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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온기 Jan 03. 2022

내가 가장 젊고 행복한 날이었다





새해를 맞이 하는 게 벌써 마흔세 번째 어릴 땐 그저 어른이 되고 싶어서 어른이 되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해가 넘어가는 걸 너무 행복해했고 나이 한살이 든든한 나의 무기가 되었었다






나이 먹는 걸 좋아하는 나를 본 어른들의 눈빛이 이젠 나도 이해가 되는 그런 어른이 되어 있네 몸은 힘들지만 마흔세 번째 새해는 꼭 해돋이를 보고 싶어서 온 가족 둘둘 싸매고 집 뒤에 가장 높은 곳으로 어린 시절 아이 같은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보러 갔다 내 아이들 역시 나의 어릴 적과 별단 다르지 않은 기쁨은 순간들을 연출하는데 올해 7살이 되는 막내딸은 어린이집 하원 하자마다  내게 달려오며

" 엄마 나 오늘 한글 공부해야 돼요" 뜬금없는 한글 공부에 열이 타오르는 듯한 아이의 숨 가쁜 말에 황당해하며 "라온아 왜 갑자기? 한글 공부? "라고 물어보았더니 너무 진진한 표정으로

"저 내일이면 7살이래요 그래서 한글 알아야 돼요 엄마  한글 공부해요"

아이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진심에 엄마인 나는 같이 진심으로 대답해야 되는데 너무 재미있는 아이의 진심이 나도 모르고 웃어버렸다  "그래 한글 공부해야지 우리 라온이 7살 멋진 언니가 되니깐 말이야"






그렇게 아이들의 새해는 즐거움 한가득 아빠와 엄마의 새해는 마냥 즐겁지는 않지만 긍정적인 생각으로 너희들과의 한해를 준비하게 되네 구름이 없어 솟아오르는 해를 보기에 아주 좋은 날 차가운 공기가 마스크 안에서 물방울로 맺히고 있지만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느껴지는 희열에 해돋이 보러 오길 참 잘했다고 느껴졌다

아이들은 두 손 모아 기도하고 남편과 나는 2022년을 각자의 소망을 담아 눈빛으로 주고받았다.

"여보 우리 사이좋게 지내자 우리의 평화가 곧 아이들의 평화, 가족의 평화라고 생각해 "






아침 눈뜨자 마자 눈꼽만 떼고 빈속에 올라온 터라 주머니에 주섬주섬 챙긴 말랑카우는 어쩌다 보니 5개 그리고 꼭 새해 운세를 보듯 말랑카우의 메시지는 모두 다 다르고  잠시 멈춰서서 새해 운세를 읽으며 즐거워했다 새해를 이렇게 시작할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해돋이를 보고 내려오는 길엔 2022년 첫 플로깅 쓰레기 줍기는 나에게 그냥 일상 같은 행동 이젠 가족들도 모두 함께 줍고 남편은 나만의 포토그래퍼가 되어가고 있다.








2021년엔 우리 가족에게 정말 많은 일들이 생겼고 특히 나에겐 결혼 후 나 자신의 일만이 생기는 일은 올해가 가장 많았으며 많은 책을 읽고 환경에 관심으로 인해 상장도 받고 방송 출연도 해보고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도 못했는데 조금씩 삶의 활력을 찾아가는 것 같아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던 한 해가 되었다


살림살이들을 돌아보며 내가 지내왔던 것들을 살펴보고 그저 보통의 날인 듯한 2022년 1월 1일이지만 물건들도 뭔가 새해를 맞이 하는 듯 달라 보이기도 하고 2022년 1년을 그리고 그 이후 나의 삶도 어떻게 살아갈지 잠시 고민해 보기도 했다










1월 1일엔 공기도 다르고 사람도 달라지고 모든 게 눈에 보이는 변화가 있는 그런 날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시간 중 그저 하루 일 뿐이지만 이 날을 대하는 나의 마음과 생각에 새로움이 있다면 그날은 새날이라고 생각한다 꼭 1월 1일이 아니라 5월도 7월도 12월도 내가 마음과 생각을 달리 한다면 새로운 날이 되듯이 말이다


가족들과 잠시 외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어느덧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 뜨는 해만큼 지는 해도 정말 아름다운 날, 특별하지만 또 보통의 날이었던 오늘, 난 또 내일을 준비해 본다







지는 해를 보며

어린 세 딸아이에게  인생의 속도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그렇게 집으로 가는 길은 내가 가장 젊고 행복한 날이었다.







부탁해 2022년 우리의 아름다운 날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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