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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경 Jul 20. 2022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로 보는 인간의 죄악

되돌리는 감상, 뮤지컬

[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도예도프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 형제들’은 무신론적 관점에서의 종교를 중점으로 얘기하고 본능에 귀속되는 인간에 대한 세밀한 탐구가 담겨 있다면 뮤지컬은 다른 해석을 담고 있다. 뮤지컬 내용은 인간의 욕망과 본능이 불러일으키는 죄는 인간 내면 속 악마의 짓임을 주장한다. 인간은 결국 내면에 악마를 담고 있으며 그것이 끄집어 표출되기를 악마는 기다린다는 조금은 평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소설이 인간의 합리주의와 이성, 지식에 대한 과신을 담고 있다면 뮤지컬은 좀 더 단순하고 표면적인 죄악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낸다.


핫소리야, 헛소리야. 누가 행동을 했을까


소설 속의 알료샤가 자신의 고뇌와 딜레마들을 통해 아가페적인 사랑과 믿음을 이어가는 사실상 진주인공 중 하나라면 뮤지컬에서의 알료샤는 자신의 피를 부정하고 무서워하며 종교로 도망친 방관자 적인 죄를 짓는 것으로만 표현된다. 그리고 표도르의 사생아인 스메르자코프는 유전적 병인 간질을 알리바이로 이용해 아버지에게 복수하는 야비한 아들이다.

소설에서의 스메르자코프는 표도르의 다른 아들인 이반과 디미트리의 아버지에 대한 혐오가 자신을 부추겼다며 살인에 대한 이유로 든다. 반면 뮤지컬에서의 스메르자코프의 살인은 표면적인 악 그 자체다. 행동하는 그를 만든 원인으로 ‘표도르가 죽길 바라는 세 아들의 집념이고 바람이다’며 ‘악마인 나를 깨운 것은 너희(특히 이반)’라고 세 형제를 심리적으로 괴롭힌다. 특히, 신의 피조물을 사랑한다며 아무렇지 않게 새끼 고양이들을 죽였다는 그의 대사와 넘버들은 순수악이자 사이코패스적 성향으로 풀이된다.

뮤지컬에서 백치였던 엄마에게 태어난 아들로 정신적으로 뭔가 부족하지만 순수해 보였던 스메르자코프의 연기가 극에 달할 때, 순수한 인간에서 악마적인 본능이 일깨워진 살인마로 변한다.


당신은 까라마조프가의 힘을 내게 알려주었으니까


이반을 정신적 나락으로 몰아세우는 스메르자코프의 발작적 간질 연기는 보는 사람의 뒷덜미에 소름이 돋을 만큼 괴기스럽다. 옛 세기의 사람들이 간질을 악마에 의한 병으로 생각하던 것을 의도한 연출로써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불쾌한 시야에서 오는 불편한 시각을 안겨준다. 그만큼 사실적인 묘사에 성공했다는 증거로도 볼 수 있다.
러시아 어로 스메르자코프는 수증기다. 그는 무형 무취의 연기처럼 스며들듯 형제들을 괴롭혔고, 뿌연 안개처럼 자신을 표현하는 주관은 없으며 형제들의 관념을 이용한다.


우리 몸에 살고 있는 폭풍


표도르의 정식적인 세 아들은 퇴역장교 드미트리, 지식인(언론인) 이반 그리고 수도사 알료샤다. 세 아들의 직업은 카라마조프 가문의 원죄를 의미한 것으로 해석된다. 장교는 군부이자 폭력, 본능 그리고 아버지를 닮은 가문의 원죄 자체를 나타낸다고 봤다. 지식인인 이반의 경우, 그들이 가진 명예적 오만함은 무신론적 죄악을 나타내는데, 오히려 악이 파고들기 쉽다는 것과 지식인 특유의 점잖을 빼는 가식과 위선을 얘기한다. 엘리트주의의 오만함은 악마가 가장 좋아하는 죄악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수도사는 종교가 가진 이타적 관점에 배반되는 것을 포용 못할 때 나오는 방관과 모순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이 세 직업은 인간세상의 주요 사회적 지위이자 지위가 불러오는 죄로 표현된다고 해석했다. 그리고 표도르는 부유했던 사업가이자 지주인데 어느 문화에서든 방탕함이라는 죄악과 넘쳐나는 돈으로 인한 탐욕은 항상 원죄로 이야기된다.


인간은 신보다 기적을 믿는 존재야

뮤지컬에서의 인간은 신을 부정 하지만 기적은 바라는 모순을 보이며 표면적인 악마를 겁내지만 내 안의 악마는 개의치 않아함을 담고 있다. 그리고 악마는 신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아름다움, 즉 순수한 행복과 싸운다는 것도 내포했다.


#뮤지컬 #공연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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