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비제 르 브룬 Élisabeth Vigée Le Brun
거울을 보고 있는 줄리 르 브룬 Julie Le Brun (1780–1819) Looking in a Mirror
엘리자베스 루이즈 비제 르 브룬 Elisabeth Louise Vigée Le Brun
1787
Oil on canvas
92.4 x 73.7 cm
작품명의 줄리 르 브룬은 이 작품을 그린 화가 비제 르 브룬의 딸로 당시 만 7살인 그림 속 아이이다. 1787년 프랑스 왕립 아카데미 살롱 French Royal Academy’s Salon 에 딸인 줄리의 초상화 세 점 중 하나이다. 이 작품보다 먼저인 1786년에 비제 르 브룬이 치수는 똑같은 나무판 위에 이와 비슷한 그림을 그린 작품이 하나 더 있다. 들고 있는 거울의 테두리가 꽃무늬로 다른 점, 그린 연도가 최소 1년 이상 차이가 나니 1-2살 더 어린 줄리의 얼굴을 비교해 보는 점 등 서로 비교해서 봐도 너무나 재미있다.
일단은 작품 속 딸과 이 그림을 그린 엄마 모두 잘 안 알려져 있는 인물이니 이 두 인물부터 알아볼까?
엘리자베스 루이즈 비제 르 브룬 Elisabeth Louise Vigée Le Brun 1755 - 1842
와, 자화상 그림 하나면 설명 끝인데? 그림 너무 잘 그리는데? 짜 놓은 물감의 광택까지? 모자 아래 얼굴에 드리워진 그늘 표현까지? 모자의 깃털 한 올 한 올 다 살아 있네… 이처럼 초상화를 너무나 잘 그리는 프랑스의 화가이다. 약 660여 개의 초상화와 그뿐만 아니라 약 200여 개의 풍경화도 그렸다고 한다. 그림풍을 보면 알겠지만, 고전풍의 신고전주의와 블링블링 로코코 스타일의 그림을 주로 그렸다. 신고전주의 대표적인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1748-1825)와 시대가 겹치니 그 당시 트렌드에도 정말 그림 잘 그리는 화가로 이름을 날렸겠구나.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사치의 대가, ‘빵이 없으면 케이크(브리오슈) 먹으면 되지’의 마리 앙뜨와네트의 초상화 화가로 활동하였다고 하니 말 다했네. 마리 앙뜨와네트는 어떻게 그렸을까? 궁금해진다.
그림 하나는 끝나게 그리는구나. 이렇게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면 그녀 앞에서는 아무리 추하고 못생긴 사람도 너무나 매혹적으로 그리겠는걸? 신고전주의+로코코 가 이런 그림이구나. 대단. 이 시기가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의 시기라 그 해 비제 르 부룬은 프랑스를 떠나 이탈리아로 넘어갔다가 약 20여 년 동안 로마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대륙을 가로지르며 영국에 체류한 후 다시 프랑스로 돌아와 생을 마감한다.
줄리 르 부룬은 1780년 2월 12일에 파리에서 화가이자 미술상이었던 아버지 장-바티스트-피에르 르 브룬과 어머니 엘리자베스 비제 르 브룬 사이에서 태어났다. 너무나 사랑하는 딸로 엄마인 비제 르 부른은 딸의 그림을 많이 그렸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면서 엄마는 아빠와 헤어지고, 줄리 르 부룬은 엄마와 함께 정치가 어느 정도 안전화 되면 돌아올 생각으로 프랑스를 떠난다. 둘 사이는 어렸을 때는 너무나 좋았지만, 커서는 다툼도 많았고 특히 1799년 줄리 르 부룬이 더 나은 사람과 결혼하기를 바랐던 엄마가 반대하는 결혼을 한 후 둘 사이는 더 멀어졌다. 1919년 39세의 나이로 딸인 줄리가 엄마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고 그때쯤 둘은 화해했다고 한다. 엄마와 딸, 평생 애증의 관계인가…
거울을 보고 있는 줄리 르 브룬 Julie Le Brun (1780–1819) Looking in a Mirror, 1787, Elisabeth Louise Vigée Le Brun,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The Met
미술관에서 이 그림을 처음 봤을 때, 어느덧 나도 모르게 벌써 이 그림 앞에 서 있었다. 이렇게 사랑스럽고 이쁜 그림을 어떻게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있을까? 아이의 얼굴 볼 살을 보았나? 뽀얗게 통통한 볼살을 보고 나도 모르게 꺄악~ 소리를 지를 뻔했다. 더불어 거울 속 줄리의 커다란 파란 눈과 컬이 들어가 있는 갈색 머리는 더욱더 사랑스럽다. 그림의 틀 액자 안에 또 다른 액자를 들고 있는 모습이, 이게 진정한 액자식 구성 아닐까? 재미있다. 그림의 배경을 뿌옇게 브러시 처리한 것은 그 당시 자크 루이 다비드가 유행시킨 배경처리 방식이라고 한다. 그런데 거울 속 줄리의 얼굴이 조금 이상함을 느꼈는지? 너무 정면 모습 아닌가? 거울을 저렇게 들고 있으면 저런 모습으로 거울에 비치지 않을 텐데, 더 기울어진 얼굴의 형태로 보일 텐데 이건 어쩜 저렇게 정면의 모습이지? 이런 생각을 가지고 다시 보니, 이건 거울이 아니라 사진액자 인 듯도 하고??!! 그 전의 비제 르 부룬이 얼마나 디테일하게 그림을 그리는지 아는 사람은 이건 분명 작가의 의도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런 비현실적인 관점으로 그린 의도는 무엇일까? 너무나 사랑스러운 줄리의 얼굴을 정면으로 우리에게 제대로 소개해 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제 딸,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줄리예요!
실제 거울을 작품에 넣어, 작품 속 주인공과 관람자의 모습이 하나의 작품으로 표현되게 만든 프리다 칼로의 플랑-창과 나 Fulang-Chang and I, 1937, 프리다 칼로 Frida Kahlo, 뉴욕 현대 미술관 MoMA
액자 앞의 책이 서로 비춰진 것으로 보아 거울이라고 생각되는데, 거울 앞에 서 있는 남자의 얼굴이 당연히 거울에 비쳐줘야 하는데 또다시 뒷모습이??!! 갸악……. 복제 금지 Not to Be Reproduced, 1937, 르네 마그리트 René Magritte, Museum Boijmans Van Beuningen, Rotterd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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