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중요한 요소로 책이 자리함을 늘 감사히 생각한다.
팬데믹 상황이 아니더라도 혼자의 시간이 많은 터라 매월 너 댓 권의 책을 구매한다. 그게 나의 문화비용이고 사적 소비다.
7월에도 읽고자 했던 몇 권의 신간 외에 <에픽>이라는 계간지를 포함했다. 지난해 출간한 내 책 리뷰가 들어 있다는 정보에 의해서다.
그러나 이번 호를 받고 단숨에 다 읽은 후, 지난가을 창간호부터 정기구독 요청을 했다. 정기구독자에게 제공되는 단행본까지 한 꾸러미 책을 받은 후 네 계절을 넘은 4권의 <에픽>을 열중해서 다 읽었다. 소설 두어 편을 건성건성 본 것 외에는 거의 다 꼼꼼히 읽은 잡지다.
사실 문학잡지를 구독하다 보면 소설만 열심히 읽고 다른 장은 어렵거나 재미없어 그냥 넘기는 장들도 많은데 나에게 이 책은 소설보다 논픽션이 단연 압도적이었다.
재소자와 교도관들, 군사고(?)사로 자식이나 형제를 읽은 가족들, 응급실의 노동자들, 자살 유가족들, 대학 연구실, 밀덕(밀리터리 덕후) 고백, 등등의 논픽션들이 다 그랬다. 때로는 숨이 훅 막히고, 때로는 누군가들이 떠올라 먹먹했던 이 글들은 감히 재미나 감동 등의 언어만으로는 말할 수 없는 내용이다.
주제를 연결하는 두 권의 책을 묶은 리뷰 1+1이나,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도 대체로 좋았지만 논픽션들이 큰 여운을 남겼다.
돌아보면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강화한 계기는 논픽션이었다. 70년대 후반, 운명처럼 다가 온 월간 대화에 실려 있던 무등산 타잔(박흥숙)의 진실, 평화시장과 동일방직 등 노동자 선배들 글이 그랬다. 또한 당시 얇은 책으로 나왔던 황석영의 <벽지의 하늘>- 탄광촌 실화도 큰 울림이었다.
소설을 좋아하고 많이 읽지만 보다 더 <전라도닷컴> 할머니들이 툭 던지는 진실에 매료되고, 여성농민 구술사 <억척의 기원> 같은 책을 잡으면 밤을 지새우게 된다.
물론 나는 여기서 언급한 책들의 발행인들과 아무 인연이 없다. 그저 좋은 것 보면 벗이 생각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