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가 선선하다. 시원한 바람이 창문을 넘어 방 안으로 들어온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을 느끼는 순간 그 바람을 느끼며 바람이 들어오는 창밖을 바라본다. 맞은편 아파트 건물 사이로 손가락만 한 파란 하늘이 보인다. 좁은 틈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맑은 하늘색이다. 잠깐 동안이나마 하늘 전체를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넓고 푸른 하늘이 나를 위로해 줄 것만 같다.
바람을 맞으며 잠시 머리를 식히던 중, 나는 바람의 흐름에 따라 방문을 쳐다보았다. 순간 문이 아슬아슬 닫히려고 했다. '안 돼'라는 단어가 즉각적으로 입안에서 뿜어져 나왔다. 재빠르게 일어났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방문은 쾅하고 닫혀버렸다.,순간 아래층에서 시끄럽다고 뭐라 할 것만 같아 마음이 불편해졌다. 괜히 죄지은 사람같은 마음이었다. 문이 더 이상 닫히지 않도록 적당한 물건을 찾아보려 했지만 마땅한 물건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의자를 문아래에 둔다. 의자가 방문이 닫히는 것을 막아줄 것이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도 나는 일을 쉬고 있다. 이런 여유로운 날들이 사실 고맙고 감사해야 할 하루들이다. 그러나 고마운 하루들임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속에는 여전히 감정의 소용돌이가 일고 있다.
최근 들어 내 감정은 마구 요동치기 시작했고, 나는 그 감정을 잠재우기 위해 일기를 쓰고 명상을 하고 있다. 어느 날은 한 시간 동안 일기를 쓰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 마음에 평온은 아직 찾아오지 않았다. 오늘 아침에 눈을 뜰 때도 여전히 불편한 마음이 가득했다. 불편한 마음이 구름처럼 바람을 타고 금방 사라져 주었으면 좋겠다.
오늘처럼 이렇게 좋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은 복잡하다.
맑은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평온을 가져다줄 것만 같은데, 내 마음은 왜 이리 요동치는 걸까.
언제쯤 나는 평온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늘처럼 맑고 고요한 마음을.
고요한 마음은 혹시 내가 퇴사를 하면 다가오는 걸까.
퇴사를 하면 더 암흑 같은 절망이 찾아오면 어쩌지?
나는 오늘도 고민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