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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남수 Jul 19. 2021

국이 된 불고기

과유불급(過猶不及), 한자풀이를 검색하면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고 되어있다.

실상 정도를 넘는 어떤 행동은 아니하느니만 못한 경우가 많다.

과식, 과한 운동, 과한 언어, 과욕 등등 차라리 좀 부족한 게 낫다.

서두가 과했지만 동네 모퉁이 집 담을 넘은 키위를 보며 주절주절 떠올린다.  

   

오래 전의 일이다.

모처럼 잘 안 하는 불고기를 해 먹으려고 소고기를 한 근 사 와서 양념에 잴 재료를 챙겼다. 배, 사과, 양파뿐 아니라 키위를 넣으면 부드러워진다는 들은 얘기가 있어 키위도 듬뿍 갈아 넣었다. 저녁에 식구들 올 시간이 되어 재어 둔 고기를 꺼내 팬에 부었는데 뭔가 이상했다. 고기가 마치 분쇄기에 갈아 끓인 것처럼 가루가 되어 있는 게 아닌가.

이건 뭐 수프도 아니고 도무지 식탁에 올릴 수 없었다.


이유는 키위의 용량 과다였다. 좋다니까 잔뜩 넣은 데다 양념 게 한다고 시간을 두었더니 아예 분해해버린 것이다.


이날 우리 식구들은 국이 되어버린 불고기에 어이없어하며 상추만 잔뜩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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