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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자 Aug 07. 2019

생각과 글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기록의 정리함 속에서 주제 하나를 뽑아 순간의 나를 적어 내려 가자

나는 중요한 생각들이 여기저기 정리되지 않고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물건들을 정리할 때처럼 각자 필요하고, 내가 금방 찾을 수 있는 공간에 두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록을 강박적일 정도로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서 기록이란 삶과 일의 효율성을 위한 생각이나 아이디어의 정리도구 일 때도, 순간을 기억하고 기록하기 위한 폴라로이드 일 때도 있다.


내가 기록을 좋아하는 이유는 치밀하지 않은 나를 조금은 보완시키고자 하는 버릇인데, 이제는 거의 습관화가 된 것 같다. 나는 사람들과 나누었던 이야기, 감정적인 이야기나 설명들은 오랫동안 몸과 머리가 기억을 하는 편이지만 반대로 감정이 필요하지 않은 업무적 수치나 계획 실행에 대해 반짝하고 떠오른 좋은 아이디어들은 오랫동안 기억하지는 못 하는 편이다. 중요하다고 되새긴 내용도 오히려 너무 의식해서 인지 헷갈릴까봐 불안한 나에게 있어서 기록은 일상과 업무를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해주는 효과적인 도구 중 하나다.


역설적이지만 내가 기록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적어 놓으면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프로젝트를 관리하며 또 다른 일들을 저글링 하다 보면 일들의 우선순위가 바뀔 때가 존재한다. 현장에서의 활동들은 항상 예기치 못한 일들에 대한 대응과 문제 해결 과정이 끊임없이 발생하기 때문에 내 머릿속은 하루에도 여러 생각과 아이디어로 요동치는데 이걸 고요히 잠재워 줄 수 있는 것이 나에게는 기록이다. 이렇게 생각을 적어서 빼어 두면 내 머릿속이 정리가 되면서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중요하지는 않은 생각들이 어디에 고이 잠들어 있다는 생각에 불필요한 부품을 하나 뺀 느낌이라서 개운하다. 그래서 무언가 중요한 것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면 그것이 아무리 고민해도 생각나지는 않더라도 어딘가에 고이 기록해 두었다는 확신은 있다.


문제는 나의 생각의 정리함은 여기저기에 있어서 자주 정리정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급할 때는 카카오톡에서 나에게 톡을 써서 기록할 때도 있고, 스마트폰의 메모지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고, 컴퓨터의 메모장, 인터넷의 구글 킵까지 있다 보니 급할 때는 쓸 곳이 많더라도, 수시로 정리를 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급할 때는 기록만 하고 재정리가 안 되는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다.

그래서 최근에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사용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집중을 분산시켰던 기록들을 정리하고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고 효과적으로 기록하고 정리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최근에 실행하는 방법은: 

1. 구글 킵: 내 기록 저장 플랫폼의 단연 1순위. 여러 항목 들와 태그로 메모를 분류할 수 있고, 우선순위를 정할 수도 있으며,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기에도 아주 쉬워서 다용도로 활용 가능하다. 인터넷과 앱으로 연동되기 때문에 인터넷만 있으면 언제나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은 정말 최고의 정리 도구이다.

2. 스마트폰 노트: 장보기 리스트 같은 쇼핑 목록, 여행 중 To-do list 나 여행 가방 packing list 등의, 단기와 장기적인 체크리스트의 보관으로 유용하다.

3. 카카오톡 메시지: 정말 급할 때만 사용하고 적은 내용들 중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것은 구글 킵에 다시 정리한다.


이렇게 기록이 많다 보면은 글을 쓸 때의 소재들도 굉장히 다양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생각의 raw data인 기록들을 정리하는 것과 글을 쓴다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기록이 주제가 되어 준다면 글은 그 위에 뼈와 살을 붙여서 스토리를 만들어 내 가야 하는 거니까.


아직 글을 꾸준히 쓰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나는 생활 속의 여러 토픽들을 모아는 놓지만 금방 쓰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 뭔가 큰 맘을 먹지 않으면 항상 글을 쓰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것 같다. 운동을 하면서 근육을 키우듯이 글쓰기 습관의 근육을 키워나가야 한달까.



아쉬운 점은 아무리 좋은 좋은 생각과 아이디어일지라도 그것이 제 때에 쓰이지 않으면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마치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처럼. 유통기한 전에는 여유롭게 있다가 날짜가 다가오거나 지나가버리면 뭔가 활용하기도 살짝 찝찝해지는, 그런 느낌이랄까.


물론 언제나 써도 좋을 것 같은 토픽들도 있다. 하지만 요새 깨달은 것은 사물이나 사건 하나를 바라보아도, 그것이 언제가 되느냐에 따라서 글의 성격이나 내용이 상당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가끔 어떤 주제에 대해서 너무 글을 쓰고 또 공유하고 싶은데 어찌어찌하다가 글을 쓰지 못하고 하루 이틀이 지나가면 그 글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된다. 그때 고유의 감정, 기억, 생각들이 망각되기도 하고, 또 다른 것들이 그 자리를 금방 채워버리니까 말이다. 그것은 단순히 '나'라는 사람의 생각이나 성향일 수도 있지만, 단순히 시간을 놓고 생각해봐도 그 순간이 흐르고 난 뒤에 나는 그 생각을 하기 전과는 다른 사람이고, 그렇게 아주 작은 변화가 하루, 며칠, 몇 주가 흐르면 그때와 똑같이 생각한다는 게 오히려 더 신기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요새는 영원할 것 같았는데 그 순간을 놓치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경험을 자주 한다.

그래서 순간의 기록이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그 고유의 감정과 생각은 그때가 아니면 살지를 못한다.


그래서 글은 아름다운 것 같다. 그 순간의 내가 어딘가에 담겨 존재하게 해 주니까.

1년 뒤에는 손발이 오그라들정도로 부끄럽고 한심한 글이더라도 그 당시의 나를 그대로 보여주는 그런 글들을 계속 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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