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의 밤. 너무 보고싶은 아가야

by 김조이
승무원엄마가 보고싶은 아기에게 쓰는 편지..


제니야, 이 편지가 너에게 닿을 수 있을까


안녕, 사랑하는 아가.

지금은 2025년 1월 21일.

너는 태어난 지 750일째 되는 날이야.


사람이 어쩜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넌 매일매일 귀여움을 갱신하는 중이야.

그 사랑스러움의 절반을

엄마가 함께하지 못한다는 건,

정말 큰 슬픔이지만

지금은 그걸 가슴속에 꼭 묻어두기로 했지.


바꿀 수 없는 현실은 가슴 깊이 눌러두고,

눈앞에 보이는 지금에 최선을 다하기로

너와 약속했잖니.

슬픔에 잠식되어버리면

모든 게 무너질 것 같아.

엄마는 지금 우리 집안의 기둥이야.

제니와 가장 끈끈한 사이이기도 하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주 양육자이며, 살림 담당이며, 가장의 역할까지 하고 있지.

엄마가 무너지면 다 무너질 거야.

그래서 엄마는,

너에게 배운 대로

눈앞에 있는 만큼만 사랑하고 살아보기로 했어.


지금 이 순간 눈앞에 있는 사람을 제니인 것처럼 사랑하고,

지금 들리는 음악에 온몸을 맡겨 춤을 추고,

눈앞에 보이는 푸른 바다에 용기 있게 다이빙하고…


오늘, 엄마는 하와이에서 거북이 스노클링 투어를 했어!

엄마 빼고 전부 신혼부부였지만.

투어가 끝나고,

가이드 할아버지가 엄마만 따로 이곳저곳 더 구경시켜주셨어.

낯선 할아버지의 제안을 엄마는 이번엔 거절하지 않기로 했어.

그랬더니, 어떻게 됐는 줄 알아?

그 할아버지는 하와이에서 30년을 산 진짜 로컬이셨어!

로컬이 아니면 모를 아름다운 장소들,

값싸고 맛있는 식당들을 데려가주셨어.

투어에서 끝났다면, 오늘은 그냥 반쯤 즐거운 하루였을 거야.

하지만 낯선 할아버지의 친절 덕분에

엄마의 오늘은…

영원히 기억될 하루가 되었단다.


아가야,

세상은 언제나 아름다움을 보여줄 기회를

살짝, 조용히 건네는 것 같아.


엄마는

감사함, 사랑, 기쁨, 환희라는 에너지로 똘똘 뭉친 존재로 살아가려 해.

너에게 받은 환한 에너지로

이 세상에 감사함으로 보답하고 싶어.


아가야,

이거 다 너에게 배운 거야.

너의 존재는 눈부시고, 경이 그 자체야.

네가 행복해하면 주변 사람들이 다 행복해져.

네가 무언가를 만끽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공간 전체에 가장 큰 울림이 돼.


삼박사일만 떨어져 있어도

마지막 날이면 엄마 가슴이 시려와.

그래서 얼른 자야지, 슬퍼지기 전에.


언젠가

너도 엄마를 그리워하는 순간이 올까?

그때, 이 편지가

너에게 닿을 수 있을까?


과거의 엄마가

미래의 제니에게

한 장 한 장, 켜켜이 쌓아 보내는 편지.


너의 마음에 닿을 수 있을까.

엄마의 부재에 대한 작은 변명이 되어줄 수 있을까.

이 종이가 처음엔 너무 커 보였는데,

이제는… 모자라다.

할 말은 아직 많은데.


아가야,

내일 밤에 만나자.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엄마가

제니야, 이 편지가 너에게 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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