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이녁 Apr 09. 2022

여소야대의 시대

하는 것을 막을 순 있지만 하지 않는 것을 막을 순 없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선인 윤석열. [사진|뉴스앤조이]

 커다란 선거가 끝났다. 그 결과는 여소야대이다. 여소야대란 국회에서 여당보다 야당의 인원수가 더 많은 상태를 말한다.


 여소야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언가 하는 것을 막을 순 있지만 ‘하지 않는 것’을 막을 순 없다는 것이다.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수입하는 걸 막을 순 있어도 WTO 소송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는 것을 막을 순 없다는 것이고,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는 걸 막을 순 있어도 위기 청소년 지원 정책을 하지 않는 것을 막을 순 없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여소야대의 상황에선 행정부와 입법부의 상호 견제가 원활히 이루어질 것이라 기대하지만, 오히려 정당의 이념에 사로잡힌 묻지마 견제의 부작용으로 정국이 불안해지는 것을 넘어 멈추어질 우려가 크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곧 선거철이라는 사실이다. ‘정치인은 다음 선거를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 있듯, 선거를 앞둔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 지방의원들은 재선에 몰두하며 본래 맡은 바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느 한쪽은 여소야대를 멈추기 위해, 또 어느 한쪽은 계속 여소야대이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정치인은 의회나 지자체 청사보단 유세 트럭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게다가 이번 대선에서 각 정당의 공약만 봐도, 현재 양대 정당의 견해의 간극이 너무나도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당의 기율이 강하고 행정부와 제1야당 간의 이념, 정책적인 면에서의 간극이 분명하며 거대 양당 체제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정치 환경 특성상 행정부의 국정운영이나 정책 시행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우려가 크다. 심각한 경우 상호 견제에 따른 일명 ‘언론 플레이’로 인해 정부는 통치력의 행사가 무능력, 비효율적, 무책임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의 쟁점 현안들(코로나-19, 성별 갈등, 신냉전 등)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식물정부’로의 지름길이다.


2019년 패스트트랙 관련 국회 폭력 사태 [사진|민중의소리]

 과거의 여소야대 사례를 살펴보면 너무나도 절망적이다. 가장 최근의 여소야대 상황은 2017년 조기 대선 이후인데, 당시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검경수사권 조정법안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의 국회 폭력 사태 및 채이배 의원 감금 사건, 자유한국당과 우리공화당의 국회 난입 사태는 끔찍하다는 표현 외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을 만큼 정치의 더러운 면을 여실히 드러낸 바 있다. 이번 여소야대 상황으로 인해 또다시 동물국회, 혹은 ‘짐승국회’의 모습을 보일까 두렵기까지 하다.


 물론 아무리 더럽고 추접스러운 동물 정치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식물 정치보다는 낫다. 한 사람에게 장악된 채 그의 말에 박수 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정치의 결과가 어떤지, 우리는 과거 군사정권 때 뼈아픈 수업료를 치르고 배운 바 있다.


 그러나 집권당과 의회의 다수당이 어느 곳인가에 상관없이 오로지 국민 통합과 옳은 정치를 위해 몰두하는 해외 정치 사례들을 생각해 보면 동물 정치와 식물 정치 중에서의 양자택일이라는 상황이 반드시 필연적이어야만 하는가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이것은 그만큼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이 너무나도 절망적이라는 방증일 것이다.


고개 숙이는 이재명 상임고문.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대선 당시를 생각해보면 그 어떤 언론이나 시민단체들도 여소야대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지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투표는 누구 한 사람의 선택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기에 당신이 누구를 찍었냐에 대해 감히 책임을 물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최악과 차악 중 어느 한 사람을 고른다는 오명을 쓴 이번 대선에서 그 누구도 여소야대로 인해 멈춰질 정국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직 인수위원회 구성도 다 끝나지 않았기에 곧 다가올 새로운 정부가 각 현안들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알 수 없다. 또한 이젠 거대 야당이 된 민주당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알 수 없다. 다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선인이 그동안 보여왔던 우려와 걱정, 논란과 설화의 여지를 더 이상 보여주지 않고 신인 정치인으로써의 장점만을 발휘하길 바라며, 야당 또한 정권 되찾기보단 여소야대에 대한 우려를 잠식하고 정치 발전을 위해 힘쓸 수 있길 간곡히 바라며 글을 마친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하철 시위를 멈추라는 너에게 묻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