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경제학이 이끌어 도착한 코스타리카에서 만난 커피와 여성들
인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 년의 갭-이어 기간을 가졌다. 해외에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벌써 5년이 가까운 시간을 인도에서 보냈기에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면 어떻겠냐는 부모님의 권유도 있었고, 사실, 잠시 방황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없지 않아 있었다.
일 년의 갭이어 기간을 가지기로 하고 여러 대학을 지원했다. 한국 대학을 지원하기도 했지만 내 마음은 벌써 학업에 관해 달라져버린 시각과 거기서 온 차이 때문에 한국에 있지 않았다. 감사하게도 <작지만 강한 학교>라는 당시 꽤나 이름을 알린 책에도 소개된 얼햄 (Earlham College) 이란 대학교에 기숙사비를 포함한 4년 장학금과 함께 합격 편지를 보내왔고, 부모님도 반대할 이유가 없으셨다.
2012년 8월, 자유전공으로 학교 생활을 시작했다.
2014년 초, 코스타리카의 남쪽의 뻬레스 셀레돈 [Perez Zeledon]에 위치한 라 리베라 [La Ribera] 동네 출신의 친한 친구, Nicol이 조심스럽게 나에게 물었다. "내가 <지속 가능함>에 포커스를 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싶은데, 네가 도와주면 너무 재밌을 것 같아. 팀을 모으고 있어, 함께 하지 않을래?"
그녀가 구상한 프로젝트는 정부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지 못하는 라 리베라 마을의 커뮤니티 센터 [한국 마을 읍의 문화 센터와 흡사 비슷]를 지어주는 것. 코스타리카의 작은 마을은 뚤노 [turno]라는 행사를 통해서 모금을 하고, 그 모금액으로 동네 학교도 보수하고, 자연피해로 인해 무너진 길도 다시 닦고 동네를 위해 투자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부엌도 있고 행사도 가능한 커뮤니티 센터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몇 해전 자연재해 피해로 무너진 커뮤니티 센터를 다시 짓기 위해서 라 리베라 동네 주민들은 노력했지만 정부 지원금은 턱이 없었고 커뮤니티 센터가 없는 상태에서 모금을 하는 것은 더욱더 힘들었기에 악순환으로 길과, 학교의 보수 등 여러 분야에 구멍이 드러나고 있었다.
이에, 라 리베라 출신 최초의 미국 유학생이었던 우등생 니콜이 자신이 마을을 돕겠다고 했고, 지속가능성에 포커스를 둔, 친환경적인 커뮤니티 센터 짓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당시 나는 2학년으로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자유전공의 학교였지만, 3학년이 되기 전에는 전공을 선택해야 했다. 경제, 국제 관계, 정치 그리고 심리학 수업을 두루두루 들어보다가 전공은 경제학으로 확정 지었다. 들어본 여러 수업 중에 특히나 개발 경제학이 가장 흥미롭게 느껴졌다. 아시아 타이거 중 하나인 한국의 이야기를 해외 학자들의 시선으로 배우는 것도 재밌었지만, 항상 "지방"에서 살아온, 유학도 '인도'로 간 메인스트림보다는 마이너에 가까운 삶을 살아온 내게 와닿았다. 그래서 개발 도상국의 이야기 (그리고 현재 경제 대국들의 성장)과 인권에 관심을 갖고 Amnesty International의 대학교 챕터 장도 맡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프로젝트가 더 가깝게 와닿았다. 꼭 하겠다고 했다.
그녀가 제일 처음 해야 했던 것은 팀 구성. 경제학을 전공 한 나, 생물학을 전공한 친구 C, 환경학을 전공한 친구 K, 언어와 사회학을 전공한 M, 정치학을 전공하고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에 특출 난 현재 나의 베프 중 하나인 아비까지, 거기에 경영학을 전공한 니콜로 여섯 명으로 구성된 작은 팀이 만났다.
Aynah라는 이름 안에서 우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펀딩을 시작했다. 온라인에서는 비디오를 찍고 편집해 우리와 프로젝트에 관련된 스토리를 알렸고, 오프라인에서는 컵케잌을 굽고, 교수님들의 문을 두드려 기부금을 마련했다. 학교 차원에서 큰 스케일의 행사, Latino Dinner을 주최해 친구 뮤지션들을 불러 콘서트를 하고 인근 멕시코 음식점에서 음식을 협찬받아 티켓을 팔고 돈을 모았다. 결국, 온-오프라인을 합쳐 500만 원 모금 프로젝트는 성공했고 거기에 500만 원을 매칭 펀딩으로 받아, 총 1,000 만원으로 모금을 끝낼 수 있었다. 대학교 3학년에게는 큰돈으로 성취감도 꽤나 컸다.
프로젝트 모금이 성사되고 대학교에서 오픈한 새로운 장학금 제도에 신청을 해 겨울 방학 코스타리카를 방문할 수 있는 지원금까지 받게 되었다. 프로젝트 모금은 여섯 명 모두 함께 하였지만 모금이 끝나고 꾸준히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지는 멤버는 나와 니콜, 아비뿐이었기에 장학금은 우리 세명의 비행기 값으로 퉁!
그렇게 지금은 비즈니스 파트너가 된 아비와, 우리의 이사진으로 있는 니콜과 함께 한 첫 번째 코스타리카에서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