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매일을 그려나가는 힘
벌써 르완다 생활이 1년 하고도 5개월.
왠지 1년 차는 예전에 지나간 느낌인데 아직 1년 6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는 것이 신선하다.
1년의 계약 기간을 마치고 연장을 고민하고 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내가 르완다에서 또 즐겁고 새로운 2019년을 보낼 수 있을까?'였다.
그렇게 고민했던 시간들도 잘 흐르고 흘러서 벌써 2019년의 반이 훌쩍 지났다.
그동안 내가 담당한 일도, 사무실의 환경도, 개인적인 목표에 작은 변화들이 있었다.
하지만 큰 틀에서의 르완다 생활은 사실 작년과 큰 차이는 없다.
아침에는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거나 테니스를 치고, 일주일에 한두 번 현장에 방문해서 상황을 체크하고,
담당 현지 직원과 필요한 부분에 대한 할 일과 방향성을 정리하며 행정적인 서포트를 돕고,
살짝 무력해질 즈음에 좋아하는 식당으로 힐링 점심을 먹으러 갔다가 갔다 와서는 다시 일을 하다가
오늘 한 일과 내일 할 일, 전체적으로 해야 할 들을 정리한다.
올해 초반까지는 프랑스어 과외를 일주일에 2~3번 했지만 올해는 GRE를 준비하는 관계로 잠깐 쉬고 있다.
주말에는 성당에 가고, 르완다 삶의 힘이 되어주는 한국인 친구들을 만나거나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물론 그 달의 이벤트나 컨디션에 따라서 변화는 있지만 이게 보통 나의 루틴, 익숙해진 하루인 것 같다.
해외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자신에 대해서 좀 더 잘 알게 된다.
많은 변화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일지, 어떤 환경에서 더 행복하고 잘 성장하는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것들을 어려워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많고
어려움을 겪게 되면 내 주변에 있어주는 사람들, 내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들이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올해로 해외생활 11년 차.
여태까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관찰하고 습득하고 환경적으로 변화해 왔다면
르완다는 좀 더 주체적으로 내가 변화시키고 싶었던 나의 모습을 바꿀 수 있게 해주는 좋은 환경인 것 같다.
다시 나에게 이런 환경이 또 올까 싶을 정도로.
익숙함 속에서 바꾸고 싶었던 일상적인 습관들이라던가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의 모습을 그려가면서 천천히 나아가려고 한다.
물론 리바운드될 때가 훨씬 더 많지만 그럴 때마다 난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하고 조급함을 달래 보려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익숙함과 새로움의 적당한 긴장감 속에서
나 자신을 좀 더 알아가고 변화시키려고 노력 중이다.
나는 생각이 참 많은 사람인데 그래서인지 내가 르완다 생활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도
내가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인 것 같다.
끊임없이 오늘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지,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과 마음의 준비를 하고
항상 내 마음을, 할 일을, 그 무언가를 정리하는 시간을 필요로 하고 시간도 많이 들이는 편이다.
또 주변 좋은 분들의 영향으로 르완다에서는 구하기 힘든 좋은 책들도 많이 접하고
아무리 작은 것이더라도 새로운 도전을 해보거나 목표들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당연히 같은 르완다에 있다고 해도 각자의 성향과 환경에 따라서 느끼는 것이 다르겠지만
나는 여기에서 매일 할 일, 하고 싶은 일들로 가득 찬 매일을 보내고 있다.
어떤 날은 난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하루가 가는 게, 잠들어야 하는 게 아쉬울 정도로.
이렇게 하루하루 꽉 찬 느낌으로 살아가는 인생을 잘 기록하고 싶은데
그 부분은 아직까지 더 배우고 연습해야 할 것 같다.
요새 카메라와 컴퓨터의 사진 저장 용량 부족 때문에 앨범을 정리하고 있는데
많은 사진들을 보며 짧은 시간에 이렇게 다양하고 다채로운 일들을 경험했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새로 이사 간 사무실의 환경도 좋고,
현장에서의 역동감과 일들의 진행 과정 속에서도 많이 배우게 된다.
또 주중에도, 주말 중에도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도 좋다.
퇴근하고 와서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도.
올해 내가 찾고, 갈구하는 새로움은 르완다에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서 찾기로 했다.
르완다에서 시작했으니 앞으로 조금씩만 더 하고 싶은, 해야 하는 일들을 잘 해내고 싶다.
그래서 르완다를 떠나기 전에 뒤돌아보면 아쉬움과 후회가 아니라
내가 몸담고 있는 단체에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 스스로에게 좋은 추억과 선물이 될 수 있도록.
익숙함에서 오는 여유를 좀 더 내 것으로 소화해내서
매일을 좀 더 적극적으로, 원하는 방향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