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u. Arequipa
그래피티...
파스타를 먹고 아레키파 광장에서 맥주를 마시다 우연히 본
그래피티는 잊을 수가 없다.
그래피티를 만들어내는 그 예술가도,
피부로 맞닿은 그 뜨거운 분위기까지 하나도 잊을 수가 없다.
광장 바닥에 앉아 큰 도화지에
밑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불을 이용해 색감을 더하고
익숙한 손목 스냅으로 엣지까지 더해지면
세상에 하나뿐인 예술작품이 탄생한다.
예술이라는 단어는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그렇게 만들어 낸 작품으로 게임이 시작된다.
리오넬 메시를 닮은 그 예술가는 말빨도 예술적이었다.
그를 둘러싼 수십 명 사이에서 현란한 말빨로 청중들의 지갑을 흔들었다.
작품을 가지고 싶은 사람들은 번호가 쓰여있는 쿠폰을 살 수 있다.
쿠폰은 1솔, 약 400원으로 사고 싶은 만큼 살 수 있다.
욕심이 안 날수 없는 그 작품을 보고
앞에 있는 사람이 3장을 사면 나는 4장을 사고
10장을 사면 11장을 사는... 그렇게 피 말리는 경매 같은 시간이 흐르고
결국, 어머니가 인생은 참 쉽지 않고 쓰다는 교훈을 주기 위해
꼬마 아이에게 1장을 사 준 그 쿠폰이 당첨이 되는 순간,
아이는 세상은 참 쉽고 자기 마음대로 된다는 크나 큰 교훈을 얻고
쓰디쓴 인생을 살아가는 나는 10장의 쿠폰을 천천히 찢어가며
씁쓸하지만 꿈과 희망을 품고 자라나는 아이에게 진심 어린 축하의 박수를 친다.
그래피티 작품까지 내가 가졌다면 더할 나위 없을 만큼 행복한 밤이었겠지만
작품을 가슴에 품은 채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야구장에서 파울볼을 주웠을 때 사람들이 외치던
"아 주라! 아 주라!"가 생각나기도 하며
마음이 따뜻해지고 어느 때보다도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짧았던 아레키파의 밤도 어느새 저물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