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케자 Sep 22. 2019

언행에 대한 고찰, 말의 품격

이기주, 말의 품격


2017.11.10  Friday



이번에 KCOC 역량 강화 교육을 갔다 오면서 단원들이랑 사전에 이야기했던 대로 추석 격려품으로 받은 책을 돌려보기로 하였다.


"말의 품격"은 이 전 "달의 조각" "상냥한 폭력의 시대"에 이어서 읽은 3번째 격려책이고 "달의 조각"과 마찬가지로 부드럽고 간결한 문체에 읽기 쉬운 책이었다.

"달의 조각"이 작가의 생각을 한 조각씩 써 내려간 글귀들의 모음집이라면 "말의 품격"은 '언행'에 대한 글귀들로 책이 구성되어 있었다. 말하자면 분명한 메시지가 시작부터 분명한 책이랄까. "말"에 대한 블로그 포스팅들을 모아서 주제별로 정리해 놓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 마음속에 남은 글귀들은 작가가 풀어쓴 인용구들이었다.



말과 글에는 사람의 됨됨이가 서려 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사람의 품성이 드러난다. 말은 품성이다.
품성이 말하고 품성이 듣는 것이다.

격과 수준을 의미하는 한자 '품品'의 구조를 뜯어 보면 흥미롭다.
입 '구口'가 세 개 모여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 말의 품격 중 발췌



이기주 작가의 "말의 품격"은 다른 것보다도 단어의 어원을 풀이해 놓은 방식이 정말 좋았다.
한자, 한자구, 영어 단어 등등 단어의 유래와 언어에 대한 작가의 지식이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한자 하나하나가 어떤 의미로 구성되어서 한 단어를 만드는지와 그 의미를 깔끔하고도 간결하게 잘 짚어 준 책이었다.



말을 의미하는 한자 '언言'에는 묘한 뜻이 숨어 있다.
두(二) 번 생각한 다음에 천천히 입(口)을 열어야 비로소 말(言)이 된다는 것이다.
사람에게 품격이 있듯 말에는 나름의 품격이 있다.
그게 바로 언품이다.

- 말의 품격 중 발췌



또한 이 책을 보면서 말이라는 것이 소통뿐 아닌 소통 대상과의 마음을 공유하기 위한 도구임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나는 나의 말로써 누군가에게 얼마큼의 상처를 주었으며 얼마큼의 위로가 되어 주었을까?

사실 한글을 사용하지 않은지 꽤 되어서 한국말을 할 때는 최대한 예쁘게 말하려고 하는데 베트남 생활을 오래 하고 고등학교 졸업 후 최고로 많은 소통을 한국어로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구나 어휘력이 늘어나며 나쁜 말이나 과격적인 표현도 사용하는 나를 발견했었는데 이런 모습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되돌아보고 반성해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말을 품격"을 보면서 다시 되새김질하였다.



숙성되지 못한 말은, 오히려 침묵만 못하다.
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은 대게 말이 아닌 침묵 속에 자리하고 있다.

- 말의 품격 중 발췌


나의 말이나 언어 구사력으로 다른 사람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평가받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나의 생각이나 의미 등을 최대한 간결하면서 깊게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으며 꾸준히 생각하고 연습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물론 어떤 말이던지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지만 내가 진심 어린 말을 꺼냈을 때 그 말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내공을 쌓는 방법은 나 스스로에게 달린 것 같다.

언어란 참 예쁘다.
언어가 말을 전달하며 무엇을 어떻게 함축하는지, 같은 말도 톤, 목소리, 대화 상대, 몸짓에 따라서 무궁무진한 의미들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아름다운 언어가 내 내면에도 깃들 수 있고 내 주변 사람들에게 좋게 전달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다고 이 책을 보며 다짐했다.


나는 인간의 말이 나름의 귀소 본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언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헤엄쳐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려는 무의식적인 본능을 지니고 있다.
사람의 입에서 태어난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냥 흩어지지 않는다.
돌고 돌아 어느새 말을 내뱉은 사람의 귀와 몸으로 되돌아온다.

- 말의 품격 중 발췌



책 자체의 내용에 깊이가 있다기보다는 가볍게 읽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어의 힘에 대해서, 나의 평소 언행에 대해서 돌아볼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책이었다.


주변 사람에게 추천해서 함께 읽으면 우리 모두 자신의 언행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왜인지 따뜻한 아메리카노나 블랙 밀크티 한 잔과 어울릴 것 같은 책이다.



말의 품격              

저자 이기주


출판 황소북스

발매 2017.05.29.


매거진의 이전글 사파에서 돌아오는 길에 읽은 상냥한 폭력의 시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