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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이례 Nov 23. 2021

[아프리카 생활기] 여자 혼자 나이지리아에 살기 (1)

유쾌하지 않았던 시작, 그리고...

아프리카, 아프리카, 아프리카. 내가 이 대륙에 여행도 아닌 일을 하며 살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특히 최근까지 벨기에에서 유학을 했기에 이토록 낙후되고 인구의 절반이 한 달에 십만 원을 채 벌지 못하는 가난한 나라에 와서 또다시 새로운 불편함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었냐고 물어보면 절대 그렇지 못했다고 하고 싶다. 하지만 내게 몸이 불편한 것보다 마음이 불편한 것은 더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고 여러 가지 이유로 내가 한국에 머무는 것은 불가능했다.


갑자기 아프리카로 취업을 하게 되었고 나는 나이지리아가 내미는 손을 잡았다. 적응력 하면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 나에게도 이곳은 꽤나 어려운 곳이었지만 이 세상 어느 곳이 마찬가지이듯 마음 둘 곳을 하나하나 찾게 되었고 그 이야기를 오늘 편이례의 공간을 빌어 나누고자 한다.




1. 그냥 주저앉아 울고 싶어라

2021년 9월 18일, 2주간 아프리카 가나에서의 교육 출장을 마치고 나이지리아의 옛 수도인 라고스 Murtala Muhammed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호기로운 태도로 아프리카 인구밀도 최고 도시에 도착할 때 당장 벌어지게 될 일을 상상도 못 하고 있었다 - 오늘날까지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경험을 공항에 도착하기 무섭게 직접 겪게 될 줄이야.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뜨끈한 콘크리트 바닥을 따라 걸으며 공항 내부로 모두가 밀물처럼 밀려들어갔다. 필요한 서류들은 주섬주섬 준비해서 입국심사를 받는데 내 차례가 되어갈 무렵 누가 내게 손인사를 건넸다. 나를 공항으로 데리러 온 드라이버 '굿윌(그나저나 멋진 이름이다)'이 입국심사장까지 들어왔다니, 남아있던 걱정이 훌훌 털리는 순간이었다. 나도 반갑게 손을 흔들어 그를 반겼고, 생각보다 순조롭게 흘러간 입국 심사를 마치고 드라이버에게로 다가갔다. 입국 심사장과 짐 찾는 곳이 바로 붙어 있어 그쪽으로 이동시켜주는 듯했다. 분실당했을까 노심초사했던 나의 커다란 짐가방이 세 개 가지런히 다른 사람들의 짐과 함께 놓여있었다. 십여 명이 되는 공항 직원들이 입국자들의 짐을 둘러싸고 있었고 나는 내 짐을 가져가려 했는데 드라이버와 직원들이 일제히 돈을 요구했다. 공항에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기에 준비해온 달러를 몇 장 쥐어주었고 받아든 이들은 사이좋게 내 눈앞에서 나눠가졌다. 어느새 다른 직원들도 몰려와서 손들을 내밀었다. 이제야 상황이 눈에 들어왔고 유니폼과 명패를 단 공항 직원들이 이런 행동을 한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됐지만 이걸 이해하기 전에 공항을 빠져나갈 일이 남아있었다.


그렇다. 아까 내가 드라이버라고 착각한 사람도 아무것도 모르는  같은 아프리카 숙맥에게 돈을 뜯으려는 공항 직원   명이었다.  그대로  붕괴가 일어날 조짐이 슬쩍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그때부터 커다란 짐가방  개를 가지고 이동할 생각에 눈앞이 막막했던  앞에 수많은 하이에나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때문에 어디 도망을  수도 없고 도대체 혼자서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할지 막막했다.  짐가방 하나는 자물쇠를 잠그지 못하고 와서  안에 짐들이 무사한지, 드라이버는 도대체 어디서 기다리고 있는지 온갖 걱정과 혼란이 머릿속에 메두사처럼 똬리를 틀고 있었다.


얼마 전 한국 손님을 웰컴 하러 재방문한 공항. 두 달 전과는 모든 게 달라 보였다.
총으로 무장한 경찰과 동행하지 않으면 접근조차 할 수 없는 도착 터미널


지금 보면 작은 라고스의 공항이  때는 내게 끝없는 미로였다. 커다란 짐을  카트가 필요했는데 카트 주변엔 아니나 다를까 ( 눈에는) 하이에나의 모습을  나이지리아 남성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최대한 나의 두려움을 들키지 않으려 애쓰며 다가가 카트 하나를 끄집어냈다. 아니나 다를까, 하이에나   명이 다가와 또다시 손을 내밀었다.  찾는데서 겪은 불행이 겨우 시작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발자국을 떼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공항 밖으로 나갈 때까지 정글에 놓여진 고양이의 심정으로 수많은 하이에나를 패스해야 했고 결국 게중 순한 하이에나  명을 찾아 딜을 했다: 한화 6 원에 나를 드라이버가 있는 주차장까지 데려다줄 것을 요구했다. 10시간처럼 느껴졌던 1시간이 지났고 가까스로 출구가 시야에 나타나자 나는 무슨 이런 곳이  있냐는 뜻으로 세상을 향해 외쳤다.

"What the f***! ㅠㅠ"




유전과 천연가스의 발굴은 정부 공공 기관의 부정부패를 더 심하게 만들었다. 시민들이 가장 부패된 기관으로 경찰, 정치인, 국회, 지방정부, 주정부 그리고 교통국을 차례로 꼽았다니 국가의 구석구석 병들지 않은 곳이 없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공항을 벗어나기 무섭게 5성급 호텔에 도착해 세면대에 흐르는 누런 물을 보고 충격받은 내가 이제 나이브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2. 노란 물로 세수하기 vs. 샤워하다 전기 나가기

재미있는 발란스 게임을 제안한다: 당신은 타이틀에 적힌 두 가지 옵션 중 어떤 걸 고를 것인가? 나는... 음... 그래도 샤워하다 전기 나가는 게 좋겠다. 공항에서의 최악의 경험을 뒤로하고 혼이 반쯤 나간 상태로 혼자 온갖 욕설을 하며 라고스의 유명한 교통 정체를 뚫고 호텔에 도착했다. 라고스의 누렇지만 꽤나 운치 있는 라군이 흐르는 방을 쟁취해 그 뷰를 즐기기 무섭게 손을 씻으려 세면대에 물을 켰다.


로비에서 40분을 입씨름하며 쟁취한 라군 뷰


손가락 까딱하면 흐르는 깨끗한 물을 감히 누가 당연하게 여겼던가? 바로 나.

잠깐 동안 욕실의 분위기 있는 노란 등(Light)이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고 생각했다. 눈을 계속 깜빡이며 초점을 맞추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고여있지도 않고 흐르는 물이 아무리 봐도 48색 크레파스의 상아색과 비슷한 것이다. 그래서 욕실에 물을 얕게 받아보았다. 의심이 확인이 되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수건으로 물기를 닦은 손에서 화학약품 향기가 강하게 올라왔다. 라고스 도심의 5성급 호텔도 유럽에서 목욕물까지 수입해 물탱크를 채울 수는 없겠지. 당장 전화기 9번을 눌러 수화기 건너편의 그녀에게 생수를 많이 갖다 달라고 요청했다.


나이지리아 경험이 많은 아프리카 다른 지점의 동료들이 양치질은 무슨 일이 있어도 생수로 하라는 우려 섞인 조언을 해주었는데 지금까지 잘 지키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바나나 섬 집의 물은 '화학처리'를 잘해서 물이 깨끗해 '보인다.'  하지만 양치질은 필히 네슬레 생수로만 하며 머리를 감은 마지막에도 두피를 생수로 헹구는 것을 빼먹지 않고 있다. (나름 적응해 살고 있는 이야기는 2편에서.)


글을 쓰기 위해 찾아서 방문한 카페에서 손을 씻는데 오랜만에 상아색 물을 마주함




나이지리아에 도착해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이지리아가 왜 이런 상황에 놓여있는지 알게 되었다. 자국민에게 물과 전기를 공급해줄 공공시설이 나이지리아에는 마련되어있지 않은 것이다. 단 한 번도 물과 전기를 특별하게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이곳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이 특권이 되어 있었다. 현재 거주하는 곳의 월세는 200만 원을 넘어가지만 며칠에 한 번은 발전기로 공급하는 전기가 끊기고 비가 많이 왔던 2주 전에는 물이 새다가 천장이 무너져버리기도 했다.



쇼핑이나 식사 중에 전기가 끊기는 일은 다반사



두 달 동안 이런 생활환경과 일에 그래도 어느 정도 적응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오랜만에 나이지리아에서 찾기 힘든 조용한 카페를 찾아 이렇게 글을 쓰고 있자니 두 달간 정말 많은 변화의 바람이 내 마음속을 휩쓸고 지나간 듯하다. 모든 게 힘들어 눈물 젖은 베개 위에서 잠을 청할 때도 있었고, 일과 생활 모두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은 마치 외줄 위를 아슬아슬하게 걸으며 곡예를 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아직도 완전하진 않지만, 마음속에 불어닥쳤던 바람이 내 나이지리아 생활의 또 다른 국면에 덮였던 모래더미들도 조금씩 걷어주고 있다. 2탄에서 그 이야기도 해보고자 한다.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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