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오키프, <장미와 소의 두개골>
오래 머물다 가줘요, 이건 칭얼거리는 것 맞아요.
알잖아요 나는 한 곳에 오래 있지 못해요. 사람이 상황에 지치면 볼 수 있는 감정은 두 개래요. 내가 그를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다면 화가 나고, 내가 그를 견뎌낼 수 없을 것 같다면 역겨움을 집어삼켜야 한대요.
그토록 가고 싶던 곳도 금방 질려 있다 보면 숨이 막 막혀요. 멋진 소속감도 안에서 보면 그리 멋지지만은 않아요. 그렇지만 나는 그를 이길 수가 없어요. 그래서 역겨움으로 온몸을 깨끗이 씻어내고 그럼 나는 떠나요.
겉으로 보면 아무 미련 없는데 마음에는 걸리는 게 참 많아요. 그런데 그건 시간이 전부 녹여준다는 걸 이젠 너무도 잘 알아요. 그래서 역겨움은 항상 나와 함께 춤춰요. 혼자 신이 났나, 흔들어대다 보면 결국 마음 담은 사람도 같이 떨어져 나가요.
상황이 역겨운 거지 사람이 역겨운 건 아니에요. 그래서 상황은 외면해도 사람은 끌어안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돼요. 그 사람은 상황을 사랑하고 그럼 나는 그 사람을 볼 때면 너무나 괴로운걸요.
판단하지 않을게요 당신도 나를 판단하지 말아요. 비겁한 말이라는 건 알지만 당신이 먼저 나를 안심시켜주세요. 일상인 역겨움은 깨끗해지려 불안을 막 뱉어요. 그래서 나는 포근하게 포개지고 싶은데 그게 그리 잘못된 건가요.
오래 머물다 가줘요, 이건 칭얼거리는 것 맞아요. 난 항상 변하지만 늘 똑같아요 선을 넘으면 더 진하게 그어줄 뿐이에요. 오래 머물다 가줘요, 영원은 말할 마음조차 없어요.
*글 쓰면서 들은 노래
https://www.youtube.com/watch?v=bi3lPMmK7Vk
*작품 정보
조지아 오키프 Georgia O’Keeffe, <장미와 소의 두개골 Cow’s Skull with Calico Roses>, 1931, Oil on canvas, © The Art Institute of Chic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