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경 Jan 30. 2021

고니의 복수심과 모방적인 욕망 사이의 상관관계

되돌리는 분석, 영화

오랜만에 티비를 켰다. 채널 OCN에서 '타짜'가 방영 중이었다. 이미 중반부 이상 흘러가 버린 영상에 아쉬워 넷플릭스로 돌린다. 눈만 재미를 누리면 안 되니까, 공평하게 심심한 입도 배려한다는 구실을 붙이며 맥주 한 캔을 땄다. 간만에 집에서 누리는 영화관 느낌 좋다.




영화 ‘타짜’에서 남원 시골의 순수한 청년 고니는 동네 도박 화투패의 바람잡이와 타짜의 속임수로 이혼한 누나의 위자료를 모두 잃는다. 도망간 화투패를 찾으러 전국을 돌던 고니는 은퇴한 전설의 도박꾼 평경장을 만나고 밑에서 배움을 자처한다. 고니는 타짜의 경지에 이르게 되어 예전에 잃었던 돈의 다섯 배를 따면 도박을 그만두겠다는 약속을 하고 평경장의 제자가 된다. 둘은 전국의 화투판을 돌며 돈을 쓸어 담다 우연히 정 마담을 만난다. 정 마담과 화투를 치던 고니는 정 마담이 미리 설계해둔 화투판에서 큰돈을 따고 평경장의 만류에도 유혹을 이기지 못한다. 이후 정 마담의 제의를 받아들인 고니는 평경장과 기차역에서 헤어지지만 이후, 평경장이 왼손이 절단된 채 살해됐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기차역에서 마주친 아귀가 내기 화투에서 지면 한 손을 자른다는 것을 기억해낸 고니는 평경장의 복수를 위해 전국을 돌며 여러 사건에 휘말린다. 극의 후반부에 아귀를 만나게 된 고니는 도박에서 이겨 아귀의 손목을 뭉개는 것으로 평경장의 복수를 하지만, 평경장을 죽인 실제 범인은 자신의 연인이자 사업 파트너인 정 마담이었다. 허탈해진 고니는 정 마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귀와의 도박에서 딴 돈을 태우곤 사라진다.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르네 지라르는 모방적 욕망을 타인의 욕망에 기반에 모방에 의해 생겨난 욕망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서 욕망은 생존과 연관된 욕구가 아닌 형이상학적인 바람으로의 욕망이다. 모방적 욕망의 삼각형에서는 주체와 주체의 욕망을 돕는 중개자 그리고 주체가 이루고 싶은 대상 즉, 욕망 세 가지로 이루어진다.




[영화 스틸컷]
평경장: 누나 돈 찾으면 화투 끊을 수 있간디?
고니: 한 다섯 배는 더 벌어야죠.



영화 ‘타짜’ 초반부의 고니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돈을 벌고자 했던 욕구에서 도박을 시작하지만 사기를 당한다. 이때의 고니는 욕망이 아닌 현실적으로 돈을 벌어보고자 했던 생존에 의한 욕구였다. 이후, 평경장을 만난 고니의 욕구는 욕망으로 변질된다. 일차적으로 돈을 벌겠다는 욕구는 평경장의 밑에서 화투를 배워 화투의 경지에 이르겠다는 이상적인 욕망으로 변한다. 여기서 대상은 고니이고 대상은 사기 맞은 돈의 다섯 배 액수와 타짜라는 타이틀로 중개자는 평경장이다. 이로써 고니의 욕망은 평경장을 통한 모방적인 욕망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고니의 욕망은 영화의 다른 플랫에서도 발견된다.


바로 복수다.

초반의 누나의 이혼 위자료를 사기도박에서 날린 고니는 사기 화투패의 박무석을 찾아 날린 돈을 찾겠다는 욕망으로 복수를 꿈꾼다. 하지만 평경장의 죽음으로 아귀에게 복수할 것을 약속한 고니에게 아귀는 복수의 대상이자 중개자다. 팔을 자르겠다는 복수와 더불어 타짜 중에 유명한 아귀를 이겼다는 타이틀 롤을 획득할 수 있는 대상으로써 모방적인 욕망이라고 볼 수 있다. 고니의 모방적 욕망에는 기존에 아귀가 자신에게 진 사람들의 왼손을 절단하는 잔인한 놀이가 똑같이 작용한다.  


고니: 이 패가 단풍이 아니라는 거에 내 돈 모두 하고 내 손모가지 건다. 쫄리면 뒈지시던지.
아귀: 이 씨발놈이 어디서 약을 팔어?
고니: 씨발, 천하의 아귀가 혓바닥이 왜 이렇게 길어.

[영화 스틸컷]


모든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정 마담은 고니의 욕망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도 했다. 자신의 과거와 얽혀 있는 평경장을 살해하고, 아귀가 살인자인 것처럼 평경장의 시체를 훼손시켰으며, 아귀에 대한 고니의 복수심으로 자신의 도박 사업을 번창시켰다. 나아가, 아귀의 돈까지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영화스틸컷]
나 그렇게 보지 마. 알잖아. 나 무시하는 거. 내 돈도 무시하고. 나 이해하지?

어쩌면 고니는 중개자이자 대상일지도 모른다.

 마담이 자신의 욕망으로 도달할  있도록 하는 중개자지만, 마찬가지로  마담을 즐겁게 한  애인이었고, 완벽한 사업 파트너라는 형이상적인 욕망으로 대상이다. 정마담이 욕망으로 향한 돌진이 파헤쳐보면 고니라는 중개자를 향한 돌진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공부하면서 이해한 얕은 지식으로 글을 씁니다. 부족한 부분 등을 짚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뮤지컬 ‘베르테르’의 사랑과 죽음 속 영원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