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e. Atacama
십자가 아래 수많은 별
아타카마에는 한국인들의 성지가 있다.
십자가 언덕이라고 해서 큰 십자가로 가서
십자가 아래에 누우면 수많은 별들이 보인다.
마치 동화처럼...
아타카마에 오면 아마 대부분 한국인들은 한 번쯤
십자가 언덕에 가지 않을까 싶다.
나도 학선이형이랑 게스트하우스에 있는 한국인들과 함께
빛이 사라지고 오천원짜리 칠레산 와인과 함께 십자가 언덕으로 이동했다.
사실 우유니에서 엄청난 별을 봤기때문에 내 눈높이가 너무 올라가서
큰 기대는 하지 않고 걸어갔다.
작은 언덕을 올라 큰 십자가 아래에 자리 잡고
하나 둘 손에 잡고있는 반짝이는 후레시를 껐다.
불빛이 하나씩 꺼질때마다
별빛이 하나씩 켜진다...
모든 불빛이 사라지고 하늘을 올려다 보니
와.... 이런 또 말도 안되는...
지금 생각해도 뭉클한 순간이었다.
물론 우유니만큼 별이 위아래 다 쏟아지진 않았지만
하늘을 가득 채운 별빛과 별빛이 희미하게 비춰준 십자가까지
우유니에서 본 별과는 조금 다른듯한 느낌이었다.
바닥에 누워 스피커에 흐르는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우리는 한참동안 멍하니 하늘만 바라봤다.
날씨는 살짝 쌀쌀했지만
뭔가 내 몸은 따뜻하고 몽글몽글해져갔다.
마치 썸타는 사람과 함께 바닥에 누워 별을 보면
완벽하게 그순간 썸을 종결낼 수 있을 듯한 분위기였다.
(물론 좋은 방향으로)
완벽한 밤을 보내고 오늘도 와인과 함께 사막에서의 밤에 취해간다.
사람들은 왜 별을 보면 기분이 좋아질까...
나는 또 왜 별을 찾아가면서까지 좋아할까...
그리고 그 날을 왜자꾸 떠올리고
그때 그 순간을 잊지 못할까...
지금 생각하면 그렇다
인제에서 군복무를 할 때 봤던 별들
몽골 텐트에 누워 봤던 별들
뉴질랜드 캠핑카 아래에서 봤던 별들
우유니 사막에서 봤던 별들
아타카마 십자가 언덕에서 봤던 별들
심지어 중학생때 독서실 끝나고 학교 잔디에 누워 봤던 별들까지
왜 나는 다른 순간들은 기억이 점차 희미해져도 그 순간들은 또렷하게 기억할까...
그냥 그 순간이 좋았고 함께 했던 사람들이 좋았던 이유일까?
이 글을 쓰며 조금 생각해본 결과,
정확한 이유도 모르겠고 굳이 이유를 찾아내고 싶지도 않은 거 같다.
이런 이유없이 행복한 순간들이 있다는거에 감사하고 행복하다.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이런 행복을 조금씩 조금씩 더 만들어 가고싶다.
그 순간들이 별을 보는것뿐만 아니라 사소한 우리 일상에서
그냥 이유없이 행복한 순간들을 살아가고 싶다.
우리가 봤던 쌀쌀했지만 몽글했던 그 별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