어난 딸에게 행복한 기억만을 남겨주고 떠나려 했던 점.
그가 마지막까지 세상에 남긴 흔적 하나하나에 수많은 고민과 노력, 그리고 최선의 행동이 묻어 있었기에 나는 그의 글귀 하나 하나를 허투로 볼 수 없었다. 책에 남겨진 그의 삶은 어떻게 사는게 최선의 삶인가 바이블과도 같았기에 때론 내가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 폴이 된 것 처럼 감정이입 하여 집중하며 읽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인생도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기에, 즉 유한하기에, 지금 이 순간 하나 하나의 시간이 의미가 있고 때론 그 짧은 찰나도 허투로 보낼 수는 없다.
며칠 전 학교 선생님들끼리 진행하는 독서 모임에서 한 선생님은 늘 자신의 옆에 죽음을 달고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하셨다.
'이게 무슨 소리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소리라 다들 그 말을 들었을 때 표정들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선생님은 우리 모두가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는 존재이기에, 지금 살아있는 이 순간이 너무나 소중하고 앞으로 남은 시간은 뭐할까 늘 고민하면서 삶을 살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죽음은 언젠가 우리가 마주쳐야 할 순간이고 그때부터 우리라는 존재는 소멸되기에, 자신이 생존해 있는 이 시간은 너무나 소중하고, 아름답게 간직해야 하고, 그렇기에 더욱 삶의 의미를 찾고 싶다는 이야기셨다.
우리는 선생님의 말을 이해하고 나서야 고개를 끄떡였다.
반성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나는 대체 언제 그렇게 진지하게 삶을 살았던가. 때론 하기 싫어서 귀찮아서, 게으름을 피우고 대충대충 마무리하여 상대방에게 피해와 더 많은 부담을 안겨 준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공부를 할 때나 책을 읽을 때도, 집중하는 시간보다 딴 생각을 주로하고, 흘러가는 바람 맞이하듯 글을 대충보고 오늘은 이 정도 읽었다 공부했다 기록에만 집착하지 않았던가.
책을 읽을때를 생각해보면,
글귀 하나하나 집중하며 읽고
때론 그 글귀를 되새기고 곱씹을수록
좁은 상자에도 꾹꾹 많은 물건을 담을 수 있듯
하나하나가 내 머릿속에 깊이 저장되어 녹아들어가고
드디어 책의 의미를 깨닫고 내 것으로 만들어 그 의미를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 그런 자세의 삶을 살아봐야겠다. 물론 내 에너지와 건강도 고려해야겠지만 하나하나 그 의미를 되새기며 보다 진지하게 폴처럼 내 삶을 마주하고 흔적들을 남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