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연봉협상과 시장경제 원리
1.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에이스 댄 스트레일리(32)와 재계약했다. 롯데는 3일 스트레일리와 120만 달러(약 13억 원·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90만 달러)에 2021 시즌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시즌 80만 달러보다 보장금액이 크게 늘어났다.
스트레일리 선수의 연봉 협상과정을 보자. 투수 노동서비스 시장에서 그는 공급자이고 롯데 구단은 수요자이다. 지난 시즌에는 양측이 한 시즌당 80만 달러에 투수 노동서비스를 사고팔기로 합의했다. 내년 시즌 연봉 협상에서는 스트레일리 선수가 유리한 입장이었다. 그는 올 시즌 31경기에 선발 등판해 15승 4패, 구단 역대 외국인 투수 단일 시즌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1위(7.51)를 기록했다.
스트레일리로서는 연봉 이상의 기여를 했다고 자부할 만했다. 그는 내년 시즌에는 연봉이 올해 수준보다 훨씬 높아야 투수 노동서비스를 공급할 의향이 있었다. 여의치 않으면 메이저리그에 복귀할 수 있다는 배수진을 쳤다. 롯데 구단은 연봉을 40만 달러나 올리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이는 스트레일리의 투수 노동서비스를 120만 달러에 살 의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해서 양측의 공급 및 수요곡선은 한 시즌 더 공급하고 수요 하는 데 120만 달러의 가격에서 교차했다. 120만 달러에 시장 가격이 형성된 것이다.
롯데 투수 댄 스트레일리. 자료: 연합뉴스 TV2.
시장경제는 수많은 기업과 가계가 시장에서 상호작용하면서 자원배분이 이루어지는 경제체제이다. 시장은 상품을 사고팔아 장사하는 곳이다. 상품의 가치는 시장에서 평가를 받는다. 상품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누구나 상품을 가지고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시장경제는 자유로운 경쟁을 전제로 한다. 소비자(수요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도태되는 곳이 시장이다. 프로야구 구단이 시즌이 끝나고 재계약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해당 외국인 선수는 다른 구단으로 일자리를 알아보아야 한다.
시장원리란 가격이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점에서 결정된다는 가격 결정의 원리와 경쟁의 원리를 말한다. 시장원리대로 가격이 결정되면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의 효용이 최대화될 수 있다. 양측이 서로 원하는 양만큼 가장 만족하는 가격에서 상품을 교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잉여와 공급자 잉여의 합이 최대화되는 것이다. 소비자 잉여는 소비자의 만족도가 시장 가격보다 높은 경우의 그 차이이다. 공급자 잉여는 시장 가격이 공급자의 생산원가보다 높은 경우의 그 차이이다. 수요자와 공급자가 각기 자신이 누리는 잉여가 흡족해야 계약을 한다.
3.
그런데 만일 정부에서 외국인 선수의 연봉을 80만 달러 이하로 제한하는 연봉상한제를 도입하였다고 하자. 그러면 스트레일리 선수는 롯데에 잔류하지 않고 메이저리그로 복귀하려 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수요자인 롯데 구단의 효용은 감소하게 될 것이다. 한 시즌 15승이나 한 외국인 투수를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롯데 팬들도 실망하여 야구장을 적게 찾고 응원 열기가 약화될지도 모른다. 다른 프로야구 구단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내 프로야구팬들은 우수한 외국인 선수들이 뛰는 수준 높은 경기를 보지 못해 소비자 효용이 감소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프로야구 구단의 입장료 및 광고수입이 감소해 프로야구의 기반 자체가 약화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시장의 가격결정 과정에 가급적 개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정부가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가격결정 과정에 개입할 경우 소비자 잉여는 물론 공급자 잉여도 떨어져 경제가 활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연봉을 프로구단들이 자율적으로 상한선을 정해 운용하고 있는데 정부가 나설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물론 시장원리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프로야구 흥행을 위해 외국인 선수들을 기용하는 것이 좋은 측면이 있지만 과도한 연봉 지급에 따른 외화유출이 적지 않을 경우와 외환사정이 좋지 않을 경우에는 정부가 개입할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프로야구 협회의 자율적 결정을 존중하여 협조 요청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