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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뷰 Feb 13. 2021

일자리 창출인가 일자리 수출인가

LG-SK 배터리 분쟁

1.

미국의 조지아주가 수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긴장하고 있다. LG에너지 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2년 넘게 벌여온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서 LG에너지 솔루션이 승리한데 따른 것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10일(현지시간) LG에너지 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신청한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서 LG 측 주장을 인정하는 최종 심결을 내렸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 솔루션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영업비밀을 침해한 배터리와 부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 금지 10년'을 명령한 것이다. 


자료: KBS뉴스


SK로서는 미국에서 배터리를 공급할 업체인 포드, 폭스바겐에 대해 일정 기간 수입을 허용하는 유예 조치도 함께 제시된 점은 다행이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기대를 거는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SK의 바람대로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 지사는  12일(현지시간)  이번 결정 때문에 조지아에서 진행되는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바이든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양측은 합의금을 놓고 제2라운드를 벌릴 것으로 보인다.


2.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 잭슨 카운티에 26억 달러(약 3조 원)를 투자해 연간 43만 대 분량(21.5 GWh)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1, 2 공장을 건설 중이다. 조지아주 사상 최대 규모의 외국인 투자이고 2600명의 일자리가 생겨날 예정이었다. 공장 건설을 위해 조지아주는 3억 달러 규모의 지원금과 무료 부지 등 인센티브를 SK 측에 제공했다. 




미국의 주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외국기업 현지 공장 유치에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 증설을 하거나 뉴욕, 애리조나 등에 새 공장을 짓는데 약 20조 원을 투자하는 대가로 미국 지방정부들에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평택 공장은 사용하는 물 부족 문제를 지자체들이 도와주지 않아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했다. 조지아주, 테네시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미국 지방정부의 일자리 창출 노력은 일자리 지키기와 맥을 같이 한다. 지난해 5월 한국인 근로자 33명이  SK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기 위해 비자면제 프로그램인 전자여행 허가제(ESTA)로 입국하려다 애틀랜타 공항에서 추방됐고, 지난해 8월에도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의 협력업체 직원 등이 무더기로 입국을 거부당했다. 


지난해 9월에는 취업 비자 없이 ESTA로 입국하여 SK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근로자 13명이 체포되어 자진 출국했다. SK측은 현지 공장 건설 시공회사의 협력업체가 해당 분야의 숙련근로자를 현지에서 구하지 못해 하는 수 없이 국내 근로자들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면서 엄중 경고 하고 재발할 경우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자료: MBC뉴스


현지 건설노조와 언론이 한국인 불법취업 문제를 제기하였고 공화당 하원의원이 당국에 조사를 요청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노조와 언론, 국회의원 및  정부는 자국민 일자리 지키기를 제대로 하고는 있는지 궁금하다.


정부는 우리 기업끼리 미래 성장 산업을 두고 이전투구를 벌이자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미국 정치권까지도 나서서 제발 좀 해결하라고 하는데, 부끄럽지 않냐”면서 “제가 양사 최고책임자와 연락하고 만나고 빨리 해결하라고 권유했는데, 아직 해결이 안 되고 있다”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3.

'미국 정치권까지'란 지난해 말 ITC가 판결을 세 번씩이나 연기하면서 사건이 길어지자 조지아주, 테네시주 하원의원들이 먼저 합의를 촉구하고 나선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들 하원의원들은 소송 결과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이 조지아주에 짓기로 한 배터리 공장이 무산될 경우 일자리 창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점을 우려하였다. 지역구의 일자리에 민감한 것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국회의원 및 정치인들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자료: MBC뉴스


그러나 정 총리의 비판성 발언은 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든다. 기업 간에 영업비밀을 둘러싼 갈등이나 송사는 늘 있는 것이고 그것은 법적으로 해결되곤 한다. 그런 사안에 총리가 나서 훈계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ITC가 한쪽의 손을 들어준 것은 다른 쪽이 미국 내 공장을 건설 중이고 수많은 일자리가 달려있다는 것을 모르고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기업 간 영업비밀 침해를 눈감아 줄 경우 공정거래 질서가 확립되지 않아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더 크게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다.


주야로 '공정'과 '정의'를 내세우는 문재인 정부의 총리가 그런 점은 생각하지 않고 우리 기업끼리 미국에서 싸우는 것으로 국익이 손상나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앞으로 외국기업이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의 영업비밀과 특허를 침해할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때는 이번의 ITC 심결을 인용할 것이 아닌가.  


4.

국무총리라면 그런 일에 나서기보다는 미국 주지사와 하원의원들처럼 일자리 창출에 더 관심을 갖는 것이 좋지 않을까? 기업 일에 괜히 간섭하지 말고 오늘도 일자리를 찾아  방황하고 있는 수많은 청년들과 실업자들의 고초를 생각해달라는 말이다. 집권초에는 청와대에 일자리 게시판을 걸어두고 '일자리 정부'를 자처했었다. 그런데 그 후 어떤 일이 벌어졌나?


자료: OBS뉴스


우리나라에는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해외로 내보내고(수출하고) 싶어 안달인 분들이 있다. 그들의 대부분은 유권자들이 선출한 공직자들이다. 기업들은 일자리 확대는커녕 기존 인원도 줄여야할 판이다. 뭘할려고 해도 각종 규제와 기업을 옥죄는 게 문정부 들어 더 늘어나 사람을 뽑기가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기업인들이 많다. 


이익공유제가 거론되자 할 수 있다면 공장을 외국으로 옮기고 싶다는 기업인들도 적지 않다. 외국에서는 기소당하지 않을 일로 최고경영자가 감옥에 가게 하고 국민적 지원 속에 노사가 합심하여 일군 알짜 기업들을 외국기업들의 먹잇감이 되도록 법을 고쳐주는 일을 태연히 하는 이들이다. 외국으로 나갔던 기업들이 돌아오고 싶어도 최저임금 수준을 일본보다 높게 해 놓아 돌아오고 싶은 마음을 싹 사라지게 하고 있다. 


노사관계법은 대부분 노조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어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그런데도 노조에게 더 유리하게 바꾸자고 야단들이다. 그러면서도 기업들에게 일자리를 더 만들어달라고 웃는 얼굴로 부탁한다. 강성노조에 시달린 일부 외국기업들은 한국공장에 대한 주문을 줄이고 있다. 한때는 한국철수설이 나돌기도 했다. 국내 고용상황은 1월 고용자 수에서 보듯 세금으로 화장한 일자리를 빼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들의 시대착오적이고 갈라파고스적 사고의 뿌리는 어디에 있는가? 공짜 돈 받는 것을 좋아하고 자신들의 일자리를 날려버리는 이들을 선거 때마다 잘한다고 찍어주는 유권자들은 무슨 이유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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