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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자 Nov 20. 2018

프랑스어를 배우고 있어요

르완다의 언어는?


르완다는 어떤 언어를 쓸까.


르완다의 공식 언어는 키냐르완다어, 영어, 프랑스어, 스와힐리어이다.

그렇다고 모든 국민이 4개 국어를 하는 것은 아니고 현지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언어는 지역 토착어인 키냐르완다어이다. 르완다는 벨기에의 식민지배를 받으며 불어를 사용해왔기 때문에 원래는 불어 문화권의 나라이지만, 폴 카가메 대통령이 대통령에 취임된 2000년도 이후부터는 불어 문화권에서 영어 문화권의 나라로 바뀌었다. (폴 카가메 대통령은 영어 문화권인 우간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따라서 현재 정부 측에서 권장하는 언어는 영어기 때문에 행정 서류를 발행할 때는 키냐르완다어와 영어가 가장 많이 쓰인다. 영어를 공식 언어로 지정한 지 크게 오래되지 않았는데도, 키갈리에서 살면서 영어만 해도 소통에 큰 어려움이 없으니 참 대단한 나라이다.


하지만 언어나 문화권이 한순간에 바뀌기는 어렵기 때문에 개인적인 경험 상 은행이나 정부 서류에서도 타이들이나 숫자를 쓰는 양식이 불어이거나 불어의 영향을 받은 것들을 종종 봐왔다. 우리 사업장의 시골 어르신들이나 고위 공무원들도 불어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르완다 현지의 초등 3학년 불어 수업 교재. 현지스러운 장면이나 단어들이 너무나 귀엽고 웃겨 재미있다.


나는 언어를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쏟아야 하는 분야이지만, 언어를 통해서 다른 나라의 문화나 비슷한 느낌의 어원을 익히는 것도 좋아하고, 여러 일로 지쳐있을 때는 오히려 언어를 배우거나 외우면서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느낌이 좋다. 실용적인 부분이 많아 좋아하기도 하고.


나는 항상 프랑스어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 여태까지 내가 간 길은 프랑스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살던 국가는 거의 다 동남아시아로 자신들만의 모국어가 있는 데다가, 국제 학교를 다닐 때 에도, 미국에서 학사를 할 때에도 스페인어를 더 오래 배워와서 프랑스어를 배울 기회를 마련하기가 의외로 어려웠다. (전공 수업만으로도 바쁜데, 프랑스어 기초반은 심지어 월수금 3일 수업에 화목은 워크숍 형식으로 진행되어서 기회비용이 너무나 컸다.) 


그래서 르완다에서는 불어도 공용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심 이때다 싶었다.


미국에서 학사를 할 때, 프랑스어를 잘하는 친구들은 아프리카 쪽에, 스페인어를 잘하는 친구들은 중남미 아메리카의 나라에 집중하는 성향이 있었다. 그래서 스페인어반이었던 나도 멕시코를 여행하기도 했고, 기회가 있다면 중남미 지역에서 일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메인 분야가 동남아시아였던 만큼 미얀마, 태국, 베트남 등에 좀 더 집중하게 되면서 스페인어, 불어 둘 다와 많이 멀어졌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르완다로 파견이 되면서 이때가 프랑스어에 대한 내 로망을 실현시켜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서 1~2개월의 업무 적응 후에는 바로 프랑스어 수업이나 과외를 알아보았다.


키갈리에 거주하는 만큼, 사실상 프랑스어를 공부할 수 있는 통로는 참 많다. 키갈리에는 프랑스어 문화원도 있고, 불어권 문화였던 만큼 선생님을 찾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지만, 단체 클래스를 하기에는 시간적 부담이 너무 커서 개인 과외를 하는 중이다. 프랑스어를 전공한 현지 선생님인데 나와 비슷한 또래여서 친구처럼 지내며 너무 무리하지 않고 내 눈높이에서 수업을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배운 부분은 꼭 기억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잊어버린 부분부터 다시 진행할 수 있으니 단체로 열심히 하는 것에 비해서 속도는 많이 떨어질지 몰라도, 내가 부담 없이 오래 할 수 있다는 것에 재미를 두고 배우고 있다. 


이제 막 40시간을 넘긴 정도이기 때문에 아직 갈길이 멀고, 배울 것도 많지만, 그냥 이렇게 재미있고 소소하게 배운다는 것 자체가 뿌듯하다. 업무 후에 일주일에 3일, 2시간씩 쏟는 내가 대견스럽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다른 일을 해야 하거나 시간이 부족하면 시간 조정이 쉽게 가능하다는 것도 개인 과외의 장점인 것 같다.


많은 나라를 거치고 거치며 정말 다양한 언어를 배워왔다. (현재까지는 영어, 일본어, 스페인어, 미얀마어, 태국어, 중국어, 베트남어) 사실 단기간 배운 언어 들인 만큼, 현지에서 생활할 때는 자주 사용했지만 그 국가를 떠나면 기억이 점점 흐려지고 다른 언어랑 정말 많이 뒤섞이게 된다. 이젠 내 머릿속이 점점 용량 부족으로 시간이 가면 갈수록 0개 국어가 되어가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언어가 타 문화권의 사람들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큰 자원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노력하고 싶은 것 같다. 파견 초반에는 키냐르완다어를 배울까 했지만, 연장 결정 전까지는 1년이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기 때문에 차라리 아프리카 문화권에서 좀 더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불어를 배우자는 마음이 더 컸다. 키갈리 거주 8개월 차인 요즘에도 키냐르완다어 없이도 업무, 생활상 의사소통에 문제가 크게 없어 계속 불어를 공부해 나갈 예정이다.




국제개발 현장에 있으면서 기본적으로 영어를 잘하는 것은 참 중요한 것 같다.


현장의 팀, 사업 지역의 주민, 현지 정부, 타 기관 등 주요한 사람들과의 접점을 생각해 보았을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우선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돼야 하는 것이니까. (개인적으로 통역보다는 직접 소통을 하는 것을 더 중시하는 타입이라서 더욱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물론 내가 있었던 국가들, 특히나 동남아시아 국가에서의 제2 외국어는 영어이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고, 아프리카는 불어권 국가들도 많으니 내가 아프리카 문화권에서 계속해서 활동을 이어나가고 싶다면 불어가 중요해지는 면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언어를 배우면서의 관건은 지속성인데 부디 지금의 이 의지가 계속 지속되었으면 한다. 추후에 르완다를 떠날 때 즈음에는 우리 사업지역의 농부들과 불어로 간단한 농담과 일상 대화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현장에서 지역 농부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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