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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e Apr 05. 2021

1-1. 클래식 좋아해? 아니 난 바로크

바흐의 악기, 오르간



클래식을 꽤나 심도 있게 즐겨 듣는 사람들 중에는 말러나 바그너 같이 19세기의 특정 작곡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말러리안, 바그네리안과 같이 특별히 그들을 지칭하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들이 작곡가에 대해 바치는 충성도는 두터운 편인데, 그에 비하면 바흐의 팬덤은 딱히 이름이 없을뿐더러 특정히 두터운 팬덤이 존재한다기보다는 대중적으로 널리 퍼져있는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바흐의 곡들은 듣기 편안한 클래식 모음곡, 혹은 태교에 좋은 클래식 모음곡에 빠지지 않는 스테디 한 곡들로 대중들에게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실 그의 음악은 그저 듣기에만 좋고 편안한 음악은 아니며, 이론적으로 매우 집요하고 철저한 법칙을 따르는 이론 중심적인 음악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제까지 그의 음악이 많은 음악가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듬뿍 받는 이유이기도 하고.




바흐의 음악은 유럽 음악의 근본인 대위법을 바탕으로 대위법과 화성학의 융합을 새로이 만들어냈다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베토벤과 슈만, 베를리오즈, 브람스, 그리고 그의 부흥을 이끈 멘델스존까지, 그 외에도 수많은 작곡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사실상 유럽 음악이 단적으로 투명했던 음악을 벗어나 여러 방면으로 다양하게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시초가 된다.





"Nicht Bach, Meer sollte er heissen"

(그는 시냇물이 아니라, 바다라고 불려야 한다)

- Ludwig van Beethoven






독일어로 Bach 란 시냇물을 뜻하는 단어이기도 한데, 베토벤은 이를 두고 살짝의 언어유희를 사용해 다성 음악의 주춧돌을 세운 바흐를 시냇물이 아닌 바다로 칭한다. 사실 그의 음악이 실내악을 비롯한 여러 악기를 사용하는 모든 음악들의 틀을 제공하며, 그로 인해 더 빛나는 음악들을 작곡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 말을 반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바흐는 어떻게 그의 음악에서 이론을 확립시키고, 다성음악의 시작을 알릴 수 있었던 것일까.







The organ of Leipzig's St John's Church. Photo: Jens Volz 1743년 바흐가 사용한 오르간



이미 익히 잘 알려져 있듯 바흐는 독일 북동쪽에 위치한 도시 라이프치히의 한 교회에서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작곡을 해오던 교회 음악 작곡가였다. 그는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바이올린, 오르간 등의 여러 악기를 접하며 그의 음악적 역량을 드러내기 시작했는데, 사실 그가 독실한 교회 음악 작곡가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그는 교회 음악을 제외하고도 귀족을 위한 풍류를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음악들을 많이 작곡하기도 했다. 실제로도 대중들에게 익숙히 잘 알려져 있는 바흐의 첼로 모음곡이나 바이올린의 샤콘느 등은 그가 교회에서 음악감독의 자리를 맡고 있었을 시절이 아니라 귀족의 총애를 받아 후원을 받고 있었을 때에 작곡된 곡들이다. 그렇지만 그의 음악이 교회 음악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그리고 그의 음악에 화성화된 다성 음악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뿌리를 내리게 해 준 악기는 바로 화성과 멜로디를 모두 표현할 수 있었던 교회의 오르간이었다.



오르간 페달



우리가 평소에 오르간의 모습을 보기란 그렇게 쉽지 않다. 보통 파이프 오르간은 악기 중의 왕이라고 불릴 만큼 크기가 장대하며, 매우 많은 자본과 공간과 인력이 투자되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악기이기 때문이다. 오르간은 언뜻 보면 피아노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사실 건반이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피아노와는 전혀 다른 악기이다. 오르간은 크기에 따라 보통 2,3개의 건반, 그리고 건반과 똑같은 모양의 페달, 플루트와 비올라 다 감바와 같은 여러 악기들의 음색을 흉내 낼 수 있는 수십 개의 버튼으로 이뤄져 있는데, 오른손과 왼손, 두 개의 성부로 나눠져 있는 피아노와 달리 오르간은 건반 형식의 페달(발 건반)이라는 새로운 성부가 존재한다. 그로 인하여 오르간을 이용한 음악은 보다 쉽게 같은 리듬이 성부마다 겹쳐져서 반복되어 나오는 다성음악을 누구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악기가 되는 것이다. 물론 그는 그 이전에,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였으며, 음악가 집안에서 자라온 덕택에 하프시코드와 같은 여러 악기들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여러 악기들을 위한 곡들을 작곡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기독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3이란 숫자의 의미(삼위일체)를 가진 오르간을 이용한 음악들은 그의 음악에서 현악기를 위해 작곡된 곡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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