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로 달라진 나
나는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까지만 해도, 나의 체력은 우리 반 50명 중에서 꼴찌였다. 턱걸이는 한 번도 하지 못했고, 흙먼지를 내며 달리던 1000m 달리기에서는 49등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랬던 내가, 군대 입대 며칠 전부터 운동장을 뛰기 시작했다. 단지 며칠만 뛰었지만, 달리기 실력이 향상됨을 느꼈다. 훈련소 처음 달리기에서 잘 달리지는 못했지만, 중간 정도로 결승전을 들어왔다. 이후, 27살 임용고시를 공부하던 시절, 밤에 때때로 기숙사 앞 운동장을 달렸다. 달리기를 하면 기분이 좋아진 다는 걸 그때 본격적으로 느낀 것 같다. 교사가 돼서, 휴전선 근처의 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딱히 할 것이 없었다. 이때 나 보다 10살 이상 나이가 많은 선배교사들과 나물도 캐러 가고, 아침이면 약수터까지 걸어가곤 했다. 학교가 있는 마을에서 원통 시내까지는 15km 정도 되었다. 매번 차로만 갔던 뛰기에는 짧지 않은 거리였다. 심심했던 어느 날, 여기를 뛰어 보았다. 속도는 매우 느렸는데, 뛰다 보니, 목표까지 거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15k를 어렵지 않게 뛸 수 있었다. 그 후로, 20k 마라톤 대회를 출전하기 위해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무릎과 종아리 통증으로 다리가 마비되는 느낌이 왔고, 대회 연습과 이후로 달리기는 포기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부터는 마을을 조금 더 쉽게 벗어나, 시원함을 주는 자전거에 빠졌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는 형과 동생과 술을 먹던 중, 우연히 10k 마라톤 내기를 하게 되었다. 그 형은 10k 마라톤을 몇 번 뛴 경험이 있었다. 나는 목표가 생기면 특유의 성실함이 발동되었다. 2주간의 연습으로 예상과 달리 결과적으로 내가 그중 가장 먼저 들어왔다. 이 후로 몇 번 10k 마라톤을 달렸지만, 주기적으로 달리기를 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2017년, 준비하던 시험에 떨어진 충격으로,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가 필요했다. 내가 거주하는 춘천은 10월이면 2만 명 정도의 마라토너가 참여하는 큰 대회가 열린다.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이루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은 기간은 대략 3개월 정도였다. 마라톤에는 LSD(long slow distance) 훈련이 있다. 약간 느린 속도로 뛸 수 있는 거리를 늘이는 훈련이다. 처음에는 15k, 20k, 이런 식으로 3개월 동안 34k 정도까지 늘였다. 물론 매일 짧은 거리도 뛰었고 체력이 많이 좋아졌다. 출전 당일 25k를 넘어가니, 무릎 아래쪽으로 마비가 오기 시작했다. LSD 훈련할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초반에 무리를 한 것 같다. 최종 기록은 4시간 30분, 기록이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완주가 목표였던 나에게는 소중한 기록이다.
그 후로, 2년간 주기적으로 짧은 거리를 달렸다. 이제는 10K를 더 짧은 시간에 달리고자 하는 목표가 생겼다. 10K를 50분에 달려 보자. 쉽지 않았다. 그동안 빠르게 달리는 것은 나의 목표가 아니었다. 1K를 평균 5분에 달려야 한다. 5K를 25분에 달렸다. 다음은 6K를 30분, 이런 식으로 8K를 40분에 달리기를 성공했다. 하지만 9K와 10K는 쉽지 않았고 계속해서 실패했다. 어느 날 10K를 달리다 5K에서 힘들어 포기하고 싶었다. 위기를 넘기고, 이 악물고 달렸다는 말이 가장 적합할 것이다. 최종 기록은 정확하게 50분 00초. 마라톤 풀코스만큼의 성취감을 느꼈다.
나는 주로 6시에 달리기를 시작한다. 아파트 단지를 지나, 큰길을 건너면, 이네 소양강을 따라, 자전거 도로가 나온다. 가로수와 아침 일찍 운동은 나오신 어르신들이 보인다. 바람은 시원하고, 경치는 더 시원하다. 달리기를 하고 나면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느낌이다. 땀은 옷과 온몸을 흠뻑 적신다. 심박수는 170 가까이 올랐다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놀이터 벤치에 누우면, 이 보다 더 편할 수는 없다. 쓰러질 만큼 힘들게 달리다, 그 정도는 아니라 할지라도, 벤치에 누우면, 도파민, 아드레날린, 엔도르핀, 세로토닌 모든 호르몬이 넘쳐 흐르는 느낌이다. 달리기는 답답한 일상에서 탈출구와 같다. 직장일, 사회적 관계, 가족, 재테크,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고, 답답하게 흘러간다. 내가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기가 어렵고, 나를 벼량 끝까지 몰아치며 몰두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달리기는 짧은 시간에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나를 쓰러지기 전까지 만들지만, 그로 인해, 내가 살아 있고, 내가 나를 조정하고, 지배하며, 내가 이 정도의 힘이 있다는 걸 느끼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