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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이례 Jan 25. 2022

외이례의 시선으로 보는 페미니즘

벨기에 국영 신문사에서 다룬 한국의 안티 페미니즘 시위

한 해를 따뜻한 마음으로 시작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벨기에 국영 신문에 한국의 안티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기사가 났고 그것을 우연히 읽게 되었다. 한 면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기사를 읽으며, 몇 번이고 울화통이 치밀어 올랐다. 아니, 울화통으로만 표현하기에는 한 기사를 읽는 내내 머리가 복잡했다고 말하는 편이 낫겠다. 먼저, "안티 페미니즘"이라니, 한국의 이미지에 좋지 않은, 시대에 반하는 키워드이다. 속사정을 모르고는 속단하기 아주 쉽다. 기사는 한쪽으로 치우쳤다고 볼 수는 없지만, 시위 중에 사용된 자극적인 문구들을 적나라하게 내보이며 이슈화하였다. 똑똑한 시민이라면 고작 한 페이지의 기사만으로 한국을, 한국의 남자들을 일반화시키지는 않겠지 하며 일단 안심을 해보려 노력했다.


벨기에 국영 신문사 한 면을 차지한 사진. 신 남성연대의 배인규 대표가 이끈 시위의 한 장면이다.
그래. 인정하자. 기사를 읽고 첫 번째로 든 감정은 부끄러움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한국의 페미니즘이라고 통칭되는 행보들에 부정적인 마음이 있었다. 그에 따라서 이상한 방식으로 반응을 하는 반대 단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실이 없다고 생각했고, 이상한 포인트에 초점을 맞춰 여성의 권리를 주장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 이유로 "한국의 젠더 갈등"은 별로 관심 가지 않는, 사실 관심은 많았지만 행보들과 내세우는 주장들을 보면 속만 터져 그저 눈을 감고 모르는 척하고 지내고만 싶던 그런 주제 중 하나였다. 그런 와중에, 해외에서 접한 이 기사는 나에게 이제는 도망칠 수만은 없다고 말하는 듯했다.


두 번째로 기사를 읽고 든 감정은, 답답함이었다.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유독 더 복잡한 성 갈등의 배경이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인데, 오랜 기간 때로는 종교로, 때로는 학문으로 유지되어 온 유교 사상이 우리의 뼈에 새겨져 있지 않은가. 그를 기반으로, 여전히 우리가 휴전 상황임을 상기시키는 병제는 남녀를 이분법으로 가르는 확실한 제도임에 틀림이 없다. 이 두 큰 획으로부터 비롯된 모든 사회의 기반들이 여성과 남성에게 다른 잣대, 다른 사회 환경, 다른 생각 방식을 줄 수밖에 없게끔 모든 것이 세팅되어 있다. 그렇기에, 다른 여러 주제들에서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특히나 젠더 갈등에 있어서 서로를 향한 비난은 의미도 없고, 건설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몰라라 눈 감고 등 지고 있는 나의 태도 역시 건설적이지는 못했다. 더 잘 알고 싶어졌다. 제대로. 스스로 제대로 알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나 글을 쓰기 위해 공부는 필수이기에, 다방면으로 페미니즘에 대해서 알아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럼 올 해의 끝에는 복잡하다는 말 뒤에 적당히 내 목소리를 숨기지 않고, 생각을 말끔히 정리해 다른 사람을 움직이는 목소리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기사를 읽으며, 참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젠더 갈등"에 있어서 모든 사람이 피해자이다. 조금만 귀 기울여 보면, 누구 하나 불합리함을 겪지 않은 사람이 없는 것이 한국의 사회이다. 여자라서, 남자라서, 나이가 많아서 혹은 나이가 적어서, 그냥 딱히 이유 없이도 남들 하는 대로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가끔 세상이 불합리해지는 곳이다. 그래서 불합리한 부분만을 편 나눠서 내세우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힘들 뿐 아니라, 해결책을 찾기는 불가능한 정도이다. 이 한 많은 사회 속에, 고질적인 문제를 명쾌하게 파헤쳐 해결책을 내세울 학자는 아니지만 중립적인 목소리로 이 상황을 살피고 내가 느끼는 점을 편파적이지 않게 얘기해보고자 한다.




2022년, 올 해의 과제가 주어졌다.


젠더 갈등이라는 주제를 기반으로, 한국 사회를 조금 더 잘 이해해 보려고 노력해야지. 외국의 사례들과 페미니즘의 역사도 알아볼 예정이며, 글이 너무 무거워지지 않도록 가벼운 나의 성찰도 적어 볼까 한다.

조만간 딸아이의 엄마가 된다. 부모가 된다는 것이 참 신기한 것은, 모든 주제가 내가 관심을 가져야 할 주제가 된다는 것이다. 특히나 양성평등을 추구한다면 내 말 한마디, 내가 아이를 위해 하는 선택 하나하나가 더 중요하기에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나는 어떤 선입견을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을까. 내가 받은 교육들은 어떻게 나에게 무의식적으로 투영되어 있었을까. 아이가 생겨 불안한 점 한 가지는 이거다. 내가 모르던 어떤 내 못난 모습을 아이를 통해 우연히 발견하게 될까하는 것. 그런 의미에서 올해 과제는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볼 수도 있겠다. 한 사람에게 건전하고 건설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가이드하는 것을 넘어, 누구 하나 내 글을 읽으며 공감을 하고, 편향적인 시선을 거둘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만족스러운 한 해가 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한 달 한 글, 자 지금부터 시작.


메인사진 출처 : Welkom aan de femanist: waarom feminisme ook voor mannen een goede zaak is | Het Nieuwsbl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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