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매드랜드》는 경제 불황으로 모든 걸 잃고 떠돌게 된 펀이라는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그녀는 네바다의 작은 마을 엠파이어에서 살다가 남편을 잃고, 직장까지 사라지면서 살던 집을 떠나야 했어. 선택의 여지 없이 모든 짐을 밴에 싣고 길 위에서 살아가기로 결심한 거지. 그렇게 펀은 길을 떠돌며 미국 전역을 여행하는 유랑민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돼.
펀은 아마존 물류센터나 관광지 청소부 같은 단기 일자리로 생계를 이어가면서, 같은 처지의 노매드들을 만나게 돼. 각기 다른 배경을 지닌 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떠돌이 생활에서 자유와 해방감을 찾고 있었어. 모닥불 옆에 둘러앉아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참 인상적인데, 이때 노매드들이 느끼는 삶의 진실한 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지. 상처와 외로움을 나누면서, 이들은 마치 서로가 진짜 가족인 것처럼 깊은 유대감을 쌓아가는 거야.
펀이 아마존 창고에서 일하는 장면도 있어. 길 위의 자유로움과는 다른 현대 사회의 노동 현실이 대비되면서 그녀의 삶이 얼마나 복잡하고 힘겨운지 느낄 수 있어. 하지만 그녀는 이런 생활 속에서도 나름의 행복을 찾으려고 해. 집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은 없지만 그녀는 스스로를 ‘노숙자가 아닌 유랑민’이라 칭하면서, 자유롭고 독립된 자존감을 지켜가고 있거든.
마지막에 펀은 고향 엠파이어로 돌아가. 남편과 함께 살던 집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잠시 추억에 잠기지. 그러나 이제는 과거를 떠나보낼 준비가 된 자신을 발견하게 돼. 그리고 다시 밴을 타고 새로운 여정을 떠나는 그녀의 모습에서, 그녀가 길 위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았다는 걸 느낄 수 있어.
“집은 없어도, 집이 없는 건 아냐(I may be houseless, but I’m not homeless)”라고 말하는 그녀의 말은 특히 기억에 남아. 길 위에서 다른 유랑민들과 헤어질 때 하는 인사도 참 여운이 남아. “다시 길 위에서 만나게 될 거야(I’ll see you down the road)”라는 말은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처럼 따뜻한 작별 인사야. 결국 《노매드랜드》는 집을 잃은 사람이 어떻게 길 위에서 새로운 소속감과 자유를 찾아가는지를 아주 담담하게, 그러나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어.
이 영화의 가장 특별한 점은 실제 노매드들이 배우로 참여했다는 거야. 펀의 동료로 등장하는 린다, 스완키, 밥 웰스 같은 인물들은 모두 실제로 유랑민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지. 클로이 자오 감독은 영화에 사실감을 더하기 위해 그들을 캐스팅했고,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담아냈어.
주연 배우 프란시스 맥도맨드도 촬영 중 실제로 밴에서 생활하며 유랑민의 일상을 직접 체험했어. 저예산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화려한 장치나 특수효과 없이, 미국 대륙의 풍경과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보여주며 현실감을 극대화했어.
또 하나 이 영화에 내가 꼽는 특별한 점 하나는, 안빈락이 방랑 노숙을 시작한 때에 개봉됐다는 거야. 빈락아, 니가 이 영화를 보고 출발했으면 뭐가 달라졌을까?