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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파스 Y Jul 03. 2023

내 위쳐 돌려내-1

나에게 아름답지 않은 아름다움을 강요하지 마세요

나는 위쳐를 좋아한다. 정확하게는 위쳐3 게임. 그 게임을 100시간도 넘게 플레이를 했는데 그 이유는 단순히 괴물 죽이며 미션을 완성하는 여느 게임과 달리 서사가 있고 캐릭터마다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져 그 세계관이 확고하며 캐릭터의 생김새도 성격에 맞게끔 잘 부여되어 있어서다.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서사. 이야기를 진행하는 기분으로 플레이를 했고 정말 푹 빠져서 재밌게 즐겼다.


그 와중 넷플릭스에서 위쳐를 제작 중이라는 소식이 있었고 헨리카빌이 주연을 맡는다 했다. 그 또한 위쳐3의 열혈 팬으로서 그간 슈퍼맨과 같은 영웅 중에서도 그에겐 가장 특별한 캐릭터가 아닐까 한다. 출연을 결정한 그도 한 명의 팬으로서 원작의 게롤트에 충실하고자 발성, 숨소리, 특유의 말투까지 완벽하게 재현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는 위쳐가 방영되었을 때 처음 그의 목소리를 듣고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헌데 넷플릭스가 내가 가진 위쳐의 모든 즐거움을 다 부숴버리고 있다. 이건 뭐 거의 부수는 게 아니라 죽이는 수준.


우선 캐릭터를 둘러싼 캐스팅.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위쳐는 폴란드 소설이다. 폴란드가 어떤 나라인가, 국민의 대부분은 서슬라브인종에 속하는 폴란드인이 96.7%이며 그 밖에 독일인 0.4%다. 툭 던져서 말하자면 인구의 97%가 백인. 그냥 백인들의 나라다.


따라서 소설과 게임 속 위쳐의 캐릭터는 백인을 중심으로 묘사가 되어있다. 이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라 그냥 그 나라가 그러한 나라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우리나라도 태백산맥 같은 소설이나 요즘 웹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의 모습을 생각할 때 자연스럽게 대한민국 사람, 동양인을 떠올리듯 말이다.


그러나 이상한 PC사상이 넷플릭스에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위쳐 또한 그 영향을 받게 된다. 제작사든 스폰서든 그들은 이 사상을 존중하고 이것을 널리 퍼뜨려야 한다는 사명감이라도 부여받은 듯 마구잡이로 캐릭터 사냥에 나선다.


위쳐는 패스.. 뭐 이건 그냥 게롤트 그 자체로 봐도 무방하다. 곁다리로 핸리카빌이 연기한 슈퍼맨이 누구인가.. 백인들의 완벽한 영웅 아니던가.. 그 외 연기력과 평소에 정말 사랑하는 캐릭터가 만났을 때 보여 줄 수 있는 최고의 조합이 이번 게롤트라 단언한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그냥 불편하다. 흑인도 엘프가 될 수 있으며 뭐 인종의 다양성이야 소설 자체가 허구지 실제 폴란드를 기반으로 한 것은 아니라 하고 그렇다 치더라도 이미 묘사된 인물에 대한 설정마저 부숴버리면 어쩌자는 건지...

특히 단델라이온과 라도비드.... 으악...!!! 내 눈!!!


소서리스지부... 원래 소서리스는 설정상에서도 잠재력이 있는 선택된 인간들이 돌기직전까지의 훈련을 거쳐서 태어나는 존재다. 그리곤 각 나라로 가서 각자가 관심 있어 하는 부분의 고문역할을 하며 호화로운 삶을 산다. 그도 그럴게 평상시에는 고문이나 연구에 몰두하지만 전쟁 시에는 어마어마한 화력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한나라에 소서리스가 한두 명만 있어도 그 전쟁의 판도를 바꿀 만큼 강력한 마법을 사용하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강력한 마법에 비해 그들의 물리력은 그냥 일반 여성정도다. 따라서 군대의 보호를 받으며 안전하게 마법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하고 평상시에도 전시에 그들이 보여주는 스케일에 맞는 대우를 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넷플릭스에서 보여준 위쳐의 소서리스모습은 정말 실망스럽다. 화려하고 강력한 아름다우면서도 치명적인 마법신을 기대했으나... 지금까지 본 것은 그저 약초나 나무를 사용한 마법정도.. 그리고 시즌을 거듭할수록 전장에서 활약하며 보이는 아름다우면서도 용맹한 모습이 아니라 무슨 뒤에서 은밀히 공작을 펼치는 비밀첩보조직 같은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전부였다.


뭐 어차피 여기는 개인 공간이니 한마디 더 보태면... 아름다움에 대한 얘기다.

소서리스는 본래 신체적 결함이 있고 이들은 이 부분을 마법으로 보완했다. (트리스 메리골드만 유일하게 마법성형을 안 한 소서리스) 그럼 누가 봐도 아름다워야 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근데.. 하아..(프린질라 비고 한번 검색해서 비교해 보시면..)


부제목이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니 다음에 아름다움에 관한 내 생각을 이어서 쓰겠다. 건축을 하는 사람으로서 보편적이면서도 특별한 아름다움을 찾는 일에 굉장한 에너지는 쏟지만 보편성 없이 특수한 아름다움만 강요하는 것을 용납할 수는 없기에... 암튼 이어서 쓰겠다.


덧) 캐릭터를 언급하며 사진 하나 게시하지 않은 불편한 글이 되었는데 그래도 열연을 펼친 배우를 단순히 닮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방하게 될까 하는 부분이고(실제로 트리스 메리골드 역할은 연기한 배우는 처음에 상당한 욕을 먹었으나 시리즈가 진행되며 그녀가 보여주는 연기를 통해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특징을 잘 반영하여 그 반감을 크게 감소시켰다. 물론 외모적 부분에선 아직도 반발이 많지만 그도 그럴게 게임에서의 임팩트가 워낙 강해서), 솔직히 이런 글을 쓴 이유도 원작을 망쳐가며 'PC주의'를 무슨 사명처럼 억지로 언급하려 한 제작자에게 있기 때문에 굳이 사진을 첨부하지 않았다. 궁금하시면 직접 검색해서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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