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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은 May 14. 2022

써머 필름을 타고

 

그런 말이 있지 않던가. 영화를 사랑하는 첫 번째 방법은 영화를 여러번 보는 것이고, 두 번째는 글을 쓰는 것이고, 세 번째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궁극의 사랑은 창작인걸까. 

 SF, 청춘을 뒤섞은 이 영화는 결국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한 영화이다. 미래에는 영화가 사라진다는 말이 나온다. 5초정도의 짧은 영상이 영화 취급을 받고, 그래서 극장은 사라진다고. 현실적이라 더욱 섬짓하다. OTT플랫폼의 강세로 극장의 입지는 더욱 작아지는 중에다가 틱톡, 유투브 쇼츠 등의 짧은 영상들이 성행하는 현실이다. 그래도 누군가는 계속 영화를 만든다. 

 린타로의 존재는 영화의 상징이다. 그는 과거, 현재, 미래를 오가는 존재이다. 그리고 영화는 수많은 시간들을 연결한다. 할머니의 영향으로 살아보지 않았던 시대를 다루는 영화를 좋아하는 맨발 감독처럼. 

맨발 감독의 영화 제작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무사의 청춘'은 영화동아리의 시나리오 투표에서 선정되지 못해 학교의 지원금조차 없다. 이삿짐 나르기 알바를 하며 제작비를 모으지만 그래도 모자라 장비도 시원치 않다. 조명은 자전거에 요란한 불빛을 달아놓은 친구의 것으로 대신하고, 촬영은 핸드폰으로 진행한다. 스탭도 겨우 5명이다. 열악한 상황에도 서로 유대감을 쌓으며 모두가 즐겁게 촬영에 임한다. 이런 장면들은 '영화'에 대한 사랑을 일깨운다.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은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고군분투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따금씩 촬영에 방해되는 것이 있어 찾아가보면 학교 지원금으로 여러 장비를 갖추고 많은 스탭들과 촬영하는 영화동아리가 보인다. 어쩌면 이들과 경쟁하는 것 같지만 결국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촬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영화 동아리의 감독 가린의 도움으로 상영회에 영화를 틀 수 있었다. 누구 하나가 잘 만든다고 다른 이가 지는 것이 아닌, 저마다의 가치를 가진 영화니까. 경쟁이 아니라 공생이다. 

 상영회에서 마지막 장면이 맘에 들지 않아 그 자리에서 촬영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이다. 상영회를 중단하고 그 자리에서 촬영한다는 말도 안 되는 짓을 모두가 응원해준다. 청춘영화스러운 설정이지만 그 안의 모두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납득이 되는 것이다. 대디보이는 자신이 아니라 맨발이 촬영해야 한다며 칼 대용의 빗자루를 맨발에게 건넨다. 맨발은 극 중 적인 린타로에게 닿기 위해 많은 이들과 싸워야 한다. 그 일련의 과정들이 '무사의 청춘'을 만들기 위해 고생한 날들, 그리고 앞으로 맨발이 마주할 고난들을 상징하는 것만 같다. 영화는 곧 사라질 거다, 이미 명작 많고 네 영화 아니어도 영화는 많다는 말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발은 영화, 린타로에게 닿는다. 

 영화에는 두 가지 선언이 나온다. 첫 번째는 맨발의 선언이다. 미래엔 영화가 사라진다는 말을 듣고 촬영조차 내팽개칠 정도로 허무함을 느낀다. 그렇지만 영화가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 영화를 찍겠노라 선언한다. 두 번째로, 좋아하는 영화 감독의 데뷔작을 보기 위해 과거로 온 린타로는 결국 영화를 만들겠다 선언한다. 궁극의 사랑은 창작이니깐. 선언이라 한 이유는 영화가 사라진 미래를 알면서도 고된 길을 택한다는 말이 비장하게 느껴저서다. 영화인들은 이 선언을 매순간 품고 살아가는 것 같다. 앞서 언급했지만 OTT플랫폼의 강세로 극장 영화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돈을 벌기는 커녕 자신의 돈을 들여 영화를 만드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사랑이 없다면 영화를 하지 못한다. 

 <써머 필름을 타고>는 영화의 가치에 대한 찬사. 영화인들에 대한 찬사이다. 왜 영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지, 왜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영화를 만드는지. 사랑의 언어를 표현하는 영화를 보다보면 가슴이 저릿해온다. 내 사랑이 궁극에 닿지 못하더라도 난 영원히 영화를 사랑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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