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화이트 크리스마스이다
아침에 쌓인 눈을 보고 아이처럼 소리치며 온 식구를 깨웠다
"다들 일어나 봐 눈이 내려 화이트 크리스마스야!"
분주하게 성당 갈 준비를 했다 몇 년째 냉담 중인 남편에게도 화이트 크리스마스니 같이 가자고 했다
남편은 귀찮다며 우리끼리 가라고 한다
딸들이 옆에서 잔소리를 하니 겨우 몸을 일으키는 남편.
지금은 당근이 필요한 때다
"같이 가자 신부님도 새로 오셨는데 당신 얼굴도 모르잖아"
"귀찮은데"
"나영이도 이번에 대학도 붙고 감사할 일이 많은데 안 갈 거야?"
우여곡절 끝에 성당에 도착한 우리 네 식구.
신부님께 간단히 인사를 드리고 미사를 드리는데 행복했다 이렇게 성당에 네 식구가 미사 드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니... 평범한 하루가 가져다주는 행복이 크리스마스 기적이 아닐까
미사 중에 작은 이벤트가 있었다 신부님께서 오늘 미사 오신 분 중에 제일 나이 많으신 분이 어느 분이냐고 물으셨다
93세 되신 할아버지가 손을 들었다
신부님은 작은 케이크를 주셨다 다음에는 가장 어린 아이인 3개월 된 신생아가 케이크를 받았다. 그다음에는 오랜만에 성당에 나온 사람이 누구냐며 손을 들라고 했다
나는 큰 소리로 남편의 손을 들며 외쳤다
"여기 2년 만에 나온 사람 있어요"
남편은 귀까지 빨개지며 안 나가려 했지만 이미 박수소리가 터졌다 남편은 어쩔 수 없이 나가서 케이크를 받아왔다
남편의 원망스런 눈빛을 모른 척하고 끝까지 미사를 마쳤다
너무나 작은 이벤트였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너무나 큰 선물이었다 남편이 성당에 쭉 나갈지는 지켜봐야겠지만 그전처럼 오래 쉬지는 못할 것 같다
행복은 이렇듯 일상에서 온다 소소한 행복이 모여 큰 산을 이루면 설사 어떤 불행이 찾아온다 해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