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좋아!!

by 영리한 호구

강원도로 여행을 떠났을 때였습니다. 당직이 끝나고 아침에 집으로 돌아와 부랴부랴 짐을 싸고는 집을 나섰죠. 네.. 다들 아시다시피 저는 준비성 제로에 언제나 즉흥적이기 때문에 짐을 미리 싸두는 일 같은건 없습니다. 행선지도 그날 아침에 정하는데 말 다 했죠. 그렇게 서둘러 짐을 싸고는 집을 나서서 강원도로 향했습니다. 그리고는 인구해변에 도착을 했죠.

저는 혼자 여행을 다니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블루투스 이어폰입니다. 주변에 신경쓰지 않고 나만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해주고, 그 여행에 맞는 분위기의 음악을 들으면서 다니면 그 효과가 배가 되거든요. 어떨 때는 잔잔한 인디밴드의 노래로, 어떨때는 비트가 쎈 힙합으로, 어떨 때는 기계음 가득한 EDM으로 상황에 맞는 음악을 들으면서 거닐면 여행의 느낌을 더 풍요롭게 해주거든요.


그런데 잘 챙긴다고 가방에 넣지 않고 주머니에 넣기 위해 잠깐 빼 놓고 방 바닥에 놓고 나온것이 생각났습니다. 강원도에 도착해서 말이죠. 상당히 당황하고 저의 바보같음에 한탄 했습니다. 이번 여행은 그것 때문에 망한 것 같다는 실망감과 두려움이 앞섰죠. 서핑을 할 때는 어차피 쓸 일이 없으니 별 생각 없이 넘어갔지만 문제는 그 이후 였습니다. 주변에서 들리는 사람들의 말소리와 온갖 소리 때문에 제 여행에 집중할 수가 없었거든요. 저는 집중력이 약해서 들리는 소리마다 관심이 쏠립니다. 그래서 주변 환경에 잘 휩쓸리기 때문에 공부할 때도 음악을 들어서 저만의 배경을 만드는 습관이 있거든요. 그래서 내 여행에 집중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이 앞섰던 것이죠.


그렇게 주변의 소음을 모두 들으며 돌아다닙니다. 그렇게 불만족스러운 여행을 이어나갔죠. 하지만 그 생각은 여행을 다니면서 조금씩 바뀌어 갔습니다. 숙소 앞 바다 모래사장에 앉아서 파도를 바라보며 물멍을 하면서 생각들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죠. 하얗게 몰려오는 파도와 함께 파도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러면서 불멍과 물멍은 소리가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불멍할 때는 장작이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소리가, 물멍을 할 때는 쏴아쏴아 하는 파도소리가 함께 할 때 그 분위기와 몰입이 배가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했죠. 이어폰을 가지고 왔다면 이 물멍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을 꺼라고 말이죠.


우리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파도소리를 듣고, 파도의 모습을 보고, 바닥의 모래 감촉을 느끼고, 시원하면서 짭짜름한 바다의 바람을 느끼면서 말이죠. 이 모든것이 합쳐졌을 때 온전한 바다를 느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면서 바다를 거닐고 파도를 보았다면 반쪽짜리 느낌만으로 물멍을 즐길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어폰이 없었기에 이러한 생각을 하고 바다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요즘 흔히 말하는 "오히려 좋아!!" 라고 생각하게 되었죠.


"오히려 좋아!!" 라는 생각은 우리가 여유롭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고 위로가 되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실수 했을 때, 그걸로 인해 계획에 차질이 생겼을 때 어떤 생각이 드나요? 중요도에 따른 무게 차이는 있겠지만 먼저 객관식 시험문제의 답을 틀린 것 같은 상실감을 느끼게 될겁니다. 이번 일은 내가 망쳤다는 생각에 우울해지겠죠. 하지만요 우리가 살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겁니다. 목표에 도달하는 길은 객관식의 답처럼 한가지로 정해진 것이 아니에요. 오히려 논술처럼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점수를 줄 수 있는, 정해진 답이 아니라 언제든 중간에 화제를 전환하여 목표로 이끌 수 있는 문제에 가깝다고 생각을 합니다. 처음에는 엉뚱하게 시작을 했더라도 그것이 반전되어 멋진 결말을 도출해 낼 때 정해진 답보다 오히려 더 큰 감동을 주고 여운을 남기게 되니 말이죠.


그래서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일이 꼬인다는 생각이 들 때 중요한 생각이 '오히려 좋아!!' 라는 생각입니다. 이 생각을 하면서 우리는 생각의 전환점을 가지게 되고 우리의 상실감이 또다른 길이 있다는 가능성을 찾기 위한 희망으로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테니 말이죠. 무언가 어긋났을 때, 정말로 그게 어긋난 길로만 나아가지는 않습니다. 정말로 잘 찾아보면 기존에 세운 계획보다 이 틀어진 계획이 오히려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일도 적잖이 만나 볼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잘못된 길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하려면 무엇보다도 그 길을 찾으려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도 발견하지 못한 멋진 길이 있을 것이니 찾아보겠다는 마음의 표현이 바로 '오히려 좋아!!'인 겁니다. 이 생각을 시작으로 우리는 경로를 새로 탐색하게 되고 더 멋진 길을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러니까요. 우리의 계획이 틀어졌을 때 일단 외쳐보세요. "오히려 좋아!!" 라고 말이죠. 당장은 그 새로운 길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일단 '오히려 좋다'고 질러 놓고 그 이유는 천천히 찾아보면 되니까요. 그러다보면 분명히 기존의 길로는 닿을 수 없었을 멋진 일들을 찾아갈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일의 끝에서 확신에 찬 '오히려 좋았네!!' 라고 외칠 수 있게 되겠죠. 그러다보면 계획이 하나 틀어진 것에 엄청 스트레스 받으면서 모든 사고를 멈추고 자책과 실망을 하며 예민해지기 보다는, 그 상황에서도 새롭게 길을 탐색하면서 눈을 반짝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될 겁니다.


실수 했나요? 계획이 틀어졌어요? 괜찮아요. 망하지 않아요. 일단 '오히려 좋아!!'를 외치고 나서 지금 상황에서 목표에 닿을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 보고 그것이 기존의 방법보다 좋은 점을 찾아보세요. 그리고 오히려 한번 어긋났던 상황에 안도하며 기뻐해보세요. 처음에는 정말로 찾기 힘들 겁니다. 한번 틀어졌다고 생각하면 우리의 사고는 정지하거든요. 더 상처 받지 않으려고 생각하기를 멈추고 자책모드로 들어가죠. 그럴때 오히려 좋아!를 한번 외치고 열심히 길을 알아보는 겁니다. 그런 경험들이 쌓이다 보면 분명히 점점 더 여유로워지고 어떤 새로운 문제가 닥치든 유연하게 그것들을 대처하게 되고 결국은 여유로운 사람이 되어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여유로운 마음으로 주변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영리한 호구가 되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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