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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w Walker Dec 01. 2024

Specialist란 꾸준함의 또 다른 이름  

진정한 슈터는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다. 

"슈터에게는 확실히 재능이 필요하다. 중학교 MVP를 따낸 정대만에게는 그 재능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정한 슈터는 연습에 의해서만 만들어진다. 끝없는 반복 연습만이 슛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신준섭은 그 때부터 하루 500개의 슛연습을 거른 적이 없다." (해남고등학교 남진모 감독) 


만화 슬램덩크에 나오는 대사이다. 

카나가와 지역을 대표하는 최고의 고등학교 해남고등학교의 감독이 팀의 슈터이자 전국 최고의 3점슈터인 신준섭을 주인공 팀인 북산의 슈터 정대만과 비교하는 내용이다. 


당시 신준섭은 최강이라 불리는 해남고등학교에 센터로서 입단하였지만 체력도 좋지 않고, 운동 능력도 없어서 동기들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감독도 농구를 그만두라고 권하려 하던 참에 신준섭이 밤까지 남아서 슛을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 그를 슈터로 포지션을 바꾼다. 그렇게 그는 전국 최고의 3점슈터가 된다. 


이런 그에게 내리는 감독의 최고 찬사가 바로 저 위의 대사이다. 


최근 NBA의 농구 페러다임은 3점슛이다.

3점슛이 최후의 전략으로 자리잡았던 빅맨 위주의 농구에서 3점슛이 가장 우선시 되는 농구로 변하게 된다. 

더이상 체격과 골밑 스킬이 아닌 빠른 페이스를 위한 기동력, 정확한 슛터치, 골밑 리바운드 능력 등 빅맨에게 요구되는 스킬또한 빠르게 변하게 된다. 


이렇게 패러다임이 가장 빠르게 변한 이유는 누가뭐래도 스테판 커리의 등장일 것이다. 

논란의 여지없이 역대 최고의 3점슈터이며 MVP, FMVP, 올림픽 금메달, 우승 4번 등 이미 살아있는 전설이자, 포인트가드 포지션에서 이제는 매직존슨과 자웅을 겨루는 리빙 레전드로 등극한다. 


또한, 스테판 커리를 제외하면 현재 3점슛 관련한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역대 넘버2 슈터인 Splash Brothers의 또 한명의 주역인 클레이 탐슨 또한 3점기계로서 NBA 페러다임을 바꾸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오늘 내가 소개하고자 하는 선수는 이 두명의 선수가 아니다.

제임스 하든, 레지밀러, 레이 알랜과 같은 한 팀을 책임지는 에이스로서의 3점슛 도사들도 아니다.

NBA 내 평균 이하의 운동신경과 체격을 가졌고, 팀에서 득점을 주로 담당하는 스코어러의 역할도 아니였지만, 당시 최고의 3점슈터 중 하나로 뽑았을 때 무조건 거론될 수 밖에 없었던 롤플레이어 슈터이다. 

최전성기 스테판 커리 시대였지만 다른 스킬을 제외한 오직 3점슛 부분에서는 클레이탐슨과 스테판커리에 비견될 수 있었던 유일한 선수, 바로 카일 코버이다. 

애틀랜타 호크스 시절 카일코버

카일코버는 201cm / 96kg으로 NBA에서는 평범한 체격이며 2003년 드래프트 2라운드 51순위로 뉴저지 네츠에 지명된다. (뉴저지 네츠는 현재 브루클린 네츠) 


2003년에는 드래프트 황금기라고 불리는 시대로 1순위 르브론제임스, 3순위 카멜로 앤서니, 4순위 크리스 보쉬, 5순위 드웨인 웨이드가 코버의 동기이다. 


당연히 카일 코버라는 선수는 이름만 명시되어 있을 뿐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선수였다. 

대학시절 최고의 3점슈터로 활약했으나 슈팅을 제외하면 돌파 능력 부족, 느린 속도, 드리블 능력 수준 미달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당시 고등학교 졸업 후 혹은 대학교 1년 후 바로 NBA로 입학하는 트랜드와 다르게 4년동안 대학교에서 선수로 졸업하고 NBA로 입성하였다. 


심지어 지명한 뉴저지 네츠는 코버의 단점이 매우 뚜렷하여 그와의 계약을 포기하고 필라델피아 지명권을 받게 되면서 필라델피아 식서스에서 데뷔를 하게 된다. 

데뷔 초기에는 가비지 멤버 취급을 받았고 당시 최고 스타였던 앨런 아이버슨의 팀으로서 그에게는 큰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갈고 닦은 3점슛으로 그 다음해부터는 조금씩 증용받기 시작하고 결국 유타로 트레이드 된 09-10 시즌에 단일 시즌 3점슛 최고 성공률인 53.6%를 기록하였다. 


이후 애틀랜타 호크스로 옮기면서 자신의 재능을 폭팔시켰으며 14-15시즌에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3점슛을 성공시킨 선수 중 한명인데 성공률이 거의 50%에 육박하는 엄청난 기록을 세웠다. 이러한 기록으로 그는 드웨인 웨이드가 휴식으로 불참한 nba 올스타에 대신 선정이 되었다. 


하지만 부상으로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받으면서 그의 3점슛 성공률이 조금씩 낮아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하여 다시 정상급 슛터 성공률로 복귀하는 데 성공하지만 결국 우승반지는 획득하지 못하고 몇년간의 선수생활 끝에 은퇴하게 된다.


이렇게만 보면 뭔가 한가지 재능이 있는 선수가 열심히 해서 성공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코버의 경기는 직접 봐야만 알 수 있는 그의 처절함이 있다. 바로 그는 단순한 3점슛만 쏘는 선수가 아니라 볼이 없을 때 움직이는 오프 더무브를 경기 내내 시전하는데 이것은 엄청난 체력과 끈기가 필요한 움직임이다. 


특히 코버의 3점슛은 요즘 시대의 선수들이 쏘는 것과는 매우 다른 스타일이다. 요즘은 현란한 드리블 후 3점을 쏘거나 아니면 볼을 많이 돌려서 오픈 찬스를 만들어 쏘는 3점슛이 대세이지만 코버의 3점슛은 하프 코트상황에서 사이드 혹은 베이스라인을 타고 수비수들을 재끼고 순식간에 뛰어와 3점슛라인에서 패스를 받아 풀점프로 뛰어서 던지는 역동적인 3점슛을 구사했다. 농구를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요즘 시대의 3점슛보다 훨씬 고난이도의 3점슛이다. 그는 이 어려운 스킬을 본인의 것으로 만들어 남들과 차별화된 3점슛을 만들어냈다.  


그렇다고 코버가 수비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물론 피지컬이 너무 제한적이라 수비능력은 제로였지만 실제로 그의 플레이를 본 사람들은 그가 수비를 대충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팀을 위한 피지컬 적 파울도 서스름없이 먼저 하는 그의 열정은 코버가 농구를 대하는 마음이 진심인것을 알게 해준다. 


카일 코버를 보면 정말 Specialist라는 단어가 많이 생각난다. 

본인이 가진 재능보다 단점이 더 많았지만 그 재능으로 단점을 다 상쇄시키는 노력과 열정이 나에게는 많은 감동을 주었다. 특히 너무 인간적이었던 그의 모습이 더더욱 그를 응원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맨날 부딪히면 떨어져 나가고, 수비와 드리블 능력의 한계로 팀의 도움을 받아야만 존재할 수 있는 선수였지만, 결국 그의 단 한가지의 능력으로 팀도 그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경지까지 오른 것이다. 


카일코버는 "내가 잘할수 있는 한가지에 모든 것을 걸었다"라고 종종 말했다고 한다. 

그는 이 한가지에 모든 것을 걸기 위해 아래와 같은 루틴을 반복했다고 한다. 


1. 완벽한 슈팅 폼 고집: 항상 같은 각도, 같은 스텝으로만 슛을 던짐 

2. 하루 500-1000개의 슛 연습 (실전과 같은 슈팅 폼으로) 

3. 경기 전에 사용하는 공과 경기장 조명, 경기장 공기 흐름 체크 

4. 요가, 명상을 통해 정신력 강화 


사회에서 우리는 단순히 한명의 인간에 불가하다. 

우리 위에는 뛰어난 사람들이 즐비해있고 그 중 천재로 불리는 사람들은 세상을 혁신적으로 바꾸기도 한다.

하지만 평범한 우리에게도 각자의 장점이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갈고 닦아서 그 부분의 Specialist가 될때까지 노력하면 언젠가는 주변에서 빛을 낼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카일 코버처럼 빅무대일 필요는 없다. 각자의 환경에서 그 장점이 Speciality가 된 순간 우리도 또다른 평범한 사람에게 할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카일 코버의 데뷔이전 평가와 은퇴 후 그의업적을 간단히 비교한 내용으로 글을 마치려고 한다. 


데뷔 이전 평가:

- 신인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핸들링과 가로수비는 NBA 수준 아님

- 단독 돌파 불가, 낮은 점프력, 드리블 평범 

- 지명한 뉴저지 네츠에서 계약 포기 

- 데뷔 시즌 가비지 멤버 

- 3점슛을 제외하면 공격 루트 없음 


은퇴 후 기록:

- 역대 단일 시즌 3점슛 최고 성공률 (09-10 시즌 / 성공률 53.6%) 

- 최다 경기 연속 3점슛 성공 3위 (127경기)

-  NBA All-Star 선정 

- 2014년 미국 농구대표팀 후보군 선정 

- NBA 누적 3점슛 성공개수 역대 8위

- NBA 3점슛 통산 성공개수 2000개 이상 달성한 16명 중 한명

- NBA 3점슛 통산 성공개수 2000개 이상 달성한 16명 중 최고 성공률인 42.9% (스테판 커리: 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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