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를 읽고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서, 좋은 직장을 잡아라.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들었던 거대 서사였어. 그리고 그 거대 서사는 일정 정도 좋은 삶을 보장했어. 부모님에게 도 인정받고, 돈에도 여유가 있고, 사회적으로도 인정받았어. 하지만, 이제 부모님께서 거대 서사를 얘기하시면 이렇게 말할 때가 됐어.
코로나를 지나면서 기업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공채를 없애 버렸어. 과거에는 똑똑한 사람 뽑아서 일 가르쳤는데. 더 이상 그렇지 않아. 기업들은 프로젝트가 있을 때만, 그 분야의 전문가들을 채용하기 시작했어. 방송국도 마찬가지야. 옛날에는 새로운 신입을 예능에 내보냈는데 요즘은 스포츠 스타, 유튜브 스타들과 같이 이미 인지도가 있는 사람을 써. 완성 돼 있지 않은 사람은 쓰지도 않는다는 말이지.
운 좋게 좋은 기업에 들어갔다 해도 기업에 삶을 의탁하려는 순간 자리가 사라져. 실리콘벨리 IT 기업에선 3년 동안만 있어도 고참 소리 듣는다고 해. 거대 서사는 종말을 향해 가고 있어.
자기는 전문직을 향해 가고 있어서 괜찮을 것이라고? 아니야. 처음 AI가 나왔을 때는 가장 단순한 일부터 AI가 대체해 갈 것이라고 예측했어. 하지만 지금 보면 상황이 반대야. 부가가치가 높은 전문직부터 AI가 자동화하고 있어. 왜냐하면 비싼 일을 AI로 만들어야 프로그래머들이 돈을 벌거든. Ai 변호사, 회계사, 프로그래머. 장난 아니야 구글에서는 최근 해고 사유에 AI라는 말을 써 남겼어.
AI, 자동화가 우리 자리를 뺐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동시에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더 커진 것도 사실이야. 과거에 음악을 발매하려면 작곡가, 밴드, 가수 기타 등등이 전부 협업해서 음악을 만들어야 했어. 하지만 지금은 노트북 하나만 가지고 노래를 만들 수 있지. 가수도 필요 없어. AI로 노래를 부르면 되거든. 이미 돌아가신 가수인 김광석을 부활시켜서 노래를 부르게 할 수도 있고, 자기 목소리 몇 줄만 입력하면 내 목소리로 노래하는 가수가 나와. 그것뿐 아니야. 이제 2시간만 있으면 자기 온라인 상점을 열 수도 있어. 초창기 온라인 홈페이지를 만드는데 1억 5000만 원이 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변화지.
개개인의 힘이 막강 해졌어, 이제 큰돈을 버는데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아. 인스타그램 초기 제작자들은 20명도 안 됐는데, 인스타그램을 1조 이상의 금액으로 팔아넘겼어. 공장에서는 이제 소량 주문도 받기 시작했어. 옛날처럼 대량생산을 해야지만 물건을 생산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야. 애초에 대량생산으로 승부를 보기가 힘들어. 어제 알리 익스프레스에 들어갔는데 쿠팡에서 10만 원 하는 큰 인형이 알리에서는 2만 원이면 살 수 있더라. 알리나 태무 같은 곳과 가격 경쟁을 할 수 없으니 이제는 품질 경쟁을 해야겠지. 고급화, 브랜드화가 필요한 시점이야.
하지만, 그럼에도 AI가 우리 자리를 위협할 거야. 우리는 끊임없이 AI와 경쟁을 하게 되겠지. 하지만 그날이 도래하기 전까지 먹고는 살아야 해. 먹지도 싸지도 자지도 않는 AI와 경쟁해서 조금이라도 먹고살려면 우린 오리너구리 같은 인간이 돼야 해.
오리너구리는 특이한 외모와 특징으로 유명해. 포유류 같이 생겼는데 부리가 달렸고 알을 낳는데 젖을 먹여서 아기를 키워. 계, 문, 강, 목, 과, 속, 종 이런 식으로 동물을 분류하잖아? 근데 오리너구리 과는 오리너구리과고 오리너구리의 속은 오리너구리 속이고 오리너구리의 종은 오리너구리야. 신기하지? 분류체계상 분류가 안 돼서 따로 분류기준을 만든 것이야.
우리는 이런 오리너구리 같은 인간이 돼야 해. 이미 분류된 직업들은 학습 데이터가 존재하고 학습데이터를 돌리면 AI가 우리 직업을 대체할 수 있거든. 따라서 우리는 분류될 수 없는 직업을 하면서 사는 인간이 돼야 해. 이게 무슨 말이냐면, 직업명이 없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말이야. 안 그러면 계속되는 경쟁에 지쳐 떨어져 나갈 것이거든.
그런데 이게 말이 쉽지 실제로 되는 일이 아니란 말이야. 그런데 어쩌겠어 방법들을 찾아 나가야겠지. AI를 일종의 자연현상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장마가 올 때 장마에 대비를 하지 장마를 막으려고 들지는 않잖아.
앞으로 닥쳐올 미래가 우리에게 개인으로서 살 것을 요구하고 있어. 이제 사회가 일을 발견하고 하는 법도 알려주는 시대는 끝이 나버렸어. 이제 개인은 일을 발견해서 해결하는 방법까지 제시해야 돼. 아마 쉽지 않을 거야. 깜깜한 밤에 가로등도 없는 곳을 걸어가는 기분일 터이지. 하지만 받아들이고 가야겠지.
다가오는 미래가 너무 고통스럽지 않기를 빌게. 너에게나 나에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