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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이녁 Jun 17. 2022

학생인권조례, 과연 최선인가요?

학생인권조례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지난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참으로 치열했고, 개표 상황은 첨예하게 대립하였으며, 그 결과는 역시나 흥미로웠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는 유난히 많이 보인 문구가 있습니다.


- 전교조 철폐/OUT/반대

- 좌파 교육 철폐/OUT/반대

- 학생인권조례 철폐/OUT/반대


이 세 가지 문구는 주로 보수 진영 교육감 후보들이 사용했던 표어로, 결코 서로 떨어지지 않고 늘 붙어 다녔습니다. 전교조의 교육은 좌파 교육, 그 전교조의 좌파 교육의 산물은 학생인권조례이다. 뭐 이런 논리입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의 행태와 교육의 정치적 편향성에 관한 내용은 말하고 토론하자면 밑도 끝도 없어지는 내용이니 이번 글에서는 따로 다루진 않겠습니다. 다만 거슬리는 것이 있습니다. ‘학생인권조례’에 관한 내용입니다.


학생인권조례는 2009년 당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에 의해 발의되어 2010년 경기도의회를 통과해 공포, 2011년 시행된 경기도학생인권조례가 최초로, 이후 광주광역시, 서울특별시, 전라북도, 충청남도, 제주특별자치도, 인천광역시 순으로 시행 되었습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지역마다 자잘한 차이들은 있지만, 보통 아래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 체벌 금지

- 야간자율학습 강제 금지

- 용모에 대해서 자기의 개성을 실현할 권리 보장

- 두발 길이 규제 금지

- 학생의 양심에 반하는 진술 강요 금지

- 종교의 자유 보장

- 성별, 종교,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언어, 장애, 용모 등 신체조건,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또는 가족 상황, 인종, 경제적 지위,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병력, 징계, 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 받지 않을 권리 보장

- 생리로 인한 고통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 않을 권리 보장 및 적절한 배려 조치 보장

- 불특정 다수 또는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소지품 검사 금지

- 의사 결정 시 학생 의견 수렴


이 중 여러 단체들(주로 보수 단체들)의 비판을 받는 부분은 볼드체로 처리했습니다. 아마도 ‘학생의 인권은 보장되어야 한다’라는 명제에 반대를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학생도 사람이고, 사람에겐 천부적인 인권이 있으니까요.


그럼 묻겠습니다. 왜 반대하나요? 위 내용 중 우리나라 법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내용이 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모두 대한민국의 헌법과 여러 법률들에 의해 보장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로써 이미 보장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학생이고 어리다고 해서 대한민국 법의 보호를 받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몇몇 사람들이 말합니다. 학생인권조례로 학교가 개판이 될 것이라고 말이죠. 솔직히, 대한민국 공교육은 많이 망가져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간간히 학생이 선생을 때렸다, 이런 뉴스가 들려오기도 하니 말이죠. 그럼 다시 묻겠습니다. 지금 공교육의 문제들은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촉발된 문제인가요? 만약 이 질문에 ‘예’라고 답하셨다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범죄나 부조리한 것들이 모두 대한민국 헌법에 의한 인권 보장 때문이라는 말도 안되는 명제에도 ‘예’라고 답하셔야 할 겁니다.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학력수준이 저하된다구요? 그렇다면 국민들의 인권이 보장됨으로 인해 국가 경제가 위태로워진 적이 있습니까? 혹은 나라가 위험에 처한 적이 있습니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국가 발전의 기간이 되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윤석열 대통령의 한미 정상 회담 중 반도체 공장 시찰 당시 발언 참조) 게다가 2011년과 현재의 수능 성적(국어(언어), 수학(수리), 영어(외국어) 영역)을 비교해보면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고 있는 서울, 광주, 경기, 전북 등 4개 지역은 2011학년도에 전국 평균보다 4.5점 더 높았고, 2017학년도엔 6.8점 더 높았습니다.


학생인권조례는 동성애를 옹호한다구요? 어찌 ‘차별하지 않는다’가 ‘옹호’가 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행위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 성소수자 옹호자들인가요?


교권이 실추된다구요? 아뇨, 정반대 입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시도별 교권침해 현황을 보면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한 지자체들은 모두 교권 침해 사례가 줄어 들었습니다. 서울은 2013년 1,318건, 2014년 955건, 2015년 706건, 2016년 585건, 2017년 463건으로 줄었다. 경기는 2013년 1,291건, 2014년 714건, 2015년 493건, 2016년 500건, 2017년 495건, 전북은 2013년 141건, 2014년 111건, 2015년 150건, 2016년 88건, 2017년 83건, 광주는 2013년 253건, 2014년 243건, 2015년 136건, 2016년 92건, 2017년 163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미 대한민국의 최고 권위 법규인 헌법과 그 아래 법률들에 의해 보장되고 있는 인권을 그저 조례를 통해 강조하기만 했을 뿐인데, 이것이 어떻게 이리 논란이 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물론 교사인권조례는 없으니, 학생 인권과 교사 인권 보장의 불균형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교사가 학생을 팬다거나 아무런 이유 없이 소지품을 탈탈 터는 행위가 당연시 되었던 과거의 흐름을 이해한다면 학생인권조례가 왜 제정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학생인권조례가 과연 최선일까요? 학생인권조례도 언젠가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성인들은 법률로 충분히 보장되고 있는 인권을, 학생들은 조례를 따로 만들어야 할만큼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통탄스러우니까요. 오직 학생만이 아니라, 교사를 포함한 이 나라 이 세상 모두가 법률을 통해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 받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바뀌어 나가야 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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