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 쓸데없는 글들을. 내 글은 내 감정의 쓰레기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쓴다.
처음엔 일기였다가 블로그였다가 지금은 모두 다 읽을 수 있는 브런치에다가 글을 쓴다.
처음 글쓰기의 시작은 우연히 백일장대회에 나갔다가 상을 받으면서부터이다. 어라! 내 글이 인정을 받네. 솔직히 좋았다. 그렇다고 감히 작가을 꿈꾸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작가란 위대한 사람들이니깐. 어느 순간 내 글이 하찮게 느껴졌다 쓸데없는 말들을 잔뜩 모아놓은 쓰레기 같았다. 내가 무슨 작가가 될 거라고. 나는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그냥 끄적거려 놓은 글들을 컴퓨터 어느 폴더 구석에 처박아버렸다
그런데 다시 글을 쓰게 되었다. 동생이 떠나고 나서부터 나는 글로 내 감정을 풀었다 글로 하소연하고 글로 울분을 토해냈다 내가 쓴 진솔한 글을 누군가 읽어주기 바라서가 아니었다 인정받기를 바라서가 더더욱 아니었다. 그냥 나를 풀어내고 싶었다
그렇게 쓴 글들일 나중에 읽어보니 참 하찮았다
그냥 내 감정을 거친 언어로 그냥 쏟아낸 것이었다
난 내 글들이 부끄럽다. 브런치작가라는 타이틀도 부끄럽다. 부끄러운 일기장을 모두 다 읽는 것이 부끄럽다
수준도 안 되는 글이 부끄럽다.
그럼에도 글을 쓴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난 주변의 누군가에게 억눌린 감정을 폭발하고 만다
그 대상은 주로 남편과 아이지만.
글을 쓴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닌 나의 글을.
제발 내 글을 아무도 좋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끄러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