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여, 우리 인류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면
나는 기꺼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소개해 줄 것이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사랑하는 1인-
언젠가 들었던 이 말만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잘 나타내는 말이 또 있을까? 우리 인류의 5,000년 이상의 역사가 고스란히 모여있는 창고와 같은 곳으로 불리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THE MET 은 소장품 수가 약 200만여 점 이상이라고 하니 루브르 미술관의 약 38만여 점과 비교해서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놀랍지 않을 수 없다. 1, 2층의 낮은 건물로 축구장 면적의 약 8배 사이즈(633,100 square feet)에 17개의 큐레이셔널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보통 처음 가서는 제대로 다 보지도 못하고 같은 자리만 헤매다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뉴욕의 또 다른 대표적인 미술관인 모마 MoMA 뉴욕 현대미술관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많이 비교하곤 하는데, ‘니가 좋아하는 것만 골라 모아 놨어!’ 하는 곳이 모마 미술관이고, ‘이 중에 니가 좋아하는 것 하나쯤은 있지 않겠니?’ 하는 곳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라고 누군가 했던 말이 와닿는다. 한 해 동안의 방문객 수 또한 코로나 전 약 736만여 명으로 하루에 약 2만여 명이 찾는 곳으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사랑하는 미술관이다 (Source: 2018 AECOM and TEA Theme Index and Museum Index Report, #1 루브르 10.20m, #2 중국 국립미술관 8.61m, #3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7.36m). 약 1,800여 명의 풀타임 직원과 약 9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일하는 대규모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자칫 국립 미술관이 아닌가 오해받기도 하는데, 950여 명의 펠로우 & 후원자와 41명의 선출된 이사회가 운영하는 민간 기업이라고 하니 더 놀랍다.
이집트 들판에 있을 법한 고대의 거대한 서원 Temple of Dendur 을 실내에 들여놓은 스케일에 한 번 놀라고, 너무나 많은 유적물과 천장에 거대하게 설치되어 있는 아프리카 장식물 Ceremonial House Ceiling 에 또 한 번 놀라고,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미국관 The American Wing 작품들, 부자의 저택 안 거실에서 작품을 보는 것 같이 꾸며 놓은 인테리어 The Robert Lehman Collection 가 흥미롭고, 중세 시대의 철갑옷과 무기들 Arms and Armor 을 이렇게 가까이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마네, 모네, 드가, 반 고흐, 고갱, 세잔 등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 작가의 작품들 European Paintings 을 이렇게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 등에 입을 다물기 힘들 정도이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매년 열리는 멧 갈라 쇼로도 유명하다. 멧 갈라 Met Gala 또는 멧 볼 Met Ball로 불리는 이 행사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의상 연구소 Costume Institute의 자선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이벤트로 패션잡지 보그 Vogue의 주관으로 매년 5월 첫째 주 월요일에 열린다. 이 날은 만찬 행사로 미술관은 휴관이며 일반인인 우리는 아쉽게도 방송, 잡지 등을 통해 볼 수 있다. 다양한 분야의 셀럽들이 그 해 정해진 주제의 드레스 코드에 맞게 제작된 오뜨 쿠트르 의상들을 선보이는 패션쇼로, 셀럽들을 만나는 즐거움과 내가 좋아하는 샐럽이 어떤 새로운 의상들을 입고 나오는지 보는 즐거움을 모두 선사한다. 선보인 패션 의상들은 이후 미술관에서 일정기간 전시를 통해서 직접 만날 수 있다.
우리 한국과의 인연은 1998년 6월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의 기금 지원으로 약 400여 점의 소장 한국 미술품으로 기초로 구성한 한국관 Art of Korea 을 오픈하였다. 중국, 일본관보다는 작고 한산하여 조금의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해외에서 만나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작품들 앞에서 뭉클함이 있으니 꼭 방문해 보길 권한다. 2021년 9월 BTS와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방문으로 더 많이 알려지기도 하였다.
History
뉴욕은 이제 세계의 위대한 도시 중 하나가 되었지만,
유럽의 모든 대도시가 가지고 있는 한 가지가 없습니다.
- 존 제이 John Jay II -
1866년 7월 4일 이곳은 프랑스 파리, 90주년 미국 독립기념일을 기념하기 위해 파리에 사는 미국인들이 모였는데 연단에는 초대된 변호사인 존 제이 John Jay II 가 연설을 하고 있다. “지금이야 말로 미국민들에게 미술관이 있어야 할 때이고, 유럽에 있는 미국인 우리가 그 계획을 시작할 때입니다!”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역사적인 계획은 이렇게 시작된다. 곧바로 미국으로 돌아온 존 제이는 시민 지도자, 사업가, 예술가, 컬렉터, 자선가 등으로 구성된 뉴욕 유니언 리그 클럽 New York’s Union League Club의 회장이 되고 약 4년 후인 1870년 4월 13일 지금의 장소에서 차로 약 10여분 정도 떨어진 681 Fifth Avenue의 Dodworth 빌딩에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공식적인 문을 연다. 지금의 장소에는 약 10년 후인 1880년 3월 30일 건축가 칼버트 복스와 제이콥 레이 몰드의 신고딕 양식 설계로 이전 오픈하였고 지금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아이코닉한 외관 모습은 1902년 12월 건축가 리처드 모리스 헌트 Richard Morris Hunt 가 설계한 정면 파사드와 그레이트 홀이 공개되면서 자리 잡게 된다.
맷 클로이스터스 The Met Cloisters
우리가 보통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라고 하면 5th Avenue에 있는 본관을 얘기하는데, 별관인 맷 클로이스터스가 본관에서 차로 약 15분 거리인 포트 트라이온 파크 Fort Tryon Park에 하나 더 있다. 1938년 5월에 석유왕 록펠러의 아들인 존 데이비드 록펠러 주니어 John D. Rockefeller, Jr. 가 기증한 땅에 건축가 찰스 콜린스 Charles Collens의 설계로 고딕 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을 많이 포함한 20세기에 지어진 중세 건축물 형태이다. 본관보다는 훨씬 작은 규모의 수도원 느낌이 물씬 풍기는 미술관으로 중세 시대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으며, 특히나 패널로 구성되어 있는 작품, 색실로 정교하게 그린 태피스트리 작품, 스테인드 글라스 등을 볼 수 있다. 파크 안에 위치해 있어 주변의 경관이 너무나 아름답고 옥상의 루프탑 오픈으로 카페테리아가 있어 커피 등 차도 한 잔 할 수 있으니 시간 되시는 분들은 꼭 방문해 보시길 권한다.
Tips
하나, 오전에 미술관, 오후엔 자유 일정으로
길지 않은 뉴욕 일정 중에 미술관은 가능하면 사람이 많이 붐비지 않고 좀 더 집중력이 살아있는 오전에 방문하길 권한다. 미술관 오픈 시간에 맞춰 들어갔다가 조금은 붐비지 않은 시간에 집중력 있게 보고, 오후에는 시내 자유 일정을 소화하는 게 좋겠다. 마지막에 기념품 샵 들러 수고한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 담은 종이백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에는 음료 한잔 사서 붐비는 사람들 틈에 비집고 들어가 잡은 더 맷 계단에 앉아 즐기는 여유를 절대 놓치지 말자! 아직도 하루가 많이 남았네, 의 뿌듯함을 꼭 만끽해 보시길 바란다.
둘, 루프탑에서 보는 뉴욕의 스카이라인과 뉴욕 센추럴 파크의 뷰
정신없이 미술관의 작품들만 보다 보면, 루프탑에 올라가서 뉴욕의 멋진 스카이라인 뷰를 볼 수 있다는 걸 놓치고 그냥 가는 사람들이 많아 너무나 아쉽다. 특별히 날씨 등의 이유로 닫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오픈되어 있으니 꼭! 루프탑에 올라가 뉴욕의 센추럴 파크를 내려다보는 멋진 경험을 해 보시길 바란다. 야외 설치 미술들도 좋고, 카페테리아가 있어 커피 한 잔의 여유도 즐길 수 있다. 이것까지 해야 당신은 뉴요커!
셋, 시간이 짧다면 2층 유럽미술관으로 직진
난 제대로 볼 테야, 하는 관람객은 1층 로비의 오른쪽인 이집트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고, 다 본 후에 2층으로 올라가서 다시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면 시대순으로 볼 수 있다. 난 집중력도 짧고 시간도 없어서 핵심만 볼 테야, 하는 관람객은 바로 2층 유러피언 페인팅 관부터 들어가서 반 고흐, 마네, 모네, 고갱, 세잔 등의 인상주의 방부터 보고 나머지를 보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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