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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 Feb 21. 2024

다시 봄이네

- 송정화 시인이 보내주신 시집에 답함 -

1


그렇지  

쓰지 않으면 네가 아니지


쓰려고 몸부림 하지 않으면

네가 아니지


이렇게 나 살았다고

숨 쉬지 않으면 네가 아닌 게지

그토록 사랑했던 네가 아니지


다시 살았음을 통보해줘서 

고마워, 나무야!


봄이 오지 않은 

잠들지 못하는 눈밭과

추운 산기슭에서 움츠린 때에도


다 알고 있었지

믿고 있었지

오늘처럼 다시 네가

새움 틔울 것임을


2


어느날 나무는과

사월, 비는

너무 뛰어나 숨 막히네요

그라피티와

풀어낼 수도 묶을 수도 없어서는

아직 못다 알겠으니

이마께에 걸어두고 좀더 되뇌어 볼 참

무언가 아일랜드식 이국적 분위기 속

극한 외로움과 실존의 서러움 같은 것

그런 것들이 막 꿈틀거리어 매혹적이긴 한데

정체는 잘 모르겠어서

좀만 더 붙들고 있어봐도 좋겠지

사월, 비만큼

사월을 잔인하게 

그려낸 시가 여태 있었나

시가 던진 파문이 가슴살을 흔들고, 저미고

아리게 하고

비오는 사월의 봄날의 미친 아우라

마이크로미터와 나노미터로 엉킨 

뇌 그물 속에 걸렸네

갇혀버렸네

너무 뜨겁구나, 이 시는...

너무 차갑구나, 이 느낌의 그림자는...

오로로 소름 돋는 말법이구나

우상의 눈물에서부터

모나크나비에 이르기까지 

청소년 소설가들이 

다다르고 싶어했던 그곳, 콤포스텔라

우리 아이들의 아픈 사연을

단 한 줄로 꿰어버린...

가슴 아리도록 거룩한...

농담처럼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았다

라는 마이너스 두 번째 도막은 코끝을 쥐어 짜고

비에 젖은 꽃잎들이 발길에

차바퀴에 깔리고 들어붙는 사월이었다

라는 맨끝 낭떠러지 같은 도막에서

내 몸 소름 밭이 되었네

숙성된 시어의 깊은 맛은

조팝꽃이란 시 장독에 들어있어 

따스한 슬픔이 배여 나는

봄날의 햇살 같은 아픔 같은 거

이런 게 어디 있어?

싶다가도 기어이 돌아서서

어깨 들썩이는...시...

사위어 가는 노모를 보듯

등 뒤에서 이제막 피어올라서는

노오랗다가 붉으락했다가

점점 차차 검어지다가...

마음 한구석에 얼룩 하나 남기고

아리고 아리도록 사라져 가는 것들...

이 시에 녹아 있는 미온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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