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금주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원아 Jul 18. 2023

1화 - 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

금주 일기 첫날.

금주 다짐을 기념하며 음주에 관한 유명한 책, 출간 즉시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가 된 책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제목은 <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

원제는 Drinking: A Love Story 이다.


“나는 술이 내는 소리를 사랑했다.
와인 병에서 코르크가 뽑히는 소리, 술을 따를 때 찰랑대는 소리,
유리잔 속에서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


캐롤라인 냅이라는 작가가 썼다. 정신분석학자인 아버지와 화가인 어머니 밑에서 쌍둥이 중 둘째로 태어났다. 1981년 브라운 대학을 우등으로 졸업한 이후 20년간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다. 심각한 중독에 몇 번 빠진 적 있는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고백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드링킹>, <남자보다 개가 더 좋아>, <세상은 왜 날씬한 여자를 좋아하는가>, <앨리스 K. 의 인생 가이드> 등을 썼다. 마흔 둘이라는 이른 나이에 폐암으로 별세했다.


“나는 마셨다”로 책은 시작한다.


I DRANK

나는 마셨다

리츠칼튼호텔에서 퓌메 블랑을 마시고, 회사 건너편의 칙칙한 중국 식당에서 조니워커 블랙 온더록스를 더블 샷으로 마시고, 그리고 집에서 혼자 마셨다.


(중략) 술을 끊기 전, 집에는 언제나 코냑 두 병이 있었다. 한 병은 전시용으로 부엌 탁자에 보란 듯이 올려놓았고, 진짜는 낡은 토스터 옆 찬장 뒤에 잘 감춰두었다. 전시용 코냑은 상당히 합리적인 수위 감소세를 보였다. 보통 일주일에 1인치 정도. 하지만 진짜 코냑은 아주 빠르게, 때에 따라서는 며칠 가지 않아 사라졌다. 그때 나는 혼자 살았는데, 그러면서도 이런 이중 행위를 한 것은 그러지 않는 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겉모습을 유지하는 것은 내게 언제나 중요했다.


나는 기뻐서 마시고, 불안해서 마시고, 지루해서 마시고, 또 우울해서 마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해에는 병석에 계신 아버지의 장식장에서 술을 훔쳐 마셨다.


여기서부터는 읽으면서 밑줄 그은 문장들을 모았다.


술은 그녀의 집착을 부채질했고, 그녀의 눈물을 부채질했으며, 그녀의 절망감과 무기력을 훨훨 부채질했다. 하지만 내 마음속의 작은 일부는 은밀한 안도감을 느꼈다. ‘술주정은 추한 일이야. 그 주정뱅이가 여자라면 더욱’. 그녀와 나를 비교하면 우월감과 안도감이 밀려왔다 – 21p


‘미친 짓이라는 건 알아. 하지만 이번 한 번 뿐인 걸. 이번 한 번은 스카치를 가져가야겠어. 이번 주는 정말 스트레스가 많았으니까. 스카치라도 마시면서 나를 달래고 싶어. 어때? 별일 아니잖아.‘ -24p


술은 식도를 태우며 내려갔고, 나는 그 느낌이 좋았다. 그것은 따뜻하고 푸근했다. 만일을 대비해서 보험을 들여놓는 듯한 기분이었다. – 25p


이들은 대부분 대인관계가 좋고 친구도 많다. 고도 적응형 알코올 중독자들은 주변에 아주 흔하다. 이들은 직장에서 부지런히 일하고, 가족을 부양하며, 식품점 계산대에 얌전히 줄 서 있다. 의사, 변호사, 교사, 정치인, 화가, 심리치료사, 증권거래인, 건축가 등 전문 직업인도 많다. -28p


극도로 눈썰미가 예리하거나 그 또한 알코울 중독에 시달리는 사람이 아니라면 알아차릴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실제로는 날마다 숙취에 시달리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는 사실을, 하루가 기울어갈 무렵이면 당장 달려나가 술을 마시고픈 생각에 몸을 비튼다는 사실을, 좀 더 정확히 말해서 내 인생이 온통 뒤죽박죽 엉망진창이라는 사실을. -30p


물이 대지를 흐르듯이 알코올은 가족의 핏줄을 타고 흐른다 -49p


마티니는 아버지의 천성적 무뚝뚝함을 거두고, 깊은 슬픔을 달래주는 것 같았다. -63p


나는 그 5년 전부터 날마다 술을 마셨지만, 아버지가 뇌종양이라는 진단을 받자 상황은 전혀 달라졌다. 아버지의 질병은 내 가슴에 바닥 모를 두려움의 구멍을 뚫었고, 나는 그것을 채우려고, 거기서 달아나려고, 그것을 마비시키려고, 미친 듯이 술을 마셨다. -81p


보호 장치 – 85p


그것이 없으면, 그 갑옷이 없으면 세상에 맨몸으로 서게 되는 듯한 허기지고 질긴 두려움 – 87p’


AA (알코올 중독자 치료 모임) 모임에 가면 늘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 우리 안에 어떤 공허의 우물이 뚫려 있다는 것, 술에서 헤어나려면 그 우물을 채울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방법은 육체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이고 영적이라는 이야기를. -90p


그리고 그것은 일정 기간 맞는 말이다. 술은 우리 안에서 아픔과 괴로움을 일으키는 것들을 녹여버리고, 다른 자아가 들어설 자리를 만들어낸다. 그 자아는 새롭고 개선된 버전일 뿐 아니라, 갈등 같은 것도 훨씬 적은 버전이다. -100p


“술을 마시면 내가 원하는 내가 되었어요”

“술을 마시면 내 마음 가득한 더러운 기분이 사라졌어요” -101p


AA 모임에 나가면 가장 먼저 듣는, 그리고 가장 먼저 우리 가슴에 사무치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알코울 중독의 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우리의 인격이 성장을 멈춘다는 것이다. 술은 우리가 성숙한 방식으로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이동하려면 겪어야 하는 힘겨운 인생 경험을 박탈한다 – 113p


술을 마시고 남자를 사랑한다. 술을 마시고, 술 마시는 남자를 사랑한다 – 127p


알코올 중독자들이 이중 인생을 영위하는 것은 하나의 삶을 사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그 하나의 삶이란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선명한 이해에 기반을 둬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132p


애인들에게 악착같이 집착하는 방법으로 성장이라는 버거운 과제를 피하며 살았다 -133p


인생을 진전시키는 의미 있는 사건들은 정신이 명료할 때 일어난다 -146p


미국에서 알코올 중독을 육체적 질병으로 여기기 시작한 것은 1960년에 엘빈 모턴 젤리넥이 <질병으로 본 알코올 중독>을 출간하고부터다. -188p


‘.그렇다면 내가 문제가 아니었네. 심리 분석이나 의지와 관련된 것이 아니었어’ -183p


알코올 중독의 길에 들어서고 나면, 확률은 우리의 편이 아니다. 다시 안전하게 술을 마실 길, 정상적이고 사교적이고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음주로 돌아갈 길은 보이지 않는다.

많은 알코올 중독자들이 이런 일을 설명할 때 오이와 피클이라는 비유를 든다. 알코올 중독자는 피클이 된 사람들이다. 오이가 피클이 되지 못하게 막을 수는 있지만, 피클이 된 것을 오이로 되돌릴 수는 없다 -184p


처음 우리를 술 속에 던져넣은 원인은 곧 우리를 다른 끔직한 것들에도 척척 던져넣는다 -192p


미국 내 알코올 소비량의 절반이 11퍼센트의 인구가 소비한다 -222p


“내가 술을 마실 때마다 나쁜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나쁜 일이 일어났을 때는 언제나 술이 관련되어 있었어요” -231p


그녀가 두려움과 불안, 우울을 잠재우려고 오랜 세월 지속해온 만성적이고 일상적인 음주는 자기 통제력을 망가뜨렸고, 시각을 왜곡시켰으며, 선택의 여지를 생각해볼 수 없게 만들었다. -237p


“남자의 승인을 통해 내 존재 가치를 느끼고자 하던 일” – 240p


이런 식으로 감정을 다스리려고 술을 마신다면, 그 감정을 극복하는 일은 절대 불가능하다 – 255p


AA에서 말하는 회복의 12단계 가운데 첫 단계는 이렇다.

우리는 알코올에 대해 자제력을 잃었음을 인정했다.

우리의 인생은 우리가 수습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갔다. -272p


고통스러운 선택을 하는 대신, 그에게서 벗어나는 대신, 나 자신을 추스르는 대신,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대신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고 그런 역학에 무너졌고, 남자 앞에 무너졌으며, 분노에 무너지고, 처절하게 집착하고 있었다 -330p


알코올을 개입시키지 않고도 다른 사람과 따뜻한 유대를 맺을 수 있다는 사실 – 339p


그때 주류 판매점으로 달려나가 술을 사지 않은 것은 단 하나, 첫 잔은 바로 둘째 잔으로 이어지고, 둘째 잔은 다음 잔, 또 다음 잔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기 때문이다. 두 가지 중의 하나다. 한 잔도 마시지 않거나, 한 잔을 마시고 한 병 혹은 그 이상을 갈망하는 것. 내 인생의 어느 순간에도 ‘딱 한 잔’이란 없었다는 것을. 349p


그 순간까지도 나는 성장이란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며, 어른이란 생물학적인 나이가 아니라 정서적인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정서적 수준이란 고통스러운 경험을 통해 스스로 선택하는 것임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359p


그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정신의 근육을 단련시키는 것 뿐이다. -365p

매거진의 이전글 0화 프롤로그 - 금주 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