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케자 Sep 24. 2019

관계 속 심리학

박진영, 눈치 보는 나, 착각하는 너


2017.11.24  Friday



최근에 주변 사람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 자신과의 관계와 타인과의 관계 등, 관계의 중요성과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이 있었다. 내가 있는 곳의 특히나 관계가 더 중요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있어서 여러 면에서 '관계'란 무엇이며 어떻게 형성되는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런 차에 이 책을 읽게 되었고 이 책은 일상생활 속 관계에 대한 사람들의 무의식적이고도 보편적인 반응을 과학적으로 하지만 쉽게 풀어놓아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행복 관련 연구의 대가인 에드 디너 (Ed Diener)와 동료들에 따르면,
큰 업적을 성취하거나 엄청난 돈을 벌거나
권력을 거머쥐는 것과 행복은 별 상관이 없다. 
....
그 순간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하고 곧 원래의 상태,
원래의 행복 수준을 회복하기 마련이다.
우리의 감정은 재물처럼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엄청나게 큰 기쁨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지워지기 때문에(적응)
'전반적으로 행복한 삶'을 사는 데에는 기쁨의 크기와 총량보다는
기쁜 일들이 얼마나 자주 있는가, 즉 빈도가 더 중요하다.
...
따라서 작은 일에 기뻐하고 감사하려는 노력을 해본다거나,
일상 속에서 작지만 특별한 이벤트를 시도해보는 등 작은 시도들이
몇백억짜리 로또에 당첨되는 것보다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당신은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느끼며 살고 있는가?

p.98-99 중 발췌



다양한 주제 속에서도 특히나 놀라웠던 부분은 어떠한 조건 속에서든 결혼을 안 한 사람들보다는 한 사람들이 좀 더 행복하다는 것, 사회성이 좋은 사람들이 비교적 감기에 덜 걸린다는 점, 봉사활동에 투자한 시간이 많았던 사람들이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에 비해 1년 후 더 행복해진 점, 또 고통받고 있는 남자 친구의 손을 잡고 있을 때 여성들의 보상 중추가 더 활성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 등이었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독자에 따라 책의 내용과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우선 위와 같은 내용들이 과학적 실험을 통해서 증명되었다는 작가의 말을 보면 사람은 정말 사회적인 동물 같다.

작가는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비밀을 털어놓으면 건강해지고, 또 힘들 때 친구나 가족에게 기대고 정서적, 물리적으로 도움을 받는 것을 필요로 한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심리학 용어로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라고 불리며 사회적 지지를 통해 사람들은 위로받고 격려 받음으로써 스트레스를 줄이고 건강을 지켜낸다고 하니, 우리가 힘들 때 기댈 주변인을 찾는 것이 이렇도록 우리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을 줄은 몰랐다. 

또한 심리학자 시몬 슈날(Simone Schnall)과 동료들의 실험을 통해 '함께'하는 고난은 실제 험난한 산도 완만하게 보이도록 하는 착시 현상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한다. 단지 '함께'함으로써 라는 전제하에 사람의 고통이나 고난이 반감될 수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것을 보니 사람들이 오래 여행을 함께 할 친구를 찾거나 무언가를 함께 하려는 것은 지극히 본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타인과의 관계성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비교'에 대한 이야기도 꽤 재미있게 읽었다.
그러지 않으려 하지만 나도 무의식 중에 스스로를 타인과 비교하려는 성향이 있다.
아래의 인용구는 비교와 그 속에 위치해 있는 자존감의 불안정성에 대해 설명한다.



중요한 것은, 자존감의 높낮이 못지않게 자존감의 안정성,
즉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상황에 의존하여 달라지지 않는 것 또한
대인관계나 삶의 여러 영역에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다.

자존감이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든 낮은 편이든
자존감이 불안정하면 사람들로부터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
쉽게 기분이 상하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작은 장난에도 쉽게 화를 내거나 토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괜한 비교 때문에 우리의 심리 상태가 크게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사실은 
한편으로 억울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안 해도 되는 비교를 굳이 해서 자존감이 왔다 갔다 하고
감정의 급변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도 있으니,
이 얼마나 큰 손해란 말인가?
쓸데없는 패배감과 평생 친구 하고 싶지 않다면
비교는 되도록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p.48 중 발췌



또한 책에 의하면 문화권에 관계없이 사람들의 성격은 보편적으로 이 다섯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성격의 5 요인 이론 (페이지 130~131):

1. 경험에 대한 개방성: 모험이나 여행, 새로운 경험 등을 좋아하고 높은 예술적 감각을 보이는 특성
2. 성실성: 꼼꼼하고 깔끔하며 철두철미한 특성
3. 외향성: 사람들과 어울리고 시끌벅적하게 노는 걸 좋아하는 특성
4. 원만성: 착하고 갈등을 싫어하며 남을 돕기 좋아하는 특성
5. 신경증: 걱정이 많고 위험 지각이 빠르고 예민한 특성

과학적으로 성격은 50~60% 정도가 유전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며 작가는 이 성격을 '씨앗'에 비유했는데 참 마음에 드는 표현이다. 책에는 사람마다 주어진 성격에 따라 출발선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적게 가지고 있는 성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후천적인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고 한다.


나는 위에 언급된 부분 중 성실성이 부족한 편이라서 의식적으로 고치려고 부단히 노력하지만 정말 쉽지 않다.
하지만 개방성이나 외향성, 원만성에 대한 부분은 내 안에 내재되어 있다고 느낄 때가 많다.
딱히 개방적이 되려고 노력한다던가, 원만해지려 노력한다던가가 아닌, 그냥 나라는 사람이 이런 사람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예민하고 철두철미한 성격이 좀 더 있었으면 좋겠는데 많은 노력을 해도 그런 면들이 내 안에 쉽게 내재되지는 않는 것 같다.


또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외향적인 사람들에 대해서인데 (페이지 134~135), 외향적인 사람들은 언제나 즐거움을 추구하고 어디서든 재미 요소를 잘 발견해내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사실 학자들은 외향성의 핵심 요소가 바로 이 '즐거움에 대한 민감성', 즉 즐거움을 열심히 추구하고 잘 발견해내는 능력이라고 이야기한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것(높은 사회성)이 외향성의 핵심 요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예로 든 것이 외향적인 사람들은 독서처럼 정적인 활동도 다른 특성을 지닌 사람들과 비교해 훨씬 더 즐긴다고 한다.

나는 평소 내가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혼자 있는 것도 굉장히 즐기는 편이라서 내향적인 사람 은지에 대한 고민도 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나는 확실히 외향적인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책에 외향적인 사람들에 대한 좋은 이야기도 많았는데 이들은 호감을 잘 살 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쉽게 좋아하기 때문에 어디서나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할 확률이 높으며, 직장에서도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직장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고 한다. 작가는 21세기에 성공하는 인간은 똑똑한 인간도 돈이 많은 인간도 아닌,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이라서 외향적인 사람들은 원만한 인간관계를 무기로 직장에서도 잘 나가는 편이고 사업을 해도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성격이 여러 가지를 좌우하는 것은 알았지만 직장 생활이나 미래의 성취도에도 일부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약간 두렵기도 하다.




의지력과 자기 통제력에 대한 이야기 또한 너무 신선했다.

의지력은 내가 원할 때, 노력에 의해서 무한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정해진 양이 있고, 이것을 사용할 때 굉장히 쉽게 피로해지며, 결과적으로 한번 사용하면 다시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로딩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내가 무언가에 실패하면 스스로를 많이 채찍질했다.

'왜 이렇게 의지가 약했니? 정말 할 수 없던 거니? 왜 이리 의지가 약해? 자기 관리 좀 해!'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런 채찍질은 자포자기 또한 불러왔다. '그냥 내가 이런 사람이라서 그런가 봐. 잘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안 되는 걸 보면 난 안 되는 걸까.' 하는 부정적인 프레임에 싸일 때가 분명히 있었다.


그래서 의지력에 대한 부분을 읽으며 '의지력이란 무한하지 않다.'라는 과학적 정의를 내리니, 내가 필요 이상으로, 또 비현실적인 요구를 스스로에게 해왔다는 것을 깨닫고 나와의 관계를 재성립 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는 내 의지력을 때에 맞춰 잘 사용하고, 또 제 때에 충전해 주는 방향의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상형'과 '실제로 사귀는 사람'과의 격차는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었고 이상형은 '상상' 속에서 힘을 발휘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연인 사이는 실제 둘의 성격이 다르거나 비슷하다는 것과 관계없이 서로 얼마큼 비슷하다고 '느끼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다. 실제 서로 공통점이 많던 적던, 공통점을 많이 가졌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연인들이 사이가 더 좋았다고 한다.

연인 사이에 성격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가치관으로 삶을 지배하는 중요한 원칙 또는 목표가 관계에 있어서 더 중요하다고 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치관, 경제관, 종교관 등 다양한 가치관에 있어서 상대방과 자신이 비슷하다고 느끼는 커플들이 서로 성격이 비슷하다고 느끼는 커플들보다 더 높은 관계 만족도를 보인다고 한다. 성격은 좀 달라도 괜찮지만 가치관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종합적으로 이 책은:

'건강한 관계가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든다'는 것을 잘 알려주는 책이었다.

이 책은 마음을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며 마무리되는데, 마음이 병들어 있을 때의 증상은: 자다가 벌떡벌떡 깸, 작은 자극에도 쉽게 놀람, 몸이 아픔, 분노함 등이고 이럴 때의 대처 방법은: 감정을 인정하기, 생각 버리기, 피해의식에서 벗어나기, 용서하기, 갈등을 통해서 성장하기라고 한다.


사실 삶의 정답은 모두 굉장히 간단하고 쉬운 것들, 우리가 너무나 익숙한 것들 뿐인데도 실제 살아가면서 마음먹은 대로 실천을 하기는 결코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이런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다짐하고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고나 할까?
오늘 다시 내 주변의 관계를 돌아보고 내가 나 자신을 좀 더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려 한다.







눈치 보는 나, 착각하는 너              

저자 박진영


출판 시공사

발매 2013.02.05.











Contents

들어가는 글

Part 1
나도 잘 몰랐던 나
아파도 좋아, 함께 살 수 있다면: 인간을 쥐락펴락하는 소속 욕구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삶인가? 외부 시선의 껍질 벗기기 — 자존감에 대해서
소속 욕구야, 내 삶을 도와다오: 삶을 윤택하게 하는 생활 속 소속 욕구

Part 2
행복에 가까워진 너
사람은 무엇으로 행복해질까? 인간관계는 행복의 필요조건
병원에 가지 않고 건강해지는 법: 좋은 관계가 건강한 몸을 만든다

Part 3
이해할 수 없었던 우리
어떤 사람이 사회생활을 잘할까? 관계라는 즐거움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
우리는 서로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상대방에 대한 깊고 넓은 이해
정글 같은 세상에서 유쾌하게 살아남기: 좋은 관계를 만드는 본격적인 기술들

Part 4
상처 받지 않고 단단해지는 관계
나는 왜 그 사람에게 끌리는가? 매력적인 그와 그녀의 비밀
도대체 상사는 왜 그 모양일까? 직장 내 권력이 관계에 미치는 영향
언제나 좋을 수만은 없다: 갈등 시 마음 관리하기

에필로그
그림, 그래프, 사진 출처



매거진의 이전글 언행에 대한 고찰, 말의 품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