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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랄코튼 Mar 21. 2022

영화 The Class(2009) 분석 - 1

교육적 시선으로 보았을 때 

   영화 The Class(2008)는 로랑 캉테(Laurent Cantet) 감독에 프랑소와 베고도(Francois Begaudeau, François Bégaudeau)가 주연을 맡은 영화이다. 해당 영화는 주연을 맡은 프랑소와 베고도의 자전적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며, 등장하는 학생들 조차 실제 학생들이 출현하였다고 한다. 이민자 문화가 바탕인 프랑스의 한 중학교가 배경으로 나오며, 한 교사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살아 숨 쉬는 학교의 모습을 보여준다. 기존까지 학교 수업을 참관하는 듯한 솔직한 학교 현장을 엿볼 수 있는 영화는 쉽게 볼 수 없었다. 수업 현장뿐만 아니라 학교, 교사, 학생들의 관계와 학교에서 일어나는 역동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조차도 엿볼 수 있다.

   학교는 삶의 축소판이자 사회의 축소판으로 볼 수도 있다. 어쩌면 가장 이해하기 쉬울 수 있는 삶의 모습일 수도 있지만 학교는 폐쇄적이며, 방어적이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역동은 한눈에 다 담아내기 어려울 정도의 변수를 가진다. 같은 수업 안에서 같은 질문 안에서도 모두가 다른 생각을 하며, 모두가 다른 행동으로 옮긴다. 그리고 모두가 다른 영향을 받는다. 이처럼 사회를 축소해놓은 학교의 모습일지라도 그 역동성은 어느 누구도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고,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어느 부분에도 쉽게 넘길 부분이 없었다.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매 순간, 등장인물들의 눈빛, 행동, 말투, 대사 등 모든 것들이 중요한 요소 하나하나였으며, 각본으로 짜여있다고 보기엔 너무 자연스러운 그냥 우리의 일상과 닮아있다. 나도 모르게 지나쳐버린 그 1분 1초 매 순간을 닮아있다.


The Class (2009) 영화 포스터


   영화 The Class에서 큰 소재를 몇 가지 꼽고 싶다.

 
   첫 번째는 교무회의이다. 학년 초 개방적인 교무회의에서 교사들의 자기소개 모습과 수업 편성 협의하는 모습 등 그 모습이 부럽기도 하면서 좋아 보였다. 하지만 이후 나오는 2차례의 공식 교무회의와 그 외 교사들의 교류 장면에서 울화통이 치밀었다. 정말 이런 대화가 오가는가? 에 놀라는 사람도 있겠고, 이게 무슨 문제가 있지?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학교라는 공간에서 교사들이 가져야 하는 생각과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의 경중을 판단하는 태도에서 특정 한 교사의 캐릭터가 정말 소스라치게 놀라웠다. 돌이켜보면 내가 교사로 지내면서도 이러한 장면을 마주했었고, 이렇게 너무 이상한 전개가 자연스럽게 흘러가진 다는 것도 경험했었다. 이는 일단 다수가 회의에서 이뤄지는 안건에 큰 관심이 없다는 점이 원인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수업이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프랑스어 교사와 학생들은 사고하는 수업을 진행한다. 교사의 진행에 망설임 없이 손을 들고 자유롭게 질문하는 학생들의 모습, 학생들의 질문에도 답을 바로 내리기보다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되돌려주는 교사의 열린 질문 이러한 교류가 멋진 그림을 그려낸다. 주입식 교육을 탈피해야 한다고 해도 입시의 노예로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의 교육과 큰 차이이기도 하다. 물론 한국에도 정말 좋은 수업을 하는 교사들이 많다. 그래도 그렇지 못한 교사들이 더 많다는 게 안타까운 점이다. 하지만 사고하는 수업에서도 역시나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사춘기 학생들의 자유로운 발언과 그로 인한 감정 자극 등의 현상, 또한 학생들이 표현한 것에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기 이전에 감정적으로 받는 교사라는 사람. 소극적 표현으로 소외되는 학생, 눈여겨봐야 하는 학생만 주목하는 현상, 낙인으로 인한 차별 등 이 어쩔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교류 역시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다. 



   세 번째는 가족환경이다. 영화 속에서 일부 구간에 학부모 면담 장면이 나온다. 어쩌면 가장 민감하고 가장 폐쇄적인 소재를 집어넣은 장면이라고 본다. 그리고 짧게 짧게 편집되어 보이는 학부모 면담에서는 만감이 교차한다. 학부모의 과한 욕심이 학생을 어떻게 바꿔놓는지, 혹은 그 욕심에도 자립심이 강한 학생의 모습도 나온다. 또 부유하지 않아도 공부를 잘하지 않아도 자녀의 안녕을 더 중요시하는 학부모의 마음도 비친다. 어쩌면 학부모 면담의 대표 케이스들이 다 담겨있다고 볼 수 있을 만큼 정말 함축적으로 잘 녹여냈다. 학부모 면담을 시청자들은 몰래 엿보게 되며, 앞서 보았던 그 학생들의 행동이 이해되기 시작함을 느낄 수 있다. 학부모를 대하고 있는 교사의 모습에서 무엇인지 모를 또 다른 성격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뒤로 이어지는 학교 생활에서 학부모 면담으로 접한 학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학생의 가족환경을 추측하게 된다. 이렇게 시청자들도 선입견을 만드는 순간을 함께 느끼게 되는 것이다.    

  


   네 번째는 학생과 교사의 관계이다.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는 학생의 입장에서만, 교사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하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학교 현장의 학생과 교사 관계는 객관적인 눈을 길러주는 좋은 자극이 된다. 이 영화의 가장 놀라운 구성력으로 이 점을 꼽고 싶다. 어느 학생도, 어느 교사도 나쁘거나 좋거나 하지 않는다. 학생이든 교사든 그 역할 이전에 사람이다. 사람이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관심을 받고 싶고, 존중을 받고 싶고, 존경하고 싶고, 배우고 싶고, 함께하고 싶다. 사람이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자신을 방어하려 하고, 남을 깍아내려서라도 올라서고 싶어 한다. 하지만 학교라는 곳은 사람이기 때문에 본능적인 것들을 조금 더 성숙하게 다루고, 필요에 따라 사용할 수 있게 가르쳐주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발달 과정에서 어느 누구나 당연하게 겪을 그 미성숙함을 어루만지고, 돌보고, 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본연의 진심은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다. 그 방법이 다를지라도 목적은 같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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