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말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나는 돈을 더 벌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했다. 월급은 거의 동결되어 오르지 않았고 태어나서 양발을 잡고 뒹굴거리고 있는 아기를 보며 돈을 더 벌겠다고 각오했다. 그런데 내 상황의 특성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많지 않았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그나마 조금씩이라도 써오던 글을 써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동안 '글쓰기'를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몇 가지 방법이 보였다. '출판', '네이버 블로그', '티스토리', 그리고 직접적으로 돈과 관련되지는 않지만 어떤 발판이 되어줄 거 같은 '브런치'였다. '글을 쓰기 위해 글을 쓴다' 이런 로망은 나에게 없었다. 그렇게 한동안 여러 플랫폼과 방법들을 비교해 보다가 결국 이 모든 플랫폼을 다 시작했다.
모든 사람들이 시작할 때 그런 것처럼 나도 나름대로는 열심히 했다. 그런데 돈은 벌리질 않고 모든 플랫폼들이 방향성을 점점 잃어가고 있었다. 네이버 블로그도 돈을 벌겠다고 시작해 놓고 돈 되는 키워드식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그냥 내가 쓰고 싶은 글들을 쓰고 이웃들과 소통을 했다. 브런치는 작가 되기는 정말 어렵게 되어 놓고 돈이 되지 않는 플랫폼이라 여기며 가장 최 후순위에 두었다.
당연히 모든 플랫폼에서 돈을 벌지도, 성과를 내지도 못했다. 그래도 나름대로 한참을 글은 소소히 써온 덕분에 아빠 육아와 관련된 첫 책 계약에는 성공했다. 그런데 그뿐이었다. 원고를 다 마감하고 보내고 난 후에 밀려오는 이해할 수 없는 허무함으로 한동안 글도 잘 쓰지 않았다. 아마도 다른 진행 중인 성공적인 프로젝트들이 별로 없어서 다 털고 나니 기운이 빠진 거 같다.
그러다가 최근에 소고기를 마구 먹어치우는 아기를 보고 다시 정신을 차렸다. '그래 나는 돈을 벌어야 해!' 하며 다시 글쓰기 플랫폼을 알아보다가 티스토리에까지 도전하게 되었다. 네이버 블로그는 해보았지만 티스토리는 잘 모르는 분야이니 여기저기서 정보를 좀 알아보았는데, 이미 티스토리로 상당한 수익을 거둔 사람들이 자신의 비법을 전수하겠다며 노하우를 상품으로 만들어 비싼 값에 팔고 있었다.
아주 비싼 강의는 사지 못하고, 손을 달달 떨며 전자책 정도 사서 죽 읽어보고 티스토리를 시작했다. 전자책도 엄청나게 비쌌다. 그렇게 전자책을 읽으며 티스토리 설정을 하고 있던 어느 날 갑자기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아 내가 지금까지 네이버 블로그, 브런치 스토리, 티스토리에서 돈을 못 번 건 플랫폼의 문제가 아니구나' 가만 생각해 보니 이건 플랫폼의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나의 '급한 마음'이었다. 나는 헬스를 7년 넘게 해 왔다. 항상 '헬스 6개월 만에 몸짱 된 비법' 이런 글이나 영상 썸네일을 보면서 비웃었다. '헬스 근육 둘레 1cm를 두껍게 하려면 얼마나 긴 세월의 고통과 인내가 필요한데 뭐 6개월 만에 몸짱? 아이고..' 나는 정작 그렇게 생각했으면서 글쓰기를, 아니 돈 버는 일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이다.
결국 네이버 블로그든 브런치 스토리든 티스토리든 '실력'이 되어야 돈이 따라온다. 요행으로 하나 포스팅을 잘해서 잠시 수입이 좀 늘어나는 경우도 있겠지만, 결국 그건 일시적인 현상이고 곧 거품은 사그라든다.
물론 플랫폼마다 요구하는 '실력'은 조금씩은 다른 거 같다. 브런치스토리는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이야기에 탄탄한 글쓰기 능력이 필요하다. 네이버블로그나 티스토리는 대중이 원하는, 궁금해하는 이슈들을 빠르게 캐치해서, 필요한 내용들을 전략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기반은 '실력' 그리고 '꾸준함'이다.
세상에 쉽게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브런치 스토리도 꾸준한 글쓰기로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고 그 과정에서 나 스스로가 어떤 브랜드가 되어가서 팬덤이 생기면 돈이 된다. 네이버 블로그, 티스토리도 결국 꾸준하게 긴 시간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를, 사람들이 원하는 형태로 제공해 주면 돈이 된다.
이 모든 건 결국 내 실력이 늘어야 한다는 걸 몰랐다. 실력은 없고 마음은 급해서 의욕만 앞서니 이것저것 해보고, 당연히 스스로도 정체성을 못 찾고 표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남의 지갑에서 돈 꺼내게 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어려운 일을 하려고 하면서 이 일들을 '실력'과는 연결을 못 지었던 것이다. 그냥 남들이 했던 노하우대로 따라만 하면 다 되는 건 줄 알았다.
정작 그 노하우를 알려준 사람은 긴 시간의 노력과 실패로 실력이 탄탄하게 쌓여있는 사람이란 생각을 못했다. 그 사람을 따라만 해서는 우연히 대박이 나더라도 밑천이 없는 것이 금세 드러나게 될 것이란 것도.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뭔가 초연해지면서, 생각이 단순해진다. 다시 천천히. 차곡차곡. 하나씩 쌓아나가자. 아직 살아갈 날은 많고 실력을 쌓아갈 시간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