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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Y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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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파스 Y Aug 18. 2024

싱가포르-파크 커넥터

어울림이 있는 도심 속 정원

*2020년 9월, 에듀인 뉴스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코로나 이후 우리는 또 한 번의 삶의 변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현재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물리적 대책을 간구하고 있고 작게는 거주하는 공간에서 시작하여 크게는 도시공간까지 대대적으로 변화를 시도하려 한다. 과연 우리의 도시와 삶은 어떤 부분이 어떻게 변화할까? 큰 시각에서 천천히 좁혀 나가 보자. 우리의 도시에서 각 사람의 안방까지, 변화될 것이라 생각하는 부분을 몇 부로 나누어 적어보고자 한다.


공원

 지금 이 시대엔 사람과 사람 사이에 거리 두기가 필요한 것처럼 마찬가지로 우리의 도시공간도 이제는 빈 공간의 확보와 더불어 자연친화적 환기 시스템이 필요하다. 출, 퇴근이 용이하고 짧은 동선에 높은 수준의 도시 인프라를 이용하기 위한 이른바 콤팩트 시티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비워 정원과 공원을 확보한 친환경 도시로의 전환점이 온 것이다. 

그렇담 도심 속 친환경 환기 시스템은 어떻게 확보하느냐, 도시 속 방치된 공간에 공원을 확보함으로 실현 가능하다. 하지만 억지로 빈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무리하게 확장해서는 안되고 이미 있는 도시 인프라를 통해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현재 모두 다는 아니지만 상당수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출, 퇴근과 등, 하교를 위한 물리적 이동과 시간의 자유를 얻게 되었다. 경제활동을 위한 근무형태의 변화는 당연히 도시의 환경을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싱가포르는 국가 설립 초기부터 ‘가든시티(Garden city)’ 도심 속 정원이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1959년 슬럼화되어 있던 나라를 친환경 도시로 정비하였다. 그 결과 1997년까지 녹지 비율을 46.5%까지 높이는 데 성공하였다. 후에 더 이상 공원을 위한 필지를 확보하기 어려워지자 개념을 뒤집어 ‘시티 인 더 가든(City in the garden)’ 정책을 통해 정원 속에 도시를 넣는 개념으로 여러 정책을 추진 중에 있다. 


파크커넥터

그중 하나 재미있는 도시정책으로 ‘파크커넥터(Park connector Network)’ 가 있다. 1991년에 처음 시작된 이 정책은 싱가포르 국민들의 휴식과 활동 공간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에서 출발했다. 수년에 걸쳐 발전시켜 현재는 행상된 접근성, 그리고 자연과의 상호 작용과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플랫폼이 되었다. 또한 자전거 타기와 지역 사회에 식목을 하는 이벤트를 정기적으로 조직하여 후에는 시민들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이벤트를 공동으로 조직하고 친환경 도시개발에 참여하도록 유도하였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도시정책이라 생각한다.


싱가포르 파크 커넥터 계획도- 각 도시 인프라와 시민의 커뮤니티 구축을 위해 조성되었다. <출처: https://blogs.ntu.edu.sg>


 싱가포르 파크 커넥터의 향후 목표는 350만 명의 싱가포르 국민을 연결하기 위한 싱가포르 전체를 순환하는 파크 커넥터를 확장시킬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현 상황을 생각했을 때 이러한 도시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활동의 물리적 제약이 많은 상황에서 공원 시설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거니와 이용하려 해도 웬만큼 외출준비를 하고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더군다나 서울 같이 대도시이며 인구밀도가 높은 곳일수록 공원을 위한 면적 확보가 어려워 필요성을 알지만 이미 가득한 도시 인프라로 인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없다고 없는 상황만 한탄하기보다는 있는 인프라를 이용하여 바꾸어 나가는 것을 제안한다.




우선 건물의 녹화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흔히 서울을 빌딩 숲으로 이루어진 도시라고 하는데 건물의 옥상과 벽을 녹화한다면 빌딩 숲이 진짜로 숲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싱가포르 국립공원 위원회는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에게 건물 녹화에 필요한 비용을 50%까지 지원한다. 이 사업을 통해 지난 2009년부터 약 110개의 건축물이 녹화 사업에 참여했다. 우리도 이런 도시정책을 실행할 때 건축가와 도시 설계사에게 건물 녹화에 필요한 전문 지식과 기술을 의뢰하며 앞으로의 건축설계와 도시설계 방향도 설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싱가포르의 대표적 녹색 건축물 캐피타 그린 (Capitagreen) <https://www.cict.com.sg/office/capitagreen.html>


다음 우리에게 있는 도시 인프라 도로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재택근무와 같이 경제활동에 있어 물리적 제약을 받지 않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도로 이용량도 많이 줄어들게 될 것이고 차량 이용도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  우리의 도시 거리를 도로를 공원으로 바꾸자. 줄어든 차량의 유동수만큼 차선을 줄이고 갓길 주차장도 줄여 공원화하고 산책로를 조성한다면 우리는 도시와 도시를 잇는 새로운 유형의 공원을 얻게 될 것이다. 단순한 선형의 공원이 아닌 원형의 공원, 순환형 공원을 얻게 되는 것이다.                    




우리 서울에도 훌륭한 공원들이 많이 있으나 지금은 고립된 섬처럼 되어 있어 공원 주변에 사는 사람이 아니면 자연을 누릴 수 없다. 또한 앞으로 교통은 대중교통보다는 개인 이동수단으로 바뀔 것이고 생활권 또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생활권이 줄어듦에 따라 도로의 주인이 자동차에서 사람으로 넘어간다면, 공원까지 가는 길을 정원처럼 바꾸어 녹지를 즐기며 걷다가 공원에 이르러 자연환경과 만나는 연결고리를 제공할 수 있고 우리의 도시 또한 정원 속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서울과 도시의 현대화 수준도 비슷하고 고온다습한 기후도 비슷한 싱가포르의 면적은 697.2 km²로 서울(600 km²)만하다. 비슷한 면적으로 서울에도 파크커넥터와 같은 녹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인 결코 꿈이 아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앞으로의 공원의 형태는 면적인 요소로 다루느냐 선적인 요소로 다루느냐 식의 형태적 논의는 무의미하다. 그 도시에 있어 비워야 할 부분이 면적이라면 정방형이고 도로라면 선형이다. 중요한 것은 주어진 도시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여 도시를 녹지화 함과 동시에 파크커넥터와 같은 도심 속 녹지 축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의 형성과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발전하는 이벤트를 통해 살아있는 도시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다.   

사람들의 삶의 동선과 함께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도시정책과 높은 수준의 엔지니어드 된 인공적 자연을 설계할 전문가 집단과 이를 사용하는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야만 우리의 도시는 바뀔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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