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정화 시인이 보내주신 시집에 답함 -
1
그렇지
쓰지 않으면 네가 아니지
쓰려고 몸부림 하지 않으면
네가 아니지
이렇게 나 살았다고
숨 쉬지 않으면 네가 아닌 게지
그토록 사랑했던 네가 아니지
다시 살았음을 통보해줘서
고마워, 나무야!
봄이 오지 않은
잠들지 못하는 눈밭과
추운 산기슭에서 움츠린 때에도
다 알고 있었지
믿고 있었지
오늘처럼 다시 네가
새움 틔울 것임을
2
어느날 나무는과
사월, 비는
너무 뛰어나 숨 막히네요
그라피티와
풀어낼 수도 묶을 수도 없어서는
아직 못다 알겠으니
이마께에 걸어두고 좀더 되뇌어 볼 참
무언가 아일랜드식 이국적 분위기 속
극한 외로움과 실존의 서러움 같은 것
그런 것들이 막 꿈틀거리어 매혹적이긴 한데
정체는 잘 모르겠어서
좀만 더 붙들고 있어봐도 좋겠지
사월, 비만큼
사월을 잔인하게
그려낸 시가 여태 있었나
시가 던진 파문이 가슴살을 흔들고, 저미고
아리게 하고
비오는 사월의 봄날의 미친 아우라
마이크로미터와 나노미터로 엉킨
뇌 그물 속에 걸렸네
갇혀버렸네
너무 뜨겁구나, 이 시는...
너무 차갑구나, 이 느낌의 그림자는...
오로로 소름 돋는 말법이구나
우상의 눈물에서부터
모나크나비에 이르기까지
청소년 소설가들이
다다르고 싶어했던 그곳, 콤포스텔라
우리 아이들의 아픈 사연을
단 한 줄로 꿰어버린...
가슴 아리도록 거룩한...
농담처럼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았다
라는 마이너스 두 번째 도막은 코끝을 쥐어 짜고
비에 젖은 꽃잎들이 발길에
차바퀴에 깔리고 들어붙는 사월이었다
라는 맨끝 낭떠러지 같은 도막에서
내 몸 소름 밭이 되었네
숙성된 시어의 깊은 맛은
조팝꽃이란 시 장독에 들어있어
따스한 슬픔이 배여 나는
봄날의 햇살 같은 아픔 같은 거
이런 게 어디 있어?
싶다가도 기어이 돌아서서
어깨 들썩이는...시...
사위어 가는 노모를 보듯
등 뒤에서 이제막 피어올라서는
노오랗다가 붉으락했다가
점점 차차 검어지다가...
마음 한구석에 얼룩 하나 남기고
아리고 아리도록 사라져 가는 것들...
이 시에 녹아 있는 미온한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