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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아 Feb 18. 2022

필라테스를 하며 생각한 것들

나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내게 처음 PT를 가르쳐 준 선생님은 운동의 4가지 기본 원칙에 대해 설명했다. 그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점진적 과부하의 원칙

일상적인 수준 이상으로 운동을 해야하고, 무리하지 않고 낮은 강도부터 시작해 강도를 점차적으로 늘가야 한다. 따라서 일상적인 수준 이상으로 부하를 주면서 운동하다가 능력이 향상되면 강도를 높이고, 적응하게 되면 다시 강도를 높이는 것을 점진적 과부하의 원칙이라고 한다.


2. 개별성의 원칙

개인의 성격, 체력, 건강상태 등이 다르므로 똑같은 운동을 했을 때 효과는 다르다. 개인별로 운동의 효과가 다른 것을 개별성의 원칙이라고 한다.


3. 반복성의 원칙

오랜 기간 운동을 계속 해야 운동의 효과가 나타난다. 개인의 신체 특성과 목적에 맞는 빈도로 운동을 계속 반복해야 한다


4. 특이성의 원칙

운동의 효과가 운동을 한 부위에 주로 나타나는 것을 특이성의 원칙이라고 한다. 던지기 종목의 선수들이 달리기 종목 선수에 비해 어깨가 발달한 것이 그 예이다.


(출처:https://par.pen.go.kr/spr_pps_pu04_007.do)


운동, 그 중에서도 달리기가 취미여서 오랜 시간 혼자 운동을 해오던 내게 선생님은 혼자 하는 운동의 한계를 얘기했다. '조금 힘들 정도로, 강도를 점점 높여가며, 반복해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혼자서는 그게 잘 안되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당시엔 꾸준히 PT, 필라테스, 크로스핏 등 운동 레슨을 받을 여유가 있어서 운동의 4원칙 같은 건 크게 신경쓰지 않고 지냈다. 곁에 운동을 가르쳐줄 선생님이 있었으니까.


그러다 3년 전 유랑 생활을 시작하면서 (관련 글은 여기서 볼 수 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bon-voyage) 계속 혼자서 운동을 해왔다. 호주에서도, 부산에서도, 열심히 달리기 하고 맨몸 근력운동을 하며 지냈다. 번역일을 시작하면서 앉아 작업하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하루에 1~2시간, 주 5회 정도 운동을 했다. 스스로 만든 근력 루틴을 하고, 달리기를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으로 유산소 운동을 했다. 덕분에 아픈 곳 없이 씩씩하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다. 근력이 엄청나게 성장하거나 몸의 균형이 좋아졌는지는 모르겠어도 체력이 부족해서 힘든 적은 없었다. 그러다 최근에 개인적인 일들로 몇 개월간 제대로 운동을 못하고, 몸이 본격적으로 망가지기 시작했다. 도저히 혼자 힘으로는 최소한의 근력 루틴을 지키는 일은 커녕 앉아있는 것조차 힘들어져서 오늘 3년 만에 아주 큰 마음을 먹고 필라테스 수업에 등록했다.


필라테스하는 한 시간 동안 죽는줄 알았다. 내 몸이 그동안 얼마나 굳어 있었고, 균형이 무너져 있었는지 알게 됐다. 그래서 아무리 약을 먹어도 몸이 그렇게 계속 아팠나보다.


혼자서 운동을 하게 되면 내가 어떤 자세로 하고있는지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다. 힘들면 개수를 줄이거나 도중에 멈추기가 너무 쉽기 때문에 '과부하의 원칙'을 지키기가 어렵다. 점진적으로 강도를 높여 나가는 것도 체계적으로 조절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실시간 자세를 교정 받아가며, 내게 약한 근육을 아프지만 쓰는 법을 훈련하고, 강도를 높여가고, 체계적으로 반복하며 운동할 수가 있다. 겨우 한시간 필라테스를 받았는데 몇 개월간 너무 아팠던 몸이 치료받은 것처럼 개운한 느낌이 든다.


필라테스를 하면서, 뜬근없이 프리랜싱을 하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일도, 근육으로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글도 결국엔 체력의 힘으로 쓰는 것처럼.


그런 의미에서 프리랜싱을 하며 스스로 부족했던 부분들을 돌이켜본다.

내가 '과부하의 원칙'을 지켰을까? 일을 더 잘하기 위해 필요한 공부와 연습들을 꾸준히 반복했을까?


한 필라테스 선생님은, 자세 균형이 틀어진 경우에 계속해서 조금씩 더 틀어지는 쪽으로 몸이 기운다고 했다. 그래서 그걸 막으려면 매일 꾸준히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했다.


프리랜싱을 하며 느꼈던 자유로움과 자율성이 참 좋았지만 어쩌면 편식하는 사람처럼, 혹은 한쪽 방향으로만 자라는 식물처럼 균형감이 부족했던 부분이 있던 것 같다. 나의 약한 일 근육들을 더 쓰고, 조금 힘들어도 더 힘을 내고, 강도를 높여가면서 일을 했었어야 하는데.


오늘부터 다시 필라테스를 시작하며 그동안 불균형한 상태에 있던 나의 몸과, 삶의 태도, 습관, 일에 대한 태도를 돌아본다. 조금 더 균형잡힌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약하고 굳어진 마음과 몸을 깨우고 싶다. 좀더 부지런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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