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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아람 Mar 27. 2024

후송 류의양의 [남해문견록] 풀이

- 제 1 장  <남해노량을 건너며> -

1

 남해 한 읍이 바다 가운데 섬이기에 노량 나루를 건너 가는지라. 신묘 이월 이십 육일 오전에 나룻가에 닿아 배 오기를 기다리니 물 너비는 한강 서너 벌이나 되는지라. 물이 그리 멀지는 아니하고 바람이 없어 물결이 잔잔하고 사람들이 말하기를, 이 나루는 순탄한 나루(순진)이라 이르고, 내 바다를 배로 건너기는 처음이었지만 구태여 무섭지는 아니하나 북으로 바라보니, 구름 같은 산들이 첩첩하고 집안과 나라가 천리 밖에 있는지라. 뭍의 길로 올 때와는 마음이 다르더라. 배를 타고 옛 사람이 글에 평생의 충성과 신의를 가졌으니 오늘날 풍파를 탓하지 아니하노라  한 한 글귀를 외우고, 배를 바삐 저으라 사공에게 재촉하여 띄우니 창파는 평원하고 사면으로 티끌 없이 배 순풍으로 잘 가니 이런 때에는 뭍의 길에 말에 앉아 피곤하게 가느니보다 낫더라. 이윽고 남녘 가에 배를 대니 비로소 남해 땅을 디디는지라. 물가 언덕에 대숲이 많이 있고 대숲 속에 누각 같은 집이 있는지라. 마을사람에게 물으니 이충무공 서원이라 하더라. 충무공 이름은 순신이오 임진왜란 때에 통제사로서 이 노량을 지키어 도적을 막아 왜적의 오는 배를 이 물에 가라앉혀 파한 것이 전후 무수하더니 마지막에 왜적의 철탄에 맞아 이 땅에서 돌아가셨으니 나라에 공이 극히 많고 절의 이렇듯이 빼어나니 나랏사람들이 지금까지 평범하게 여기지 아니 하는지라. 조정에서 이 서원에 사액하시어 춘추로 제를 주시고 업적을 기록하여 큰 비를 세워 열성조에 절의를 숭상하오사, 포상하고 격려하여 상을 주심이 이렇듯이 극진하오신지라. 이런 곳을 보니 타고난 마음(병이지심)이 있는 이들이 어찌 감동하지 아니 하리오. 그 비문은 우암 송문정공(송시열)이 지으시고 동춘 송문정공(송준길) 글씨라 하더라. 내 이전에 우암집을 보다가 이 비문을 보고 충무공 사적을 일컬어 매번 말하기를, 충무공이 임진 이전에 벼슬이 극히 낮아 사람들이 이런 기절(절개)과 장략(지략)이 있는 줄 몰랐더니, 임진년에야 비로소 드러났는지라. 옛사람이 이른 바 평시에 벼슬로 나라에 쓰이지 못한 사람들이 난을 당하면 충절을 많이 세운다는 말이 헛되지 아니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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