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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가다 Feb 27. 2024

"여행 잘하고 있어요"

조심히 다녀오렴 아들

“여행 잘하고 있어요.”


카파도키아 하늘을 열기구로 가득 채운 사진과 영상이 전달되었다. 친구 녀석이 찍어주었는지 순하게 보이는 대형견 손을 잡고 찍은 인생 사진도 보내주었다. 웃음이 났다. 다행이다.


아들은 친구와 여행을 떠났다. 복학 2주 전이다. 자격시험도 끝내고 3박 4일 캠프 봉사를 마치더니 바로 다음 날 인천으로 출발했다. MBTI가 똑같다는 친구 녀석은 3년 전부터 친해졌는데, 장단이 잘 맞는다. 튀르키예 일주일 여행을 함께 하자고 네 명 친구에게 말했는데, 결국 비행기에 함께 탄 녀석은 한 명이란다. 출발 못 한 친구의 어머니들은 그제야 아쉬움을 얘기했다고 한다.




"비용은 충분하니?"


“취소 못 하는 저렴한 비행기표로 먼저 예약했어요. 이런 기회가 없더라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스탄불 여행은 하루 정도 단체여행으로 해봐. 볼 곳 많은데. 블루모스크랑 보스포루스 다리랑”


“어드벤처와 관광 위주로 다닐 거예요. 저희가 좋아하는 곳으로 다닐게요.”


비용을 위해 한 달 동안 일주일 2회 여덟 시간씩 식당에서 일했다. 영어 학원 일자리는 면접에 합격했지만 매일 출근해야 해서 시험공부가 불가하다는 이유였다. 모든 결정은 본인에게 맡겼다. 여행을 떠나기 한 달 전까지도 우리 부부는 아들의 행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역시 우리 부부는 아직은 가끔 꼰대다. 이런 부딪침이 있을 때마다 우리의 현 위치를 파악한다.


아들이 항공 티켓을 구입하고 렌터카와 일주일 일정을 결정하자, 나는 얼른 태세를 바꿨다. 이제는 격려해야 다. 잘 준비해서 마음 편히 떠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아무런 도움 주지 않겠다 했던 우리다. 남편은 떠나는 아들에게 여비를 보태주고, 나는 친구와 맛난 것 먹으라며 식비를 더했다. 부모는 그렇다. 그렇게 된다.


인천을 출발해 중국 공항에 도착 후 여덟 시간을 대기하는 동안 연락이 안 되었다. 나중 튀르키예로 출발하기 전, 보이스톡으로 아들의 여유 있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야 우리 부부는 편히 잠들 수 있었다. 아니, 그래도 또 자꾸만 두 손을 모아 기도하게 되었다.


“아버지, 튀르키예 잘 도착해서 차를 렌트했는데요. 파킹에서 시동이 자꾸 꺼져요.”


“그럼, 기어를 중립에 두고 시동 켜 봐.”


나는 이해가 잘 안 되는 기계 이야기. 나도 운전은 하는데 무슨 소리지?

본인 이름으로 된 카드가 없어 현금을 맡기고 렌터카를 출발했다는 이야기도 전달한다.

남편과 주고받는 통화 내용에 가슴을 쓸다가도 심장이 자꾸 콩닥거린다.

그런데 남편의 표정은 아주 괜찮다. 나와 다른 건가, 강심장인 건가.


아들이 커가면서 내가 알지 못하던 모습으로 아빠와 소통하는 분위기. 처음엔 의아했다가 이것도 꽤 괜찮은 것 같다. 엄마인 나와 딸아이에게만 통하는 무언가가 있듯이.




아이가 어릴 적 자전거를 혼자 탈 때면, 근처에 서성이며 동동거리던 그 엄마 마음을 자꾸만 접는다. 좀 더 멀리서 지켜보고, 더 많이 더 자주 믿어준다.


‘잘 있다 오렴.

그럼 나는 오늘도 이만 마음 편히 잘게.’


아들이 보낸 카파도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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