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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희 Apr 02. 2022

3월 그리고 설렘

잃어버린 3월

   3월은 특별한 달이었다. 3월이 다가오면 이제 새 학기를 시작하는 아이처럼 설레기도 하고 연초에 사놓고 비워둔 다이어리도 꺼내서 조금이라도 적어보기도 했다. 학생도 아니지만 신학기 맞이 노트도 몇 권 사기도 했고 벚꽃이 피기도 전부터 벚꽃이 피면 무얼 할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봄옷이라도 사야겠다는 마음에 인터넷 쇼핑몰을 한참 뒤적거리기도 하는 때가 3월이었다.


   어느덧 3년째다. 코로나로 날려버린 3월이 3번째다. 첫 해는 정말 안개 같았다. 큰 아이 초등학교 입학해야 하는데, 입학식은 계속 연기되었다. 아이는 학교에 가지도 못한 채 3월을 맞았다. 입학식이 연기되면서 사두었던 가방은 홀로 쓸쓸하게 방치되기 시작했다. 입학식 기념 옷을 사주고 싶었는데 계속 연기가 되면서 겨울옷이 아니라 봄옷을, 아니 여름옷을 사야 하나 뭘 사야 할지 짐작도 힘들었다.


   결국 아이 입학식은 유튜브에 올라온 학교 소개 영상으로 대체되었다. 엄마들은 학교에 함께 들어가지 못해 밖에서 아이들이 거리두기 하며 선생님 따라 교실로 들어가는 씁쓸한 모습을 바라봐야만 했다. 아이들이 거리두기 하며 운동장에 서 있는 사진은 2020년도 초등맘이라면 알아볼법한 마음 아픈 사진이 되고 말았다. 아이를 보내고 안타까운 마음에 자리 뜨지 못하는 엄마들 가득한 모습은 뉴스에도 비칠 정도였다.


   코로나 1년이 지나면서 초중고 1학년이 문제라는 게 언급되기 시작했다. 특히나 초등 1학년은 학교에 가지 못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돌봄이 어렵고 학업 성취도도 크게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1학기가 지나면 한글을 못 하는 아이들은 정말 극히 드물었다는데 코로나 시대에는 2학기에도 한글을 떼지 못한 아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그다음 3월에는 초등 1, 2학년 등교 방침이 세워지면서 바로 등교할 수 있을 줄 알았다. 3월 1일에 한 코로나 검사에서 아이는 확진되었고, 결국 3월에 제대로 학교 갈 수 없었다. 아이는 학교 친구를 볼 수 없었고 담임 선생님 얼굴은 온라인 수업에서나 볼 수 있었다. 20여 일 지나고 나서야 아이는 첫 등교에 나섰다.


   다시 1년, 거리두기는 점점 더 약해지면서 학교는 전원 등교 방침을 세웠다. 자가 격리 기간은 14일에서 10일로, 그리고 7일로 점점 줄어들었다. 하지만 확진자 수는 그 이전과 비교해서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아졌다. 100명 확진자에도 온 국민이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이젠 몇 십만 명 확진자가 나와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일상은 돌아간다. 전보다 상황이 좋아진 것인지 나빠진 것인지 이젠 구분이 어려워질 정도이다.


   확진자는 내 주변에도 여기저기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별일 없을 줄 알았다. 두 번 확진은 비껴갈 줄 알았는데 결국 우리 아이 둘 다 확진되었다. 둘이 경쟁이라도 벌이듯이 사이좋게 함께 확진되었다. 3월에 다시 학교 갈 수 없게 되었다. 이젠 규정이 바뀌어서 일주일만 격리하면 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주변에서는 꺼린다. 고민하다가 열흘을 채우기로 했다. 유치원에 열흘 격리를 채우고 등원시키겠다고 하니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가 3학년이 되어서 가방을 새로 샀는데 아이는 가방 한번 메지 못하고 그 상태로 격리되었다. 새 가방을 메고 친구들 만나서 한창 들떠야 할 시기에 아이는 또 홀로 방치되었다.


   3월마다 이렇게 티 내면서 앓고 지나가니 내게는 불안감만 남았다. 올해는 지난해보다는 그나마 나았지만 하루하루 힘겹게 정신없이 버티다 보니 이젠 4월이라 한다. 작년 3월 격리를 마치고 처음 밖으로 나왔을 때가 생각난다. 3월은 처음인 것처럼, 지금이 겨울인지 봄인지, 구별되지 않아 신기하게 밖을 쳐다보았다. 남들은 벌써 봄인 것 같은데 나는 겨울인 것 같고 나 홀로 시간이 멈췄다가 세상에 나온 것 같았다.


   내년 3월에는 전처럼 3월의 분주함과 설렘을 느껴보고 싶다. 아이처럼 설레며 함께 봄맞이 쇼핑하고 조금씩 피어나는 꽃을 바라보며 벚꽃이 만개하길 기다리고 싶다.

p.s. 이 글을 쓸 때까지는 꽃봉오리조차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글을 다 쓰고 창밖을 내다보는데, 개나리가 보인다. 분명 좀 전에 그곳을 바라봤을 때도 내게 꽃은커녕 어떤 그림자도 보이지 않은 것 같은데 이제야 내 눈에 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4월에는 꽃길만 걷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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