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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자 Sep 19. 2019

나의 책 사랑과 하현의 달의 조각

달의 조각 속 나의 기억들은 어떤 모습일까

쓰고 싶은 주제가 너무 많아도 심란한 것 같다.

요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하도 많아서 쓰고 싶은 내용들은 많고

그럼 나는 그저 그 생각들을 하나씩 꺼내어 바라보면 되는데

차분히 바라볼 마음의 여유와 생각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나는 무언가를 할 때 많은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인데 가끔은 필요 이상일 때도 있는 것 같다.

앞으로는 글을 쓰기 전 이런 시간과 감정적인 소모가 줄기를 바라며 우선 예전에 썼던 글을 찾아보았다.

예전 글을 볼 때마다 나라는 사람은 많이 바뀐 듯하면서도 또 바뀐 것이 없는 것 같다고 새삼 깨닫는다.

그래서 현재의 생각들을 정리할 동안 예전 글부터 다시 차곡차곡 꺼내보려 한다.


그러면 우선 2017년, 베트남에 있을 때 읽었던 책들에 써 내려간 감상평으로 첫인사를 올린다.



2017.10.31  Tuesday



내 베트남 방 장롱 속에는 나만의 작은 도서관이 있다.


베트남 파견 전, 한국에서 역량 강화 교육을 받을 때 책을 꼭 가져가라는 얘기를 들었다.

책을 좋아하지만 대략 40kg의 무게에 1년 동안의 짐을 싸야 한다고 생각하니 많은 책보다는 가능하면 1년 동안 오래 두고 볼 수 있는,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주제의 묵직한 내용의 책들을 싸가기로 했다.


고작 2~3권이었지만 가져온 책들의 내용은 무게만큼이나 꽤 묵직해서 그냥 가볍게 책을 읽고 싶을 때에는 쉽사리 손에 쥐어지지 않았다. 뭔가 꼭 책상 위에 앉아서 메모를 하며 봐야 할 책들 같아서 더욱 그랬다.


그래서인지 추석 격려품 속에 가벼운 책 한 권이 들어있다고 들었을 때는 정말 설레었다.

아쉽게도 나는 배송 시스템 상의 착오와 다낭 워크숍 일정으로 인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우편물을 받게 되었는데, 그래서인지 격려품과 책을 받은 날은 일하는 내내 들떠서 내 방에서 고이 쉬고 있는 박스를 뜯고 싶어서 안달이 날 지경이었다. 그렇게 열어서 만난 책, 달의 조각.


짤막한 구성으로 되어있어 가볍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이 책은 순식간에 읽을 수도, 천천히 소화시킬 수도 있는 느낌의 책이었다. 읽으면서 공감이 되기도, 공감이 되지 않기도 하고, 유난히 할 말이 많던 부분들도 있었다. 섬세한 문체 속에서 뭔가 아끼는 과자를 먹듯이 야금야금 조심스럽게 읽어나간 책이었다.



나는 소설가도, 시인도, 작가도 아닌데 가끔 글을 쓰지 못해 안달이 나는 시간들이 있다.

어느 순간 문득 내 안에 스며드는 그리운 냄새나 공기의 온도 속에 숨겨져 있던 기억이나 감정들이 나도 모르게 떠오를 때면 특히 더 그렇다. 그럴 때는 최대한 그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서둘러 머릿속에 잡히는 짧은 문장들을 잡히는 종이에 휘갈겨 쓴다. 기록을 하면서는 이 기억이 바래지 않기를 바라지만 대부분의 생각들은 안전한 장소로 옮겨지기 전에 쉽게 구겨지고 사라져 버린다.


금세 옮겨지지 못한 기억은 더 빨리 바라는 것 같다.
"달의 조각"은 그런 하현 작가의 생각들이 바라지 않고 고이 보관된, 그래서 따스한 느낌의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완벽한 토스트
-연필로 쓴 글
-겨울 예찬
-착각
-감정 낭비
-어떤 사람
-영화 보는 방
-고백
-당신의 언어
-겨울의 연인에게
-달의 초대
-당신의 취향을 좋아합니다
-사랑이 흐려질 때
-노을

부분 발췌를 통해서 느낌을 전달해보자면..


겨울을 사랑한다.
지금 막 만들어진 것 같은 겨울의 공기는 차갑고 신선하다.

···긴 밤의 중간에서 보글보글 끓는 어묵탕과 소주 한 잔을
소중한 사람과 나누어 먹고, 세상을 온통 하얗게 물들이는 함박눈을 바라보며
더운 김이 피어나는 커피를 마신다. 색색의 불빛으로 거리를 수놓는 크리스마스가 찾아올 때쯤이면 지나간 계절 동안 미뤄뒀던 안부 인사를 건네고,
연말과 새해를 핑계로 바쁜 일상 속 잊고 지냈던 사람들을 만난다.

겨울은 그런 계절이다. 저 깊은 곳에 묻어 두었던 마음 한 조각 꺼내는 일을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계절. 한동안 쓰지 않았던 손편지를 쓰게 되는 계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조금 더 가까워지는 계절.
수많은 시작과 끝, 그 설렘과 아련함이 공존하는 계절.

-"겨울 예찬" 중 발췌



달이 차오르듯이 익어가고, 어둠 속에서 혼자 빛나는 그 모습과도 닮은 글들이 참 좋았다.

나도 달을 무척이나 좋아하기 때문에 달과 같은 모양으로 구성이 된 책과 제목들 또한 마음에 들었다.

책을 읽으며 나는 어떤 모양과 색깔의 달이며 지금은 어디까지 차 올랐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달의 조각              

저자 하현


출판 빌리버튼

발매 2017.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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