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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온기 Nov 21. 2021

체험학습장 말고 진짜 자연체험





주말이면 어디라도 가야 하는 우리 가족의 습관

여행이라는 단어의 틀에 맞춰서 계획하고 다니는 것보다

집 근처라도 혹은 멀더라도 그곳에 있는 그대로를 보는 우리 가족에게는 어느 곳이든 자연체험이 된다


터전은 늘 도심지였고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건 수목원이나 박물관 아니면 체험학습장뿐이었다

인위적으로 나무를 심어놓고 잔디밭을 만들고 주변엔 카페와 굿즈를 파는 곳이 일상인 곳들이  자연을 체험하는 곳으로 알고 있던 나에게 진짜 자연을 알게 해 준 남편 가끔 시골 출신이라고 장난 삼아 놀리긴 하지만 그 시골에서 자란 남편의 기억과 추억들이

지금 아이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 주는지는 감히 상상 이상이다


지금 어른들의 어릴 때는 미래에도 그렇게 늘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이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을 거라 당연하게 생각했었지만

내가 어른이 된 지금은 어릴 때 보았던 것들을 쉽게 볼 수 없을뿐더러 찾아다녀도 찾을 수 없는 것들이 많아졌다

이제는 어떤 식물을 봐도 기억이 안나는 것들도 생겼고 오히려 책에서 본  기억을 가지고 있는 아이가 이야기해 줄 때도 있다.


그런 우리 가족에게 진짜 자연해설사, 식물 해설사, 곤충 해설사  그 모든 걸  자격증 하나 없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남편이 있다.

남편 덕에 알게 된 농작물, 길가에 이름 몰랐던 풀들 , 흔히 보는 곤충들 , 냇가나 천변에 있는 수중식물들이 정말 많아졌다

그렇게 결혼 13년 동안 알게 된 것뿐만 아니라 지금은  아이들이 물어보는 자연에 대해 어느 정도 대답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또 한몫한 것은 환경에 대한 관심이 곧 자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야생동물. 곤충 등에 대해서도  스스로 찾아본다




우리 가족은 진짜 자연체험을 좋아한다 그리고 일부러 찾아다닌다. 다닐 때마다 우리가 자연을 보러 갈 곳은 정해져 있지 않다.

목적 없이 여행하는 걸 좋아하고 지나가는 길에 보이는 시골 작은 동네도 우리 가족에게는 자연이 된다.

회색빛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농작물 재배지도 아이들에겐 탐구생활 같은 즐거운 일이 되었다. 주말에 들렀던 작은 동네에서 산책을 하던 우리가족 눈에 들어온  다 털고 나온 들깻대는 걸어가던 아이들에게 신기한 장면이고 우리의 해설사 아빠는 아이들에게 친절한 설명과 함께 향을 맡을 수 있게 도와준다. 집에서 늘 병에 담긴 들기름만 본 아이들은 어떻게 이렇게 작은 씨앗이 기름이 되는지 궁금해했고

해설사 아빠는 그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들깨 향을 잔뜩 맡고 힐링된 우리가 지나가는 길 다시 발길을 잡은 건 아빠가 발견한 율무

어른인 나도 처음 보게 된 율무는 늘 일회용 긴 비닐에 담겨 율무차라는 이름으로  뜨거운 물에 타 먹어 보기만 했지

이렇게 떨어져 있는 율무를 볼 거라 생각도 못했었다. 수확한 율무에서 미처  익지 못해 수확되지 않은 하얀색 율무는

덜 익은 거라고 한다. 이게 익으면  그걸 이용해 율무차나  율무를 이용한 음식 그리고 율무밥 등을 해 먹게 된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본래의 율무를  볼 수 있던 기회가 되었다.









다 수확된 대 사이에 미처 떨어지지 않은 콩과, 버려진 고춧대에서 수확한 고추, 그리고 아이손에 있는 작은 것들은 나팔꽃 씨앗

요즘은 아이들 자연관찰 책이 실사라는 이름으로 자세히 되어 있고 내가 봐도 아는 식물이나 동물들은 진짜 눈으로 보는 것처럼 그려져 있지만 아이들이 만지고 두 눈으로 실제를 보는 것는 분명히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나팔꽃 역시 도시에서는 흔히 보이는 꽃도 아니고 씨를 받아서 심고 퍼트렸던 예전과 다르게 씨를 살 수 있는 요즘

직접 꽃에서 씨를 받아 본다는 것 자체가 너무 귀한 경험이 아닐까 싶다.









두 눈으로 본 저 흙더미는 그냥 쌓여 있는 흙일뿐이었지 무엇인지 사실 궁금해하지 않는다. 온 가족 함께 참여했던 행사에서

고분군 사이사이 많았던 저 작은 흙더미들은 두꺼비들이 만들어 놓은 집이라고 한다 어릴 적 운동장 모래나 해수욕장에 가면

손등에 흙을 쌓아 손바닥으로 탁탁 두드리며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다오"



했던 그 두꺼비의 집이 라는걸 불혹을 넘겨서야 알게 되었다. 그 두꺼비 집을 우리 아이들은 훨씬 더 어릴 때 알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일까? 비록 지금은 학교 운동장도 흙보다는 우레탄이 깔리고 해수욕장에 가는 일보다 호캉스 수영장을 더 즐기고

동네에서 친구들과 흙놀이터에서 놀기보다는 키즈카페에 가는 일이 더 많지만 참 다행인게 우리 아이들은 키즈카페기억은 없어도

아빠가 알려준 것들이  기억 속에 남아 있어 어른이 되면 추억할 수 있지 않을까?








가을이면 장관인 억새나 갈대를 보러 가지만 정작 그곳에 터 잡고 살고 있는 동식물에 대한 관심은 덜하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고분군에는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갈대 사이에 이렇게 구멍이 나 있으니 해설사 남편인 너구리들이 다니는 길이라고 한다. 한참을 벤치에

햇살을 받으며 앉아 있어도 지나가는 그 누구도 이 공간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냥 이렇게 억새들이 자랐겠거니 아니 이 공간에 대한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게 더 많겠지? 낮에 사람들이 한참을 지나다니던 곳을 밤이되면 우리보다 먼저 터를 잡아 사는 너구리들의 공간이 될거라고 상상하기 쉽지는 않을것 같다







하루에 얼마큼의 사람이 지나가는지 가늠조차 하기 힘든 합천 해인사 올라가는 길

대벌레  한 마리가 사람들 사이로 건너려 하는 걸 막내딸이 발견했다

처음 보는 내가 더 신기해하고 호들갑이었는데 오히려 아이들과 남편은 익숙하게 대벌레라는 걸 알고 있었다. 분명히 이렇게 있으면

사람들에게 밟히거나 다리 한 짝은 떨어져 나가지 싶어 부디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잘 살아가 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숲으로 돌려 보내주었다.






관심 있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지킬 수 있는 거라는데 나의 환경에 관심이 자연과 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엔 그냥 아이들에게 회색 건물보다는 초록을 보여주고 싶어 다녔고 자연에 대한 관심은 거기까지 였는데 조금씩 식물, 동물, 곤충들이 눈에 들어왔고 눈에 들어온 자연에 대해서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소통할 수 있는 대화거리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내 입으로 체험이라 이야기 했지만 사실 자연이 살고 있는 곳에 사람들이 길을 만들고 그들이 사는 곳에 우리가 들어와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자연은 우리를 괴롭히거나 해꼬지를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우린 자연과 동식물들에게 임대료 한푼주지도 않으면서 그들의 터전을 더 많이 요구하고 있다. 파괴하지 않고 같이 공존하는 것만이 지금 우리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인데  더이상의 자연의 훼손이 이루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아이들에게 체험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 나혼자 애쓴다고 이루어지는 건 아니지만 내 아이들에게 만이라도 꽃을 꺾지 않고, 벌레를 잡아서 죽이지 않고, 동물들이 사는 터전을 망가뜨리지 않는 법을 가르쳐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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