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테기
두어 달 전부터 글을 쓰려고 손가락을 치켜올리면 몇 줄 쓰지도 못한 채 덤블도어의 오래된 책장 속 같은 작가의 서랍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렇게 들어간 글들이 몇 편인지 스크롤을 두어 번은 내려야 마지막 글을 확인할 수 있다 꽤나 글을 썼던 사람인 양 내게 왜 이런 글테기가 온 걸까? 아침에 눈을 뜨고 자기 전까지 글을 쓰고 싶다고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뭉게구름처럼 머릿속에 떠다니는 글감을 낚아채 설거지하다가도 글을 쓰려고 앉으면 고작 두세 줄 쓰고 더 이상 이어서 쓸 수가 없다.
부부 사이 권태기는 부부가 노력하면 벗어날 수 있고 , 직장에서의 권태기는 퇴사나 이직이 방법일 수 있겠는데
혼자 생각하고 혼자 글 쓰는 글테기는 어떻게 벗어 날 수 있을까? 5월에 브런치 작가가 돼서 1년도 채 안된 나의 글쓰기에 이렇게 빨리 이런 시기가 찾아올지 몰랐다. 어쩌면 글테기가 아니라 나의 바닥이 보이는 건가
머릿속에 물음표만 잔뜩이고 양피지에 혼자 써 내려가는 잉크펜처럼 키보드만 잡으면 금방 쓸 것 같은데
지금 쓰는 이 글도 내게는 어려운 시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